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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창고
게시물ID : panic_889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망고
추천 : 25
조회수 : 28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04 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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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회먹으러 갔다가 납치당할뻔 한 경험담 작성자입니다.
 
원래는 회센터사건의 실제 장소를 위성사진을 통해서 설명드리려고 했으나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럴 필요가 없어진것 같네요
 
약속드린대로 오늘은 군대에서 겪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도 본인이 겪은 100% 실화이며 과학적으로 이해가 안되시더라도
본인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를 적은 경험담이므로 너무 논리만을 찾지 않으시길 미리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편의성을 위해 음슴체로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쓰다보니 중간부터 경어체로 바꼈네요..)
 
필자는 귀신을 믿음.
초등학교 5학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귀신을 경험하였음.
그래서 귀신을 맹신하진 않지만 비과학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고 있음.
 
먼저 밝히지만 본인은 군생활을 8사단 21연대 연대본부에서 하고 있었음
(필자가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1기계화보병여단으로 개편되었음)
 
때는 2008년 6월 20일 
필자가 일병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 였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0&sid2=267&oid=001&aid=0002138727
(정확한 사건일자를 기억하기 위해 과거 뉴스를 좀 뒤져보았습니다.)
 
그 날은 우리부대가 연대 전술훈련(RCT)를 하고 복귀하는 날 이었음
그 때 훈련은 군단장이 직접 시찰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규모나 내용면에서 많이 빡센 훈련이었음.
6월의 이른 장마도 겹쳐서 5일 중 마지막 날을 제외한 4일동안 비가 왔음.
 
24텐트의 반이 침수되어서 잠을 못잔 기억도 있고
오밤중에 비를 피해 텐트로 들어온 지네가 동기의 귀에 들어가서 3사단 의무대도 다녀온 기억이 생생함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타 군인, 통칭 아저씨들을 만나는 것 이었음.
군단 특공대에서 군견병도 파견나왔고
사단 전차대대에서 전차도 몰고왔음.
 
연대본부의 본부중대 그것도 본부 행정병이다 보니
연대전술훈련에서 그런 아저씨들과 직접적으로 많이 만났음.
 
특히 K-1전차를 직접 보니까 너무 멋있는거임
전차병 아저씨들한테 취사병을 통해 얻은 부식을 나눠주고
담배도 같이 피면서 친해짐
 
그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전차에 올라도 가보고
내부 구경도 함
 
군견병아저씨랑도 친해져서
몇번 대화도 하고 군견한테 물도 먹여봄
대화하다보니 내 대학교 동기놈이랑 같은 부대임
 
여튼 힘든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날
훈련지 뒷정리를 위해 본인 분대가 남았음.
 
그 말인즉슨 행군을 안한다는 것임.
너무 신남 이상하게 텐트 핀이 쏙쏙뽑히고
상동도 전혀 무겁지가 않았음
 
그렇게 훈련지 뒷정리를 끝내고 육공(혹은 두돈반)에 올라탐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니까 먼저 출발해서 걷고 있는 부대원들이 보임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걷고있는 선임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고 가볍게 손 한번 흔들어줌
어차피 그게 우리인지 못알아봄
딱 그때까지만 신이 났음.
 
10분 가량 더 갔는데 차가 서행하는거임.
해가 막 지는 무렵이라 앞에 상황이 잘 안보임.
 
수 많은 사이렌이 번쩍번쩍 하는것만 어렴풋이 보였음.
차가 아주 멈춘건 아니고 계속 서행을 했는데
 
드디어 사건의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음.
논두렁에...
전차가 뒤집어져 있음...
 
4~5시간 전에 이미 엎어졌다는 거임.
선탑으로 탑승해 있던 행보관이 거기 있던 간부에게 물어봄.
 
서행하는 전차 때문에 답답해 하던 마티즈 운전자가 추월을 했는데
그 순간 반대차선에 차가 있었고 그 차를 피하기 위해 전차 바로 앞으로 껴드는 바람에 
놀란 운전병이 피하려고 옆으로 추락했다고 함.
 
