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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악몽으로 돌아올 이용규
게시물ID : baseball_889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BReport.com
추천 : 3
조회수 : 163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2/09 10:39:35

 
( 2015년 재기를 노리는 이용규, 사진: 한화이글스)

   2010년 8월 29일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박준수는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좌타자로 인해 악몽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 중 8회말 이용규를 상대로 박준수는 초구에 볼, 두번째 공에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으며 카운트 1-1을 만든다. 여기까지는 흔하디흔한 투수와 타자의 대결 과정. 이후의 상황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박준수가 만약 영화 ‘나이트메어’를 봤다면 영화 속 살인마를 떠올렸을 것이다. 꿈속에서 나타나 끊임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살인마, 해치운 것 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독하게도 따라오는 프레디를 말이다.

다시 이용규와 박준수의 승부상황. 박준수가 던진 3구는 볼로 카운트 1-2. 이후 4구에 파울로 2-2. 5구에 파울, 6구 다시 파울, 7구 파울, 8구 파울, 9구 파울, 10구 파울, 14구만에 이용규가 볼을 골라내며 볼 카운트 3-2상황. 그리고 19구까지 이용규의 계속 된 커트. 마침내 20구째의 이용규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박준수는 이미 기진맥진해졌다. 결국 박준수는 이용규 단 한 타자만을 상대하고 마운드를 송신영에게 넘겨주었다.

( 이용규-박준수 20구 승부 기록, 출처: 네이버 스포츠)

이 타석에서 보여준 경이적인 이용규의 커트 능력에 대해 야구팬들은 ‘용규놀이’라는 센스있는 별칭을 붙여 불렀다. 이용규는 이 ‘용규놀이’ 즉 압도적인 커트능력으로 이리 던져도 파울, 저리 던져도 파울을 만들어내며 최고의 리드 오프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덕분에 투수들은 이용규를 리그의 주요 장타자들만큼이나 두려워했다.

이용규의 통산타율은 0.294이지만, 통산 출루율은 0.377에 이른다.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8푼이 넘는다. 같은 외야수이며, 상위타순에 주로 배치되는 이종욱의 통산 출루율은 0.360이고 통산 타율은 0.292이다. 이용규와의 타율차이는 2리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의 차이는 1푼 7리의 차이를 보인다. (KT 이대형 AVG. 0.269, OBP 0.329)

이용규의 출루율은 클린업 타순에 배치되는 주요 장타자들과 비교를 하면 그 대단함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부터 풀타임 주전 선수가 된 최형우의 통산 출루율은 0.385,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까지 기록한 통산 출루율은 0.395이다. 이용규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투수들이 직접적인 승부를 피하는 경향의 홈런 타자들로, 그들의 출루율을 높이는 데는 투수들의 소극적인 투구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용규가 놀라운 점은 바로 이점이다. 출루를 시키면 곤란하다는 마음가짐의 투수들을 누르고 10번 중 4번 가까이 출루 했다는 것이다. 

이용규는 단순히 커트능력이 좋아 이런 출루율을 얻어 낸 것이 아니다. 그는 삼진을 최소화하면서 볼넷을 얻어내는 뛰어난 선구안도 있었다. 물론 그의 삼진을 최소화 시키는 데는 뛰어난 커트능력이 큰 몫을 했지만 말이다. 이용규는 2008년 이후 단 한번도 볼넷보다 많은 수의 삼진을 당한 적이 없다. ‘용규놀이’가 절정에 이르렀던 2011년에는 1.9라는 무시무시한 BB/K를 기록하기도 했다.(이용규 통산 BB/K 1.12, 이종욱 통산 BB/K 0.79, 양준혁 통산 BB/K 1.40) 

KBO 11년간 이용규가 얻어 낸 볼넷은 488개이다. 이대호는 11년간 475개를, 최형우는 7년간 400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이용규로 인해 투구 수가 늘어나는 투수들은 차라리 볼넷을 주고 빨리 1루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호, 최형우와는 달리 이용규에게는 통산 257개의 도루를 만들어 낸 주력도 있다. 결국 투수들에겐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존재가 이용규였다.

그랬던 이용규가 2013년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잠깐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FA 당해년도에 당한 회전근 부상으로 인해 그의 FA계약난항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한화 이글스는 67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이용규를 영입하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2014년은 이용규에게 아쉬움을 남긴 한해였다. 회전근 부상으로 사실상 외야 수비가 불가능했고 8개월 정도 재활기간이 예상되었으나 이용규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 이글스는 이용규의 타격과 출루능력을 살리기 위해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로 활용한 것이다. 이는 김태완과 최진행이라는 장타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이 선택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표면적인 기록 상으로 이용규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0.288의 타율을 기록했고 출루율은 0.385에 달했다. 하지만 23번의 도루시도 중 11번의 도루 실패를 기록하는 등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부상의 여파가 느껴졌다.            
이용규는 KBReport.com이 제공하는 k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에서 -0.51을 기록했다. 결국 이용규 보다는 대체선수, 쉽게 말해서 리그 평균 후보 선수가 이용규를 대신해 뛰는 게 더 나았다는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2014년 이용규의 선구안과 커트능력은 여전했다. 그의 출루율(0.385)과 볼넷(52), 삼진(46)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이용규의 BB/K는 1.13으로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다.

2015년은 한화의 야수진이 마침내 전력으로 가동되는 시기이며, 김성근 감독의 영입으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용규가 부상없이 제 실력을 발휘해야만 외야수비의 안정과 함께 전년과 같은 비효율적인 라인업 운용을 탈피할 수 있다. 이용규가 부상에서 온전히 회복한 후, 수비와 타격을 동시에 하면서 경기감각을 끌어올린다면 그의 ‘용규놀이’는 홈런보다 더 무서운 투수들의 악몽이 될 것이다.

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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