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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우리반을 자랑합니다(긴글주의)
게시물ID : boast_11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육십삼쩜오
추천 : 5
조회수 : 180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0/04 21:54:53
자랑을 하지않고서는 도저히 견딜수없어서 ㅎㅎㅎㅎ
저에게는 사랑스러운 멍뭉이들 32마리가 있죠 ^^*
아이들과 만나게 된 것은 올 3월 입학식날이었습니다
 
전해에 첫담임을 하면서 학생에게 목을 졸랐다는 모함을 당했고 학부모에게 협박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가출하는 학생, 무단결석하는 학생, 지각하는 학생, 저를 욕하는 학생, 의욕없는 학생 등이
종류별로 학급에 있어 지독하게 힘들었고 상처를 받았던지라
올해를 시작하는 각오가 남달랐습니다
 
3월 한달내내 가뜩이나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군기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모습 때문에
웃음을 참느라 힘든날이 더 많았습니다 ㅎㅎㅎ
 
이 아이들은 제가 교사를 계속하게 하도록 다짐하는
그리고 교사를 하는 참된 보람과 행복을 처음으로 저에게 선물해준 천사들입니다
저에게는 2014년 하루하루가 즐겁고 매일 아침 조회하러 교실들어가는 것이 기쁨입니다
제가 앞으로 교직생활에 다시는 이런 반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더 소중합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제게 준 행복을 오유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3월 마지막주 간부수련회 직후 서프라이즈 이벤트
실장, 부실장이 1박 2일 간부수련회 다녀와서 집에 그냥 가도 되는데 남아서
반 아이들과 서프라이즈를 기획했나 봅니다
금요일 CA시간이라서 교실에 들어갔더니
칠판 정중앙은 큰 하트를 그리고 1번부터 34번까지 하트바깥에 네모칸을 치고
온 칠판이 가득하도록 한명씩 저에게 직접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아이들 앞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너무 좋아서요 ㅎㅎㅎㅎ
이때부터였나봅니다 우리 멍뭉이들과 사랑에 빠진것은
 
#2 5월 왕따사건
교사들에게 4월, 5월은 가장 힘든 달이기도 하죠
이제 중학교 생활에 적응도 하고 서로 서열다툼이 본격 진행이 됩니다
게다가 세월호 이후 체육대회와 야영, 소풍이 모두 취소되자
아이들은 슬슬 답답해하고 무슨 껀수가 없나 날뛰기 시작합니다
이때 우리반에서 꾸미는 것 좋아하고 끼가 많은 두 친구가
근처 중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혼자서 멀리온 다소 어눌하고 자기 세계가 강한
다른 친구를 괴롭힌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
사실 이 두 친구 모두 어머니와 떨어져서 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고
성적도 학급에서 꼴찌 1,2등을 다투는 등 애정결핍이 강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교무실로 둘을 불러내 벽에 붙이고 5cm정도 가까이 얼굴에 들이대면서
아주 크게 혼을 냈습니다 모든 사람이 듣도록 말이죠
 
저는 평소에 급훈으로 '소중한 나 나만큼 소중한 너'를 강조하는데
두 친구 모두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워낙 현저히 낮다보니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부분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교무실 앞에서 무릎 꿇고 반성문을 쓰게 한뒤 교실로 올라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친구들이 동그랗게 교실에 둘러서서
서로 모든 친구들에게 악수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다행히 두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했고 울면서 친구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마침 이틀 전 문제의 가해자 1명과 피해자는 맨 앞자리 짝꿍으로 제비뽑기를 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둘에게 한 명은 다른 쪽의 공부를, 다른 한 명은 음악실이나 체육관 갈 때 같이 가는
미션을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기말고사 때 학생은 기말고사 때 전교등수 50등이 향상되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마구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눌한 친구에게도 친구를 도왔다며 반 전체 앞에서 크게 칭찬을 했습니다
이 친구는 외동딸로 친구들에게 딱히 다가갈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스타일입니다
혼자서 도서관에만 다니던 증상이 요새는 많이 나아져 다행입니다
얼마전에는 집에서 엿사탕을 잔뜩 가져오더니 친구들과 나눠먹더라구요
물어봤더니 그냥 맛있어서 가져왔답니다 ^^* 정말 귀엽지 않나요??
 