그 당시에 두명 즉사에 한명은 중상이라고 들었음.
와... 저 전차.. 분명 몇 시간 전에도 나랑 얘기하고 웃던 그 사람들 중 누군가 죽은거임
바로 저기에서...
 
행군미참여로 들뜬 내 기분은 이미 침울해짐.
그렇게 8시 무렵 부대에 도착함.
 
도착하니 다시 바빠짐
차량부족으로 타 부대에서 빌려온 수송차량에 실린 짐은 오늘 내려야했음.
30분 정도 걸려서 다 내림.
 
행정반에 보고하기 위해 가는 길에 군견병 아저씨들을 만남.
전차병 아저씨들 사고난거 잠깐 얘기하고 같이 침울해 함.
 
그 아저씨들도 부대 복귀해야하는데 차가 안와서 우리 부대에 와 있는거라고 들었음.
그리고 저녁을 먹고 복귀차를 타고 간다는데
 
군견을 식당에 데리고 갈수가 없어서 고민중이라고 함.
나는 근처에 있는 신창고(부대에서 제일 큰 창고이며 신식 창고, 지은지 얼마 안되 신창고라고 불렀음, 발음은 "신창꼬")
근처의 나무에 묶어 두라고 함
 
그 쪽 길은 나 또는 나를 포함한 사람이 아니면 갈 일이 없는 길이었음
왜냐하면 그 창고의 키는 하나이며 그걸 가지고 있는 병사가 나였음.
 
저기 묶어두면 누가 지나가다가 건들거나 할 일 없을 거라고 함.
그 아저씨를 군견을 거기다 묶어두고 밥을 먹으러 감.
 
자세한 설명을 위해 그림을 첨부하겠음.
 부대.png
 
위 그림의 빨간 동그라미에 수령이 오래된 큰 잣나무 들이 있었음
지상에서 수관까지의 높이만 해도 4m는 넘는 오래된 나무였음.
(지금은 저 자리에 신식 식당이 있음)
 
아저씨들과 바이바이 하고 중대에 복귀했는데
행보관이 자기가 지금 갈아입을 팬티가 없다면서
보급팬티 하나 가져다 달라고 함.
 
팬티는 신창고에 있음.
자대생활 하면서 거길 밤에 가본적은 한번도 없음.
 
일단 땅이 고르지 않아 위험함.
그림에도 보이는 파란색에 해당하는, 사람키 높이의 도랑도 파여있고
거리가 꽤 멈
 
게다가 창고 앞에 텐트며 공구들 같은 짐들이 엄청 산재해 있다는 거임.
제일 큰 문제는 난 거기서 한번 죽을 뻔 했었음.
 
같은 해 3월에 행보관이 바뀌면서 중대 재물조사에 착수함.
창고를 다 까는 일이었기에 그 날도 신창고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음.
막 전입온 막내도 있었고 탈영했다가 잡혀서 전출 온 관심병사도 있었고 행보관도 있었음.
 
창고 높이가 천장까지 7m는 되었는데
철제 프레임으로 만든 5단선반이 있고 각 단마다 상자를 하나 씩 넣어두는 형태임.
 
바보 같이 위에 물건 부터 내려야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안정적인데
쉬운 아래상자부터 내려 놈.
 
마지막으로 제일 위에 올려둔 상자를 내려야함
둘이서 프레임 양쪽으로 올라가서 한 손으론 매달리고 한 손으론 상자를 꺼내려고 했음.
 
상자를 들어서 아래 병사에게 전달해 주는 순간.
무게중심이 위에 있던 프레임이 기울기 시작함.
 
우린 일단 손에 든 상자를 놓았음.
상자는 바닥으로 추락해서 터짐.
 
그러나 이미 늦었는지 계속 기울음.
나랑 내 옆의 후임놈 뛰어내림.
 
높이가 5m는 됬을 진데 다행이 방금 떨어뜨린 상자 내용물이 옷가지였음.
착지 충격은 별로 받지 않았으나
우릴 덮쳐오는 프레임에 깔리면 끝장임.
 
그래도 높이가 제법 있었던지라 그나마 조금 천천히 기울었는데
그 때 상자들이 놓여있던 프레임 사이의 빈공간이 눈에 들어옴
난 팔다리를 모아서 웅크림.
 
