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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늘도 막차처럼 돌아온다
게시물ID : lovestory_888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1/25 14:57:5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sLRwZtUNo






1.jpg

장이지출혈

 

 

 

주차장 골목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멀리 보이는

당인리 발전소의 굴뚝 연기

 

손가락 끝에 피가 맺힌다

피 흘리는 길을 따라

인생은 다리가 아프게 걷는 것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시를 쓴다는 거

그건 가치 있는 일일까

 

재미 삼아 유서를 쓰고

못난이들끼리 모여서 낄낄댄다

귀로에 들면

유서 품은 가슴만 서늘해지고

 

있잖아 멀리 보이는

당인리 발전소의 굴뚝 연기는

왜 그리 쓸쓸한 걸까







2.jpg

홍해리물새 발자국

 

 

 

사랑아너는 앞으로 걸어가는데

왜 자꾸 내게로 다가오고 있느냐







3.jpg

박상우버티는 삶

 

 

 

사막과

황무지와

무인도로 이루어진

나의 세계

 

갈증을 견디기 위해서는

한 잔의 물만

허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한 움큼의 먹이만

있으면 되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는

인간은 본디 섬이라고

믿으면 되느니

 

그런 삶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深海)에 빠져

염통과 뇌가 터질 듯 말 듯해도







4.jpg

도종환막차

 

 

 

오늘도 막차처럼 돌아온다

희미한 불빛으로 발등을 밝히며 돌아온다

내 안에도 기울어진 등받이에 몸 기댄 채

지친 속도에 몸 맡긴 이와

달아올랐던 얼굴 차창에 식히며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는 이 하나

내 안에도 눈꺼풀은 한없이 허물어지는데

가끔씩 눈 들어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는

승객 몇이 함께 실려 돌아온다

오늘도 많이 덜컹거렸다

급제동을 걸어 충돌을 피한 골목도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시간도 있었다

그 하루치의 아슬아슬함 위로

초가을바람이 분다







5.jpg

유홍준모래밥

 

 

 

공사장 모래더미에

삽 한 자루가

꽂혀있다 제삿밥에 꽂아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쉬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씨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먹어줄 사람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먹고 저승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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