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오징어입니다. 아이디는 중간에 한번 바꿨네요.
바보님께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계실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걸 도와드릴 힘은 없는 사람입니다만.
웹개발을 해본 적은 없지만, 늘 코딩에 발목이 잡혀서 사는 한 사람으로 믿고 맡길만한 개발자를 뽑고 그 개발자가 원만히 개발을 추진할 수 있기 까지가 얼마나 어려울지 쉽게 상상이 갑니다. 전혀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바보님께서 신의 경지에 이르는 아름다운 코딩을 해 높으신게 아닌 한..) 이미 있는 코드들 분석하고 이해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인건비 문제도 있고, 이미 오유 개발에 최적화(?)된 사람이 있으니 기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사실 그게 가장 경제적이지요.
그래서 바보님 글에다가 찬성하는 댓글로 달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왜 바보님은 유저들에게 도움 받는것을 꺼리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오픈소스 프로그램만 쓰고, 그런 정신(.. 이랄까요?)을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인터넷이 세상에 공개된 것도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자는 취지였고요.
오픈소스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공짜 프로그램입니다. (요즘엔 워낙 흔히들 쓰는 개념일 것 같지만 저는 거의 오픈소스의 세계에만 사는 사람이라 밖에선 어떻게 느끼는지 잘 몰라요 ㅠㅠ) 공짜 프로그램이라고 진짜 백수들이 굶어가며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은 벤처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며, 동시에 이용자들의 도움을 구합니다. 혹은 거대한 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네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한가지 예를 들려고 해요.
논문 정리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최근 개발중인 Docear[도키어] 라는게 있어요.
몇 명이서 개발하는 것 같은데, 개념은 아주 멋지지만 구현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그리고 또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다양한 형태의 지원에 늘 열려있습니다.
(유저의 지원을 요청하는 메뉴를 캡쳐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돈 기부, 재능 기부, 버그 제보, 아이디어 제보, 홍보 등 여러가지 역할을 유저에게 맡깁니다.
좋은 물건을 쓰면 입소문을 내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듯, 좋은 물건을 쓰면 돈을 지불하고 싶은 것도 사람 마음이겠지요.
더 흥미로운 것은 아래 링크를 들어가면 있습니다.
http://www.docear.org/2014/03/11/docear4libreoffice-docear4openoffice-call-for-donation-2500/상황은 이렇습니다.
Docear가 다른 오픈소스 오피스 프로그램인 Libreoffice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 비슷합니다, 물론 공짜)와 연동되게 해달라는 유저의 요청이 많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따라 개발진들이 밑그림을 그린 뒤, 그 부분을 맡아줄 개발자를 한명 구합니다. 연동되는 부분만 구현하는 것으로 대략 250만원 정도 인건비를 예상합니다. 일단 일을 시작하고, 동시에 사용자들에게 기부를 요청합니다. 애초에 Libreoffice와 연동 되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2,500불 짜리 기부 계좌를 페이팔을 통해 엽니다.
" The freelancer’s is already working on the add-on and his goal is to finish it in the next two months or so. However, as long as we cannot pay him, he will not release the add-on, even if he has finished his work (and if he learns that there are no donations coming, he might decide to stop his work at any time).
Therefore, if you want a Docear4Libre/OpenOffice, please donate now! Donate 1$, 5$, 10$, 50$ or 500$ — any contribution matters, and the sooner we have all the money, the sooner you can manage your BibTeX references in LibreOffice and OpenOffice. "
- 프리랜서가 이미 일을 시작했으며, 한 두달 정도면 끝날 듯 하다. 하지만 개발이 끝나더라도 우리가 인건비(2500불)를 완전히 지급해야 개발된 코드를 공개할 수 있다. 만약 2,500불이 안 모이는 것이 확실해지면 개발자는 언제든 일을 그만 둘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기능을 원한다면 제발 기부해주세요. 1불이든 500불이든 상관없고, 돈이 빨리 모일수록 새 기능이 빨리 완성될 것이다.
이처럼 투명하고 명쾌한 운영이 어디있을까요?
사람이 늘어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모두가 같은 크기의 목소리를 내던 직접민주주의가 사라졌지만,
전 인터넷 덕분에 어느정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돈을 내면 사용자가 주인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게 천원이든 백만원이든 간에 말이죠.