진짜 운 좋게 프레임사이의 빈 공간에 몸이 쏙 들어감.
같이 떨어진 후임놈도 마찬가지 였음.
 
그 때 창피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울었음.
행보관도 우리한테 엄청 사과하고 오뚜기 회관 데려가서 포천이동갈비 먹여줌
 
여튼
 
그렇게 죽을 뻔 한 기억이 있는 창고라 언제나 찝찝했음
하지만 군인이 까라면 까야지 어쩔 수 없었음.
 
손전등 제일 큰 놈으로 찾아서 출발함
나무 근처로 갔을 때 갑자기 군견들이 엄청 짖음.
 
나는 나땜에 짖는줄 알고 계속 개님들에게 용서를 빔
미안하다고 하면서 최대한 거리를 벌려 지나왔는데
창고 앞에 도착해서 가만히 들어보니까 개들이 창고쪽을 향해 짖는거임.
 
보름달이 뜬 밤이었지만 이른 장마로 인해 달님은 실종상태
손전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말그대로 칠흙같은 어둠이었음.
 
열쇠로 자물쇠를 열고 창고문에 칭칭 감겨있는 쇠사슬을 푸는데
그 쇠끼리 부딫히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림.
 
창고를 들어가면 딱 두 갈래임 오른쪽은 각종 보금품들
왼쪽은 텐트물자 및 큰 물건들을 두는 곳이었음
난 오른쪽으로 꺽음.
 
 
의류보급품을 넣어둔 상자는 의류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이유만으로 위에서 두 번째에 있었음
앞서 말한 프레임 붕괴사고이후 무거울수록 아랫단에 놓였음.
 
손전등이 너무 커서 한손에 들고 올라가기엔 무리임.
그래서 상자가 있는 곳을 비추게 조절해서 놔두고 프레임위로 기어 올라감.
 
생각해보면 그 위험한 곳을 하루에 몇 번씩 타고 댕김
그래서 유격왕을 먹었나 봄.
 
아무튼 다 올라가서 상자 옆구리 틈에 손을 넣고
팬티가 나올 때 까지 잡히는 대로 뺌.
 
그런데 이 팬티 녀석 어디 숨었는지 나올 생각을 안함.
매달려 있는 팔에 힘이 조금 빠졌을 때 팬티 녀석이 나옴
 
팬티봉다리를 입에 물고 내려가려는데 창고 문앞에서 발소리가 들림.
처음에는 별 개의치 않게 생각함
 
 
그런데 그 전투화 소리가 좀 빠름...
 
뛰는건 아닌데 빠른 걸음임.
 
창고로 들어오는 소리...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소리...
 
다가오던 발소리가...
 
발소리가 내 뒤 아래에서 멈춤...
 
난 뒤를 천천히 돌아봄...
 
 
 
 
손전등때문에 역광이라 누군지 전혀 보이지 않으나
분명 누군가 서있음.
 
난 누구냐고 물었으나 대답을 안함.
와...진짜 마네킹 마냥 서 있으면서 앞 뒤로 천천히 흔들거리는게
 
좀비물에 나오는 좀비같았음..
못내려가겠음.
아니 내려갈 수가 없었음.
 
어둠이 짙게 깔린 한밤중에 외진 창고에서.. 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무언가를 만난거임.
밖에서는 개가 끊임없이 짖고.. 손에 힘은 빠져가고..
 
그 상대가 대답해주길 간절히 바라며 계속 누구냐고 물어봄.
아마 중대원 전원+아는 간부 전부의 관등성명을 물어봤을거임
 
도움을 청할 생각인 진즉에 버렸음
예전에 창고정리 할 때 장난삼아 시도해 봤는데
창고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몇 m 만 멀어지면 안들림.
 
종교도 없는 나는 알고 있는 모든 신에게 빌었음.
이제 양팔에 힘이 없음
 
그 쯤 되니 사람이 체념하게 된단걸 알게 됨
내려갈 수 밖에 없구나 하고 마음을 먹는 찰나
의류보급상자 아래칸에 뭐가 있는지 기억남.
 
