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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이버 뉴스서비스센터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사실 지난 총선 전까지만 해도 커뮤니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총선을 계기로 오유에 가입하고 그 이후엔 줄곧 눈팅만 하면서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네, 하면서 공감하며 보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글 남깁니다.
제가 일하던 당시에는 지금 네이버 대표를 맡고 있는 한성숙 씨가 서비스센터 본부장이었고, 지금 문재인 캠프의 SNS본부장을 맡은 윤영찬 씨가 센터장으로 계셨어요. 지금 저는 독립해서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구요. 뉴스를 통해 예전 지인들을 뵙게 되니 반갑기도 하고, 다들 각자의 위치가 달라진 걸 보며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기도 하네요ㅎㅎ
오유에서 네이버 관련 글을 볼 때마다 뭔가 뜨끔하기도 하고, 그래도 이건 아닌데 싶기도 했는데요, 우선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제가 아는 네이버 뉴스 편집자들은 많은 분들이 우려하듯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다는 거에요. 아무래도 네이버가 포털 1위이고, 이미 뉴스 미디어 쪽에서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는데요, 뉴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편집자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아서 뉴스를 바꾼다거나 한 쪽에 유리한 보도를 띄운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대개의 편집자들이 젊고,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진보적인 경향이 오히려 커요. 게다가 편집자가 한 둘이 아니라 수십명이다 보니 서로서로 감시하는 눈이 작동할 수 밖에 없구요.
회사를 그만둔 지 이제 2-3년이 지난 제가 현재 네이버 뉴스 편집자들의 성향까지 일일이 알 수는 없겠지만, 아직도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제 동료들을 보면 뉴스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너무 우려를 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이게 아니라 네이버 뉴스에 대한 관심입니다.
어제 오늘 보니 네이버 뉴스 댓글 분위기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저 역시 네이버를 그만둔 뒤에는 정치 기사 댓글 보기 싫어서 다음을 훨씬 더 열심히 들락날락 거리고 했는데(오죽하면 제 네이버 동료가 너 그럴 수 있냐며ㅋㅋ), 네이버에서 분위기 바꾸지 못하면 이번 선거 정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들 스마트폰으로 어떤 페이지를 보고 있나요? 네이버인가요 다음인가요? 여러분들의 부모님은 뭘 보고 계신가요? 다음인가요 네이버인가요? 개인적으로 네이버보다는 다음카카오에 대한 애정이 더 큽니다만(그리고 뉴스 보기도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만), DAUM에서 아무리 우리끼리 분위기 만들어봐야 네이버의 영향력엔 미칠 수 없는 게 사실이에요. 그냥 우리끼리 마음 편할 뿐이죠. 제가 일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PV(페이지 뷰)건 체류시간이건 네이버가 전체의 80% 이상 차지하니까요. 실제로 네이버 내부에서 공유되는 비교 자료를 보면, 네이버는 다음을 아예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록 격차가 압도적입니다.
댓글 조작을 하자는 게 아니라, 댓글로 분위기를 띄워 그들만의 대통령을 만들려는 세력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돈을 받고 일하건, 국정원 댓글부대건 간에 우리 스스로가 ‘네이버는 원래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듯 무시해버리진 말자는 얘기예요. 우리 스스로가 정직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그게 여론이 되고 그 여론이 결국 결론이 됩니다.
저도 어제부터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일부러라도 달고 있습니다. 호감과 비호감도 열심히 누르구요. 그게 제 정확한 의사 표현이니까요. 나와서 보니 네이버가 진짜 대단하긴 대단한 것 같네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모쪼록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박근혜 탄핵으로 시작된 수구기득권 적폐 청산의 흐름을 꼭 이어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D
모두들 따뜻한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