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불친절한 개소리] 승부욕
게시물ID : panic_88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wangGaeTo
추천 : 14
조회수 : 207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04 17:03:56
A와 B는 어렸을때부터 정말로 친한 친구였다.

부모님 4분이 모두 같은 동네 친구에, 같은 학교를 나온 사이인데다가

A,B 역시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선 모르는게 있을래야 있을수가 없었다.

여자친구 문제며, 학교문제며, 일진들 엿먹이는 일까지 둘은 정말로 잘 맞는 친구였다.


그런 둘에겐 버릇이 하나 있는데,

가끔 사소한 일로 내기를 거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내기란 그들에겐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내용은 별거 아닌 것이 대부분이었다.

중간고사 성적 더 잘 맞아오기

쓰레기통에 깡통 더 멀리서 던져넣기 같은거부터 시작해서

직접적인 표현없이 여자친구한테 먼저 차이기

노처녀 수학선생이 오늘 선보는 남자와 영화를 볼지 안볼지 같은 것도 내기에 들어갔다.

그들에게 내기는 주고 받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우정을 증명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둘의 내기는 갈수록 더 넓고 하찮은 것도 포함했다.

길에서 먼저 동전 줍기, 눈감고 사탕 골라서 하나있는 딸기맛 먼저 고르기,

옆반 여자아이의 팬티색깔 맞추기, 자갈밭에서 표시한 자갈 먼저 찾아오기 등등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기의 승자는 언제나 A였다.

B가 밤새워 공부를 해도 시험기간 내내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진도는 거녕 링거를 꽂은체 시험을 본 A보다 성적이 아래였고

A가 던진 깡통은 희한하게도 어디를 맞고서라도 B보다 먼 거리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야 우연이라 쳐도 A는 질줄을 몰랐다.

팬티색깔 내기를 하자마자 A 앞에서 야무지게 슬라이딩을 하는 여학생이나

단번에 딸려 나오는 딸기맛 사탕 같은건 우연이라고 치기엔 너무 신기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A가 운이 좋은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운이 나쁜 축에 들어갔다.

길을 걷다가 쏟아지는 오수를 맞거나

지하철에 가방을 두고 내리거나

머리에 새똥이 떨어지거나

껌이 붙거나, 찢어지거나, 잃어버리거나, 시험에 떨어지거나...

이런건 온통 A의 담당이었다.

반대로 평소에 B는 운이 좋은 축에 들었다.

한장의 응모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여행 중에 들린 카지노에서 1달러로 돌린 슬롯머신에서 여행경비의 10배가 넘는 돈을 따기도 하고

기술시험 같은건 한번에 척척 붙었다,


그러나 이 모든게 둘의 내기라는 굴레에 들어가면 정반대로 바뀌었다.

똑같이 응시한 자격증 시험을 내기로 걸자

한달 벼락치기한 A는 붙고, 1년을 준비한 B는 떨어졌다.

이게 반복되자 B는 A와의 모든 일을 내기로 바꿨다.


밥값을 내는 것부터, 숙제에, 시험에, 잠자는거, 쉬는거 전부 내기를 걸었고

A는 진지하게 B를 말렸지만 B의 서슬퍼런 집념에 어쩔수 없이 내기에 응할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내기에서 B는 단 한번도 A를 이기지 못했다.

다만, 다행히도 둘의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전철역 플랫폼에서 두사람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B가 다시 내기를 걸었다.

야, 내기하자.

또? 그만하자? 매번 이상하게 이기니까 나도 기분이 별로다,,,

닥쳐 ㅋㅋㅋㅋ 넌 선택권이 없어 ㅋㅋㅋㅋ

미친X ㅋㅋㅋ 그래, 뭘로 할래?

글쎄? 뭐가 좋을까?

B가 A에게 말했다. 

일단 내기는 성립한거다. 맞지?

성립이다 병신아. 이번엔 뭘로 지려고 그러냐 ㅋㅋㅋㅋㅋ

이번 내기는 내가 무조건 이긴다. 그러니 나 축하할 준비나 해라

내기 내용이나 말.....



이번엔 자기가 이겼다는 B의 득의양양한 미소와 함께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