여름에 덮고 자는 이불인 포대가 있었음.
그 국방무늬의 살짝 비닐같은 느낌의 얇은 천.
군필자들은 이렇게 말하면 거진 다 알거임.
 
오른손을 뻗어 천을 잡고 흩뿌림
귀신이나 좀비한테 통할진 모르지만 시야를 가리고 도망가겠다는
나름 절박한 상황에서 짜낸 전략임
 
정체를 알수 없는 그것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포대가 덮치자 거짓말처럼 사라짐.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난 손전등 챙길 생각도 못하고 창고에서 뛰쳐나와
중대로 미친듯이 달렸음.
(난 왜 맨날 미친듯이 달릴까...)
 
행정반에 들어선 나를 보고 행보관이 놀람.
뭔 땀을 그렇게 흘리냐며...
 
지금부턴 행보관과 나의 대화임
(대화 부분 때문에 여기서 부터 갑자기 경어체;;;)
 
행: "야 왜 헥헥거려?"
 
나: "행보관님 여기 팬티 가져왔습니다."
 
행: "어 그래 고맙다. 금방가져왔네"
 
나: "저.. 말씀하신지 한 30분은 지났지 않습니까?"
 
행: "뭔소리야 손전등 들고 나간지 5분만에 왔구만"
 
나: "네?"
 
난 군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네?를 써보았고
행보관은 이 녀석이 맛이 갔구나 라는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분명 뛰어갔다오면 5분도 안걸릴 거리이긴 하다만
난 시간감각이 좋다.
못해도 30분은 지났다.
절대 5분만 지났을릴가 없다.
 
내가 재차 물었으나 옆에 있던 당직병과 탄약반장도 행보관말에 동의했다.
귀신을 봤다고 하면 정신나간사람 취급을 받을까봐
경례 후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침상에 앉아서 군화를 벗었는데 젖어있다.
양말을 벗었는데 양말이 피범벅이다.
 
놀란 선임들이 뭐라고 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바지를 벗어보니
정강이가 찢어져있다.
창고에서 뛰어나오면서 창고앞에 쌓아둔 짐들 어딘가에 걸려 찢겨진 모양이다.
 
분대장이 의무대 가라고 했으나 난 싫다고 했다.
왜 안가냐고 물어서 무섭다고 그랬다.
 
부대원들은 안다
나는 알보칠도 안아파해서
내가 입병났을 때 서로 발라보겠다며 즐거워했다.
 
그런 내가 무섭다니까 분대장이 진지하게 뭐가 무섭냐고 물었다.
난 조금 전 겪은 일을 말했다.
 
몇 몇 선임들은 거짓말 하지 말라 그랬으나
고참들은 매우 놀라워했다.
 
자기들이 막내였을 때 거기서 귀신 본 선임이 있다고 얘기해줬다.
분대장은 침착하게 3명을 뽑아 같이 의무대에 다녀오게 했고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랑 자신은 신창고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난 가지 말라고 그랬으나 분대장이 좀 무서운 사람이라
강압적인 눈빛을 받고 순순히 의무대로 향했다.
 
깊게 찢어진게 아니라서 마취없이 봉합수술을 하고
붕대를 감은 뒤 중대로 돌아온 시간이 아마 10시 쯤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창고를 간다던 분대장과 분대원들은 모두 멀쩡히 생활관에 있었고
분대장은 창고에 가서 본 것을 말해 주었다.
 
손전등은 가만히 한쪽 위를 비추고 있었고
바닥에 포대가 흩뿌려져 있으며 문은 열려 있었다고
 
정확이 내가 기억하는 창고의 모습이 맞다.
창고 자물쇠는 열쇠없이 누르면 잠기는 방식이라
문 닫고 자물쇠를 채우고 돌아왔다고 했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행군인원이 복귀후 간단한 정비 까지 마쳤을 때
약식점호를 진행하였다.
 
다리를 다친 것 때문에
중대장 소대장 행보관에서 3연속으로 쓴소리를 들었고
점호를 마치고 눕는 순간 정신을 잃듯이 잠들었다.
 
