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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부른 집단 광기 - 홍세화의 수요편지
게시물ID : sisa_178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銀培아빠
추천 : 12/9
조회수 : 504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05/11/30 12:38:26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젊은 벗에게, 무지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의 무지를 아는 무지로서, 사회에 위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무지는 자신의 무지를 모르는 무지로서 사회에 위험할 수 있는 무지입니다. 무지한 대중이 눈 먼 ‘애국주의’에 매몰되어 집단 광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홍수 시절 이전에는 전자의 무지가 많았다면, 오늘엔 후자의 무지가 많습니다. 저는 유년 시절에 “내가 뭘 아나? 나는 아무 것도 몰라”라고 말씀하시던 주위 어른 분들을 종종 만났습니다. 당시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그런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무지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더욱 위험한 사회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일그러진 애국주의가 ‘국익’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한겨레에서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가 조심스럽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프레시안과 문화방송(MBC) 피디수첩팀은 생명윤리와 도덕성, 정직성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누리꾼들이 익명성을 타고 마녀사냥을 벌이며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는 과정이 결과를,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소수가 다수를, 힘없는 사람이 힘센 사람을 위해 숨죽여야 할 때 애국을 말해왔습니다. 그것은 비즈네스가 학문적 업적을 압도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 땅을 지배하는 물신주의와 대중의 무지가 결합되어 빚어진 사회현상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같은 인간을 집단적으로 죽일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인간의 도구적 이성은 역사가 증명하듯이 무서운 결과를 빚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항상 애국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화적 정서를 가진 무리에게 유대감에 근거한 공존의식을 국가가 동원하려고 할 때 애국주의가 등장합니다. 그 애국은 국가라는 집단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고 믿도록 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수혜자로 포함된다고 믿게 하는 애국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됩니다.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를 지닌 한반도라지만 이미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기에는 작은 약소국에 지나지 않습니다. ‘잘 살아보세’라는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실의 왜곡과 은폐는 별 것도 아닌 일이 됩니다. 누리꾼들의 집단 린치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한 광고 해약 사태까지 불러왔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비겁함을 탓하기엔 대중의 무지가 눈 먼 애국주의와 만날 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광고 탄압은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기업에 대해서 누리꾼들이 그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누리꾼들의 대부분이 노동자이거나 노동자가 될 터인데 말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농민들이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그들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 작동의 스위치는 대중매체의 몫입니다. 애국주의 열풍을 주도하고 기정사실화한 포털과 대중영합매체는 앞으로도 치고 빠지는 수법이나 병주고 약주는 행태를 거듭할 것입니다. 이 사회는 잘못된 역사로부터 잘못 학습한 것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라들의 과학자들이 잘못을 지적받고 인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덕적, 윤리적인 견제와 감시가 그들의 연구 속도를 더디게는 하겠지만 그 연구는 보다 인간을 위한 것에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국경이 있다고 합니다만, 그 과학도 과학자도 인간에 대한 물음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선 안 됩니다. 프레시안과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은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스스로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또 다른 선정성의 추구가 아닌, 진실만을,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려는 언론의 본연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길 바랍니다. 프레시안과 MBC 피디수첩 제작팀에 연대의 인사를 드리며 이번주 수요편지를 마칩니다. 한겨레 제2창간 독자배가추진단장 홍세화 드림 홍세화의 똘레랑스 http://wnetwork.hani.co.kr/hong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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