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조용히 해!
게시물ID : panic_88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굶주린상상력
추천 : 50
조회수 : 3896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6/06/28 15:37:29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조용히 해!

 

 

남자는 더 이상 ()이 포함되는 발음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추리해 봐도 원인은 알 수 없었다. 하나의 자음을 발음할 수 없어서 남자의 언어활동은 상당히 제한되었다. 심지어 남자는 노래를 부르는 일이 평생의 업인 사람이다. 이 남자를 향한 이러한 알 수 없는 저주는 너무나 잔인한 일이었다.

 

남자의 아름다운 노래를 사랑하던 대중들은 너무나 빨리 남자를 잊었다.

애인도 떠났다. 대화를 나누면 마치 정신지체 장애인처럼 수시로 어버버 하는 남자와 애정을 유지할 여자는 많지 않다.

 

이제 영화보러 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자.”

아니야. 오해야. 느으아아아아아런 말이 아니잖아.”

알았어. 해어지자. 너어어어어어어어져 버리란 말이야

 

남자는 유명하다는 정신병원, 언어치료사 심지어 무당들마저 찾아다녔다. 하지만 남자의 이상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모든 사람을 등졌다. 사회마저 등졌다.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매일이 유지되었다. 웅크린 몸으로 두문불출이 늘어나며 하루하루를 멍하니 지내던 남자는 자신이 발음 할 수 없는 자음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이번에는 ()이다. 다행히 많이 사용되지 않는 자음이라서 현재와 별로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남자는 여전히 방에서 몸을 접은 채 삶을 유지 했다.

 

남자는 벌써 여섯 달이나 아무와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 드디어 참지 못할 상태로 빠져버린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방법을 찾았다.

 

아무라도 좋으니 대화를 했으면 해.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었으면 한다.”

 

남자의 머리에 좋은 발상이 떠올랐다.

 

채팅!”

 

남자는 당장 PC에 매달려 인터넷 창을 띄웠다. 서둘러 채팅창을 만들어 사람을 초대했다.

 

[단맛연필 : 안녕하세요]

 

남자는 환호했다. 드디어 다른 사람의 언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하지만 잠시 후 남자는 자신이 자판의 자음 중에서 발음 할 수 없는 자판을 누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심지어 사용할 수 없는 발음이 늘어나 있었다. 하필이면 이번에는 모음이었다. 남자는 모음 ()를 사용할 수 없었다.

 

남자의 회심의 아이디어는 쓸모없었다. 제한이 심한 남자의 타자로는 채팅도 원활하지 않았다. 잠시 상대를 해주던 사람들은 남자의 느린 대답을 참아주지 않았다.

 

남자의 유일한 외출은 한밤의 세븐일레븐에서 술을 사는 정도다. 어느 날 남자는 짧은 외출중에 무서운 상황을 보았다. 항상 방문하는 점포에 흉물스런 날붙이를 든 남자 두 사람이 돈을 훔치는 중이었다.

 

나아아아아아앙도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불빛이 요란한 순찰차도 있었다. 순찰차를 향해 남자는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허파뒤집어지는 소리만 지를 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신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리라 판단한 남자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다.

 

남자는 떨었다. 하나하나 사라지는 발음이 늘어나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자신이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둠에 붙잡힌 남자는 바둥댔다. 정신을 요리 하듯이 몸을 흔들었다.

 

마침내 남자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많은 제한이 있어도 내 말을 어느 정도 쓰는 일은 된다. 소설을 써보자.”

 

소설을 쓰는 동안 남자는 자신이 ()발음도 사용할 수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남자의 완성된 소설은 의외로 훌륭했다.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제법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었다.

 

좋아 반응이 어떨지 인터넷에 업로드 해보자.”

 

인터넷에 올린 남자의 소설은 엄청난 조회수를 달성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소설을 봤다. 소설을 본 후 눈물을 흘린 사람, 웃는 사람, 화내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심지어 소설을 본 후 아픈 몸이 나았다는 사람도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자의 소설을 보는 동안 이상한 상황이 나타났다. 사람들의 발음이 이상해지는 상황이었다. 소설을 본 모든 사람들이 남자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에 빠진다. 말을 할 수 없는 발음 봇물처럼 늘어나더니 아예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마저 나타났다. 남자는 자신이 ()을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더 심한 일이 세상에 퍼진 상황이다.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남자는 알았다. 자신의 상황이 전파된다는 사실을.

 

난리 났다. 이러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말을 못할지도 몰라.”

 

남자는 서둘러 자신의 소설을 지웠지만 이미 늦었다.

남자의 소설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제한된 상황에서 쓴 소설을 만나도 말을 못하는 상황이 전해진다.

 

나도 어느새 ()을 쓰지 못한다. 어라? ()도 쓰지 못한다. 점점 더 늘어난다. 너무 성…….

이제, 더는, , 하자, , 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 ㅎㅎ

 

!

 

…….…….…….…….…….…….…….…….…….…….…….…….…….…….…….…….…….…….…….…….…….…….…….…….…….…….…….…….…….…….…….…….…….…….…….…….…….…….…….…….…….…….…….…….…….…….…….…….…….…….…….…….…….…….…….…….…….…….…….…….…….…….…….…….…….…….…….…….…….…….…….…….…….…….

 

!

출처 http://jooc.kr/contest/note.detail.html?nn=1003681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