어머니 돌아가시고 아버지랑만 둘이 살게 된 지
벌써 5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네요~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신지라
대화가 그렇게 많은 부녀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카톡도 잘 안 하시는데
대뜸 주말 스케쥴 물어보시더니 “알았다…”
안 좋은 일 있으신가 해서 좀 놀랬는데
그리고 그날 밤 집에 들어 가보니 ㅋㅋㅋㅋㅋㅋ
거실에 오래된 텐트와 함께 각종 캠핑 도구들이 늘어져 있더라구요
아빠에게 이게 다 뭐냐고 물어보니
오랜만에 캠핑을 한 번 가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좀 어려웠습니다
아빠랑 그렇게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도 아니며
거의 유치원 때 이후로 부모님과 한 장소에서 자본 적이 없었는데
텐트에서 아버지랑 단 둘이 밤을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과연 재밌을까, 할 말이 많을까? 고민을 했지만
이것도 진짜 좋은 추억이 되겠다 싶어서 바로 콜!!!
지난주에 아버지와 단 둘이 첫 여행을 다녀왔어요 ^^!!!
떠나기 전 아침에 한 컷 ㅋㅋㅋㅋ
중절모는 아빠의 탈모를 위한 딸의 배려…ㅋㅋㅋ
아빠는 아침 근무만 하시고 바로 퇴근하셔서
차 타고 바로 캠핑 하러 고고씽 했어요!
날씨도 완전 가을 날씨 굳!! ㅎㅎ
운전도 굳이 내가 하겠다는데 올 때, 갈 때 아빠가 다 하셨어요
조수석에서 최대한 안 졸려고 노력했는데
돌아 오는 길에는 결국 나도 모르게 딥슬립....=.=
아무도 없는 곳에 터를 잡고 우리 집 완성!! ㅋㅋㅋ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
이날 좀 이상하게도
제가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손 하나 깜짝 못 하게 하시더라구요…
오늘은 아빠가 다 해주고 싶다고….
가만히 있기 좀 민망했지만 아빠 바람대로 가만히 있었어요 ㅠㅠㅋ
여행 다녀와서 전보다는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둘 만의 진솔한 얘기, 섭섭했던 얘기도 많이 했고
그 동안 친구들이랑만 놀러 다녀서 아빠와 함께 할 시간이 없었는데
그게 많이 서운하셨대요
워낙 개인적이신 분이라서
주말에 매일 혼자 집에 있는 걸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은근 저랑 같이 있고 싶으셨나 봐요 ㅠㅠ
그런데 왜 갑자기 여행을 같이 가자 했냐 여쭤보니
집에서 혼자 TV를 보다 무슨 광고를 봤는데
아..나는 저렇게 해준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문뜩 드셨대요
그게 바로 요 스위첸 광고!!!!
광고 속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캠핑 가면 고기 구워주고,
피곤한 가족들은 자게 해둔 채 혼자 운전도 해주며
분리수거도 해준 적이 없었다고..
엄마 살아 계실 때 해줄걸 많이 후회가 되셨대요
혼자 광고 한 편 보고 많이 우셨다고 하는데
그 얘길 듣고 저도 평범한 딸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부녀가 텐트 안에서 정말 부둥껴 안고 폭풍 눈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흔한 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없었던 가정의 모습
앞으로는 다른 가족처럼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어요 ^^
첨엔 아빠랑 단 둘이 여행가는게 어색할거라 생각했는데..
나름 진솔한 얘기 나누는 시간도 되고.. 좋았네요..
암튼.. TV에 나오는 광고보고 딸과 단둘이 여행을 생각한 울 아빠..
짱이지 않나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