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뭐 들리기로는 생각보다 짜릿하다고 하다고 말하던데 그런건 모르겠고 슬프고 가슴아프던데? 어쨌든 걔는 나한테 죽임당할만한 짓을 했다고. 그게 중요한거지. 일단 우리 얘길 들려줄테니 듣고서 판단해보라고.
나는 그녀와 4년을 만났어. 우리는 대학교, 그것도 과 CC 였지. 나는 막 복학을 했고 그녀는 신입생이였어. 적당한 키, 커보이는 가슴, 굴곡이 있는 몸매와 하늘로 치솟은 엉덩이. 정말 섹시해보였다. 아마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였겠지.
허나 나는 전역한지 이주밖에 되지 않아서 머리가 짧았고 그로인해 자신감도 많이 부족해서 멀리서 지켜만 봤어. 미친 행보관이 말년휴가를 나가는데 6미리로 밀어버렸기 때문에...씨발
아무튼 그녀와 사귀게 된 건, 그로부터 일년이나 걸렸다. 이학기 때 머리를 좀 기르고나서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겨서 그녀를 기숙사 밖으로 불러 고백했지. 뭐 결과는 당연히 차였고. 콧대 높은건 누구나 다 알아줬으니까.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속을 잡고 만났다. 고백을 했지만 또 차였지. 한번 차인걸로 부족해서 또 차이려고 고백했나.
무튼 그리고나서 그녀와 나는 다음 해에 학교에서 다시 만났지. 그녀가 나를 거절하고 불편해할까봐 평소대로 장난끼 많은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잠깐잠깐 보였던 배려라던가 그런것들 때문에 내게 혹 했는지... 뭐 그렇게 해서 사귀게 되었어.
그녀와 나는 추억이 많았어. 4년 동안 외국에서 같이 살고 미국도 놀러가고.
근데 문제는 이 때 발생했지. 우리가 같이 유학을 갔을 때, 나는 사정상 한 학기만, 너는 한 학년을 있게 됐는데 내가 한국에 있는 사이에 네가 좀 문란하게 놀았던거지. 뭐 바람도 폈고.
증거? 니 노트북 구경하다가 사진 봤거든. 거기에 니 그 남자랑 키스하고 사진찍은거 있더라. 씨발..욕이 저절로 나오더라. 야 니는 나랑 키스하면서 사진 절대 안찍을라고 그렇게 난리치더니 몇번 본 사람하곤 그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큰 이유는 필요없더라. 너는 나를 무시했어. 진짜 서운하더라. 야 너 그러고 지낼동안 나는 내 용돈 모아서 커플링 할 돈이랑 기념여행 갈 돈 모으면서 먹고싶은것도 못먹었고 추운겨울에 돈 한푼이라도 더 주는 아르바이트 했는데..
내가 니 생각하며 일할동안 넌 다른 남자랑 그러고 놀았냐? 넌 죽어도 할 말 없어. 그렇지?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남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그 사람 눈에선 피눈물이 나야지 아무렴.
그래 일단 죽일 이유가 생겼으니 이제 과정만 잘 준비하면 된다. 걸리든 말든 상관없어 넌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해.
일단 하나씩 정리하자고. 니가 나한테 써줬던 편지부터 다 태워버렸어. 가식적인걸 알게되니 편지 내용도 다 역겹더라고. 그리고- 너는 사진 찍는걸 정말 좋아했지 내 폰에만 니 사진이 만오천개 정도는 있었으니까. 일단 그것도 지우고. 아오 씨발. 내가 어쩌자고 네이버에 백업을 해뒀는지. 지우는데만 한참이 걸렸네.
자 이제는 우리 커플링. 비싼거 못해줘서 많이 미안했는데 못해준게 다행이네. 어차피 넌 별로 끼고다니지도 않았잖아. 씨발..직장 다니면 돈 모아서 더 좋은걸로 하려했는데.
살 때 25만원 이였는데 파니까 사만원 주더라 ㅋㅋ웃음도 안나온다. 이걸로 술이나 퍼마셔야지 뭐.
음. 이제 다 정리했나? 아 맞다. 페이스북에도 많았지 우리 사진. 그리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글귀들. 언제 다 지우냐 그냥 탈퇴해야지 뭐. 이제 진짜 흔적이 없네.
하. 이제 너만 죽이면 되겠다.
드디어 너를 죽이는데 성공했는데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던건지. 가끔 네 생각이 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만 익숙해 질 수 있을까.
출처
이별하고나서 그 사람을 제 마음과 머리속에서 지우는 걸
살인이라고 표현해봤어요.
내용은 전부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