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에는 서건창(넥센)이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았고, 앤디 밴 헤켄(넥센)이 7년만에 20승을 올린 투수가 되었으며, 박병호(넥센)는 11년만에 50홈런의 주인공이 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이병규(LG)의 통산2000안타, 홍성흔(두산)과 이호준(NC)의 통산 1000타점, 이대형(KT)의 통산 400도루, 정대현(롯데)의 100홀드를 기억하는 팬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2000안타와 400도루는 역대 4명, 1000타점은 역대 11명, 100홀드는 역대 7명만이 달성한 엄청난 업적인데도 말이다. 프로야구도 어느덧 34년차를 맞은 만큼, 누적 기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2015시즌에 달성이 가능한 누적 기록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배영수 – 130승, 2000이닝, 2000피안타
한화 이글스 배영수 [사진 출처=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배영수는 2014시즌이 끝난 뒤 열린 뜨거운 스토브리그에서도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푸피에(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던 배영수가 삼성을 떠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더 이상 그에게 푸른 피는 흐르지 않지만, 그의 질주는 2015시즌에도 계속된다.
130승(현재 124승, D-6승)
비록 배영수는 더 이상 푸른 피의 에이스가 아니지만, 그의 기록 행진은 계속된다. 배영수는 현재까지 124승을 거두며 현역 투수 중 통산 승리 1위(역대 공동 8위)에 올라 있다. 2000년 데뷔해 2001년부터 선발로 자리잡아 연평균9.5승을 올린 배영수는 단 6승만 추가하면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단 5명만이 달성한 130승 고지를 밟게 된다. 2015시즌 한화의 주축 선발 투수로 뛸 확률이 높은 배영수인만큼, 2015시즌 중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역대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투수는 210승의 송진우이기에 배영수가 따라잡기 쉽지 않지만, 역대 2위이자 우완 최다승 투수인 정민철의 161승은 배영수가 노려볼만한 기록이다. 정민철의 161승에 도달하기 위한 승수는 37승, 배영수가 2015시즌 달게 될 등번호와 같다.
2000이닝(현재 1837 2/3이닝, D-162 1/3이닝)
배영수는 승리 부문뿐 아니라, 이닝 부문에서도 현역 1위(역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4시즌까지 무려 1837 2/3이닝을 던지며 2000이닝에 162 1/3이닝만을 남겨두고 있다. 배영수가 162 1/3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무려 10년 전인 2005시즌(173이닝)이지만, 한화에서는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할 것이 유력하기에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시즌 막판 달성을 노려볼 수 있다.
이닝 부문 역대 1위는 유일무이한 3000이닝 기록 보유자인 송진우(3003이닝)이며, 역대 2위는 우완 최다이닝투수인 정민철(2394 2/3이닝)이다. 우완 최다이닝투수의 자리는 수 년 내에 노려볼 만 하지만, 송진우의 기록은 150이닝씩 8년 가량을 던져야 따라잡을 수 있기에 역대 1위 타이틀을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배영수는 1800이닝을 돌파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3000이닝 도전 의사를 밝혔다.눈 앞에 보이는 2000이닝, 하지만 배영수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00피안타(현재 1968피안타, D-32피안타)
피안타는 투수에게 있어 썩 달가운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피안타는 피할 수 없는 기록이며,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감독과 코치들이 ‘볼넷을 줄 바에는 안타를 맞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듯, 마냥 부끄러워할 기록은 아니다.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를 영입한 후 인터뷰에서 배영수를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수’라고 지칭한 바 있다. 실제 배영수는 2014시즌 무려 171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사사구는 단 44개만을 내줘 9이닝당 3개 이하의 사사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타자와 정면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영수는 2014시즌까지 1968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2000피안타에 32개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2015시즌 중 달성이 유력하다.
역대 2000피안타를 기록한 투수는 송진우(2718피안타), 정민철(2194피안타), 김원형(2179피안타) 등 단 세 명이며,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투수들이다. 배영수는 수 년 내에 정민철의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배영수 본인은 그 시기가 최대한 늦춰지기를 바랄 것이다.
임창용 - 200세이브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사진 출처=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2014시즌을 앞두고, 오승환의 데뷔 이후 마무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던 삼성의 뒷문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삼성의 굳건한 마무리였던 오승환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NPB의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것이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임창용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돌 치우니 뱀 나왔다’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비록 2014시즌 중반 이후 급격히 무너지며 무려 9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31세이브를 따내며 32세이브의 손승락(넥센)에 이어 세이브 2위를 차지했다.
200세이브(현재 199세이브, D-1세이브)
1997~2000년에 4시즌 연속으로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특급 마무리였던 임창용은 복귀 첫 해부터 30세이브를 돌파하며 KBO 통산 199세이브를 기록했다. 역대 3명만이 기록했던 200세이브에는 단 하나의 세이브만이 남은 상황. 2014시즌의 부진에도 류중일 감독은 2015시즌 임창용을 마무리 투수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200세이브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임창용이 200세이브를 달성한다면, 김용수에 이어 KBO 역사상 두 번째로 100승-20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가 된다.
현재 세이브 부문 역대 1위는 277세이브의 오승환이며, 2위 자리는 김용수(227세이브), 3위 자리는 구대성(214세이브)이 차지하고 있다. 임창용이 2014시즌만큼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김용수를 넘어 역대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안지만 - 150홀드
삼성 라이온즈 안지만 [사진 출처=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안지만은 수 년째 리그 최고의 중간 투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은 리그 최고의 불펜진을 보유했기에 리그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설 수 있었고, 그 중심에는 안지만이 있었다. 마무리 투수가 아님에도 웬만한 마무리 투수 이상의 실력을 가진 안지만의 존재는 삼성 이외의 팀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다. 2014시즌 이후 삼성과 4년간 65억이라는 거액의 FA계약을 맺은 안지만은 2015시즌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150홀드(현재 135홀드, D-15홀드)
2014시즌까지 안지만은 135개의 홀드를 따내며 류택현(122홀드)를 넘어 홀드 부문 역대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안지만이 올리는 홀드는 하나하나가 KBO의 역사이며, 2015시즌 15홀드를 올릴 경우 그 누구도 밟지 못했던 150홀드 기록의 정복자가 된다.
안지만의 뒤를 쫓고 있는 선수들은 이상열(118홀드), 정우람(117홀드), 권혁(113홀드) 등이 있으며,특히 정우람의 경우 안지만보다 나이가 어리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왔기에 추격하는 정우람과 도망가는 안지만의 대결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