#3 감동의 축제 연습
흔히들 중학교 1학년들은 2학기가 되면 본성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여름방학을 거친 아이들에게 폭풍과도 같은 사춘기가 시작되기에 그렇습니다
저도 잔뜩 긴장을 하고 개학을 맞이했는데 왠걸
우리 멍뭉이들의 본성은 정말 레알 순도 100% 천사였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축제 오디션이 공고되고
저는 전해의 뼈아픈 추억(저만 혼자 난리나고 정작 아이들은 시큰둥했던...)이 있기에
조심스럽게 "너희들 올해 축제 나갈거니? 그거 3학년만 나가던데?"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참새들처럼 조잘거리면서 말하길
"선생님! 저희들은 합창 나갈거예요~ god의 촛불하나 할거예요~"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요즘 중학생들은 걸그룹 안무를 따라하며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축제에서 가장 쳐주는 줄 알았는데 세상에 합창을 하겠답니다....
"너희들 진짜 합창이야? 왜? 춤추고 싶지 않아?"
"학생다운거 할래요~~~ 귀여운거 할래요~~~"
정말 조작이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만큼 아이들이 순수하지 않아요? ㅠ.ㅠ
아 씹덕사... 아 내 새끼들 때문에 맨날 씹덕사 ㅠ.ㅠ
저보고 다른 노래도 하나 골라달라기에 냉큼 합창대회있는 학교 친구에게 전화해서
이승기 김연아의 '스마일 보이'노래들려주고 악보 구해달라기에
유료결제해서 두 노래 악보 인쇄해주었습니다~~~
화음도 없고 율동도 없고 그래서 설마 예선 통과하겠냐 싶었는데
진짜 떡!!! 하니 축제 오디션 통과했습니다!!
게다가 첫번째 무대랍니다!!!!!!!
 
건반은 성당 반주자로 활동하는, 역시 결손가정 학생인 롱롱이가 맡아 해주었습니다.
롱롱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것 때문에 일주일간 피아노학원까지 끊어 반주법을 따로 익혔답니다 ㅠ.ㅠ
(우리반에는 아버지, 어머니와 따로 살거나 한분이 돌아가신 학생이 10명입니다.
하지만 정말 예의바르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재주많고 순수합니다.
결손가정은 아이들에게 그 어떤 장애물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썼습니다.)
매일 점심시간, 아침자습 시간 활용해 틈틈이 연습했고 무대에 올렸습니다.
실제 무대 리허설을 다섯번이나 해보았지만 연습만큼 잘하진 못했습니다.
화음은 없이 그저 단음이고 율동도 까먹어서 목소리가 기어들기도 했습니다.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셔 눈감는 아이도 많았지만 결과는 축제 무대 전체 2등이랍니다 ^^!!!!!!!
모든 선생님들과 2,3학년 여학생들이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난리였습니다 ~~~ㅎ
이밖에도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지만
 
자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글이 진짜 너무 길어졌어요
아, 체육대회 때 2인3각 전교꼴찌한거 자랑해야되는데 ㅋㅋㅋㅋㅋ
 
끝으로 이번 축제 때 시화전에서 우리반 아이들이 쓴 시화 세 개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 모두 자유주제로 시화를 출품하여 전시합니다 ^^)
아이들이 우리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마음이 느껴져
정말 감사하고 벅찼습니다
 
우리반1.jpg
 
우리반2.jpg
우리반3.jpg
우리반4.jpg
 
 
 
사랑한다 멍뭉이들아 정말로
보석같은 내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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