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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오는 밤
게시물ID : readers_164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러먹은놈
추천 : 0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02 03:07:03
최악의 밤이다. 전혀 할 줄 모르는 술 담배가 관용구처럼 떠오르는 것을 보면 한계에 다다랐구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방에 누워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행복한 생각을 하며 억지로라도 잠들던 지난 날들이 마침내 쌓이고 쌓여 무너져 버릴 때가 왔는지 아무리 떠올려 봐도 행복한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빗겨 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조그만 것에도 금새 땀흘리고 열올려가며 쉴 새 없이 뛰어 대던 이 심장이 어느 순간부터 일을 멈추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내가 억지로 행복한 상상을 시작하던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신기하게도 심장은 뛰지 않건만 나의 몸은 오늘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마치 산 송장마냥, 숨쉬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밥 다됐으니 먹으러 와라."하는 늙은 할매의 소리가 우습기 짝이 없다. 세상 어느 누가 송장의 입을 벌려 밥을 떠다 먹이겠는가? 죽은 시황제도 죽고 나서는 밥 한술 뜨지 못했거늘 할매는 송장에게 식사를 차리는 멍청한 일을 하고 있다.

 친구는 여지껏 없었고 가족도 일하랴 공부하랴 곁을 떠나 있으니 지금이 관짝에 묻힐 절호의 기회이건만 어제도 오늘도 아침 해가 뜨면 눈을 떠버리는 이 썩어문드러진 몸뚱이는 도무지 쉴 생각을 않는다.

 문득 송장다운 것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었다. 죽은 송장이 심장 멎고 숨 않고 움직임 않는 것 처럼 산 인간이 심장 멎고 숨 않고 움직임 않는 다면 그것을 송장이라 말할 수 있는가? 스스로 묻고 답하려다 문득 깨닫고는 멈추었다. 내 질문에 내가 답한다 하여 어떤 발전이 있고 어떤 득이 있겠는가.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송장답게 생각을 멈추고 숨도 멈추고 그저 땅의 일부가 되듯 누워 아무것도 않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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