다음 날.
토요일이었으나 훈련 후 정비로 부대는 바빴다.
 
나도 다른 인원들이 창고에 짐을 넣기 전에
문도 열어두고 포대 정리도 할겸
동기 한명과 함께 창고로 내려갔다.
 
열쇠로 창고 문을 열었는데..
와.. 방금 풀어서 손에 들고 있던 쇠사슬을 그대로 놓쳤다.
 
오른쪽, 그러니까 어제 내가 그 이상한 경험을 했던 그곳은
뭔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프레임 위에 놓여 있어야 할 박스나 그 내용물들의 반 정도가 바닥에 엎어져서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방금 열었던 자물쇠는 분명 잠겨있었다.
누군가 들어올 수 없다.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할 수도 없다.
 
분대장과 고참들의 장난이라면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이 데려온 동기는 어제 남아있던 그 한명이었다.
(만약 제가 쓴 회센터납치사건 글을 보신 분이라면 누군지 아실 겁니다.)
 
그 놈 말이 분대장 일행은 내려간지 10분만에 왔다고 한다.
나처럼 뛰어갔다 온게 아니라면 천천히 걸어가서 둘러보고 올라오기에 딱 맞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분대장 일행이 장난친 거라고 믿고 싶었다.
 
당시 귀신보다 어질러진 창고때문에 혼나는게 더 무서웠던 나는 곧바로 치우기 시작했으나
동기녀석이 뭐 가질러 나갈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일주일 넘게 의무대에 입실했다.
 
그 뒤 한 달 동안 장마였다.
그래도 창고에는 하루에도 수 번씩 다녀왔다.
물론 절대로 혼자가지 않았고
갈 때마다 그 으스스한 느낌은 남아있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달쯔음 지났을 때
부대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낸다고 했다.
 
우리 21연대는 내가 전입오기 전 부터 사건사고가 많았다.
특히 사망사고는 일 년에 몇 번씩 있을 정도였다.
 
기억나는게 승진훈련장에서 통신병이 선 작업하다가 벼락을 맞고 추락한 것
3대대 간부랑 병사 3명이 순차적으로 자살한 것
심지어 사단이나 군단에서 파견나온 병사들도(전차병 아저씨 포함)
다치거나 죽는일이 벌어지자 위에서 위령제를 지내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보다.
 
위령제 당일은 맑았다.
목사님, 스님, 신부님, 그리고 무녀가 차례로 기도와 제를 올렸다.
 
연병장에 도열한 우리는 계속 절을 했고
그렇게 위령제는 한 시간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창고의 으스스한 기분이 없어졌다.
연대 내부의 사고도 줄어들었고(사건은 안줄었다)
 
신기하게도 창고 내부의 분위기가 바뀐 뒤론 편안하게 가게 되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겨울이 되었을 때는
한밤중에 동초 돌다가 짱 박혀서
라면도 끓여먹었다.
 
2년 동안 끊임없이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정도 많이 붙었다
 
전기를 끌어와서 전구도 설치했고
오디오도 가져다 두었다.
 
뭔가 내 열쇠없이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역하는 날 아침
전역신고 후 창고로 향했다.
 
담배 세개를 피면서 한참동안 둘러본 뒤
위병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쓴 글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조금 더 길게 썼습니다.
 
글이 길어지니까 좀 루즈해지는것 같은데
뭐 워낙 글재주가 없는 놈이라..
 
그래도 앞으로는 음슴체는 지양해야겠네요
호흡이 딱딱 끊기는게 별로인듯 합니다.
 
이 일도 100% 실화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인데
그 죽은 전차병 아저씨가 생전에 본 사람들 중 가장 최근에 봤던 저를 찾아온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너무 억울하게 죽었으니 한을 풀고 싶었을 지도 모르죠
 
그래도 귀신보다 무서운게 사람이라고
제가 느끼기에 회센터 사건보다는 무섭지 않네요
 
사진도 그림이 아니라 실제 위성사진을 쓰고 싶었으나
정보유출 뭐 이런거에 혹시나 걸릴까봐 그림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럼 다음번에는 초등학교 때 있었던
"귀신을 본 것 같은" 경험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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