참고로 위의 250만원짜리 펀딩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택도 없는 금액이 모였고, 아마도 그 기능은 개발이 중지된 상태일 겁니다.
하지만 서운할 것은 없어요. 몇 명의 제안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새 기능에 대한 요구가 100만원어치도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니까요.
개발팀 입장에서도 '아 생각보다 그리 중요한 기능이 아니었구나, 일단 접어두자' 하는 판단을 했을 테고요. 처음 새 기능을 요구했던 사람들도 당연히 그 일로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보단 '필요한 사람들을 좀 더 모아서 다음에 다시 요구해봐야겠다' 라는 책임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요.
십시일반이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불쌍한 사람을 돕자는 것도 아니고, 돈을 뜯어가라는 것도 아니예요.
사용자들이 (오유가 지속되는 것을 바란다면) 본인에게 오유가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오유를 유지할지, 없앨지, 진화시킬지, 퇴화시킬지 결정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속되어야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거기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운영자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해서도 안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 조차도 나쁜 일이지요. 어린 학생들도 노동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 측정되고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하겠고요.
인건비나 운영비를 요구하려면 거기에 합당한 내용 공개가 필요하겠네요.
서버 운영, 도메인 유지 등에는 대략 얼마가 들어가고, 새로운 개발자는 한달에 얼마간 일해서 얼마의 인건비가 필요하고 등등.
보통 크라우드 펀딩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데 필요한 경비 전체를 한방에 모으니 일상적인 비용을 어떻게 계산할지는 좀 애매하겠습니다만...
그런걸 정리하고 공개하는 일이야말로 운영자의 몫이죠!
아래는 윈도우즈와 맥OS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인 가장 유명한 리눅스인 Ubuntu의 다운로드 페이지입니다.
여러가지 항목에 대해 '여기에 더 힘 써주세요' 라는 의미로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왼쪽은 핸드폰에 안드로이드 대신 우분투를 써보자 하는 어느 부자가 뉴욕-런던 비행기값 정도를 기부하는 순간이고 (물론 다음으로 넘어가진 않았...)
오른쪽은 공짜로 우분투를 사용하는 순간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분투 및 대부분의 리눅스는 공짜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제가 주로 쓰는 몇 가지 프로그램에 기부를 해 보았습니다. 달랑 몇 달러씩이지만..
기부를 할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로는 (보통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예상을 밑도는 기부금을 모읍니다.) 이런 유능한 개발팀이 열정을 갖고 하는 일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둘째로는 10만원이 넘는 윈도우즈나 그보다 더 비싼 오피스와 비교해 보았을때 Ubuntu나 Libreoffice는 어느정도의 값을 쳐줘야 합리적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 생각에 우분투가 윈도의 90%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공인 인증서를 제외하면 윈도가 필요 없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윈도 값의 약 5% 정도를 기부했습죠.. 하하
셋째, 대통령이나 소방관 월급도 내가 생각하는 중요도와 고마움에 비례해서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요. 정말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된 기분이 들것 같단 말이죠.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삶에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옛날 같으면 마을 회관이나 정자 같은걸 마을 사람들이 힘 모아 지었을 텐데, 이제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요.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공짜로 얻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 책임감과 관심을 갖고 그 것을 유지하는데 노력해야하며 거기에 따라 그 중요한 것을 안정적으로 누리는 권리도 가지는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바보님께서 글을 쓰는 걸 보면 '여러분의 오유' 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운영하시는 건 아직 '바보의 오유'인 것 같아요. 그것도 전혀 문제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오유'를 생각하신다면 거기에 맞게 운영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더 많이 공개하고 더 많은 직접적인 평가를 (돈으로) 받고, 또 거기에 반응하시는 거지요.
제가 운영자라 생각하면 사실 좀 많이 무서울 것 같아요. 수십만명의 회원에게서 한달에 달랑 100만원쯤 모인다 하면, 한 명에게 10원 만큼이 가치도 없다는 말이 될 테고.. 저라면 분명 멘탈이 가루가 될..... ㅠㅠㅠ ㅎㅎㅎㅎㅎㅎㅎㅎ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오유이지만, 제 기대로는 사람들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의 평가를 내릴 것 같아요.
세속적이지 않되 신사적이로 프로다운 운영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