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황우석 신드롬, 인터넷 애국주의 위험...
게시물ID : sisa_178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드리베베
추천 : 13/14
조회수 : 65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05/11/30 13:56:26
[한겨레]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불법적인 난자를 사용했는지를 놓고 촉발된 황우석 교수 연구 윤리논란이 ‘국익론’을 둘러싼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 문제 등을 보도했던 <피디수첩>에 대해 마녀사냥식 공격이 벌어지고, 광고가 모두 중단되는 방송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 피디수첩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지나치다”고 자제를 당부하고, 비이성적·감정적 애국주의로 호도되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그러나 황 교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은 여전히 90%가 넘는다.

이런 ‘국익’의 모양을 띤 ‘황교수 옹호론’은 가히 ‘황우석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진원지는 인터넷이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카페를 기반으로 국익론을 확산시켰고, 피디수첩에 대한 광고중단 압력과 촛불시위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여론압박전을 펼쳤다. 신문·방송 등 주류언론은 인터넷 여론을 비판하기는커녕 이에 편승해 국익론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독재정권시절의 ‘백지광고’ 사태가 참여 민주주의를 표방한 정권에서 누리꾼들에 의해 ‘광고 없는 방송’으로 재현되었다. 대통령이 광고중단을 에둘러 비판했으나 광고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리꾼의 여론압박이 대통령의 권위를 능가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누리꾼을 막강한 권력으로 키웠는가?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위협하는 ‘수단’인가? 인터넷 여론에 대해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때다.

“집단적 광기, 혼수상태 공포감을 느낀다”
“황우석은 2002년 월드컵 전사와 다르지 않아”

‘황우석 신드롬’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은 국익론으로 쏠리는 여론의 흐름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집단적 무의식’, ‘집단적 광기’, ‘집단적 혼수상태’ 등의 거친 표현으로 황우석 신드롬을 해석했다.

시사평론가인 진중권씨는 “현재 상황이 나치즘과 다를 바가 뭐가 있느냐”며 “어떤 비판적 성찰도 없이 여론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집단적 광기를 보면서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씨는 “흥분한 누리꾼들은 난자 채취 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진실을 덮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나 나올 법한 무서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권호 전남대 강사(사회학)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잠재된 국익우선주의, 민족주의,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 결과지상주의 등이 황우석이라는 아이콘을 만나 ‘국익론’으로 폭발한 것”이라며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집단적 혼수상태”라고 진단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2002년 월드컵 4강처럼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아이템을 찾던 대중에게 황우석이 등장했고, 월드컵 ‘영웅’들처럼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이라며 “황우석을 (피디수첩 등이) 흠집내는 것은 영웅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응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누리꾼들의 행동은 비판의식에 기반한 집단행동이라기보다는 익명에 숨은 사회적 광기라고 보여진다”며 “국수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송경제 인천대 강사(미디어정치)는 “황우석 신드롬은 대리 만족할 카리스마에 대한 향수라는 점에서 박정희 신드롬과 닮았다”며 “통합적 구심이 없는 한국사회가 자부심의 대상으로 황우석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우석=국익’에 묻힌 윤리와 철학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논제들이 함축되어 있다. 난자제공을 둘러싼 윤리 문제를 비롯해 △여성들의 몸이 희생되어서는 안되는 페미니즘적 시각 △과학자들의 직업윤리와 과학과 윤리의 문제 △피디수첩 보도를 둘러싼 언론 윤리 논란 △동양과 서양의 윤리적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국익론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논쟁해야 할 논제들이 뒤섞여 있다. 또 생명윤리와 관련한 국제적 기준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주제들이다.

송 강사는 “황 교수 논란은 한국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논쟁거리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며 “사안마다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식으로 논쟁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런 논쟁이 없으니 국익을 둘러싼 찬반으로 여론이 쪼개지면서 귀중한 논란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방과 교수는 “난자 채취 등 배아줄기 연구과정에서 발생한 윤리 문제가 ‘황우석 논란’으로 개인화 된 것이 문제”라며 “윤리문제는 의학계 전반적인 문제이고 국가적인 문제인데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하다 보니까 황우석과 국가를 동일시하는 국익론의 오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애국적 댓글’ 확산…90% 이상 ‘절대 여론’
민족주의 주장에 몰려

황 교수 논란뿐 아니라 민족주의 문제에 대한 인터넷 여론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현상도 보편화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금기의 영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올해 실시한 라이브폴을 분석해보면 찬성이건, 반대이건 90% 이상을 넘어서는 ‘절대 여론’이 형성되는 사안의 대부분은 민족적 감수성에 뿌리를 박고 있다. 지난 3월 독도문제를 놓고 ‘독도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3.7%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런 여론에 “독도에 군사를 주둔하는 것은 국수주의”라는 주장은 묻혔다.

또 홍준표 의원이 지난 5월 ‘국적포기자'를 외국인으로 취급해 내국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의 법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95.3%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 역시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소수의 의견을 깨끗하게 잠재웠다.

최근 황 교수 연구의 윤리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여론이 국익론에 쏠리는 것은 독도나 국적포기자 문제에서 보여줬던 국수주의의 학습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진중권씨는 28일 자신이 진행하는 ‘진중권의 SBS 전망대’에서 “가슴만 뜨거운 주관적 애국자들은 이쯤에서 자기들이 객관적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봤으면 한다”며 “애국질,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론이 아니라 폭력적인 방식으로 개입한 것이 문제”
“제로섬의 정치게임과 가치 논쟁은 다르다”

국익론의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국익론은 여러 논쟁을 삼켜버린 블랙홀 효과를 내면서 폭력적 방식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피디수첩의 담당 피디 가족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고, 윤리와 인권을 운운하는 글에는 “매국노”라는 댓글이 붙었다. 피디수첩 광고주들에게 광고중단 압력을 넣은 것은 다수의 폭력이 보여준 극단적인 사례다.

송 강사는 “여중생 장갑차 희생사건 때처럼 사실에 대한 진위 여부를 검증한 뒤 잘못되면 집단으로 항의하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에는 현상에 대해서만 단죄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감정적인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런 경우 여론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민 교수는 “절대 다수가 국익론에 경도돼 ‘광고를 빼라’는 등 집단적인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을 연상시킨다”며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표출하는 방식이 폭력적이면 정당성을 보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때도 인터넷 여론은 탄핵 반대가 압도적이었고, 촛불집회 등을 통해 여론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본질이 다르지 않다고 반론할 수 있다. 당시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던 정치세력은 누리꾼을 향해 “노무현 홍위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 교수는 “제로섬의 정치게임과 가치를 둘러싼 논쟁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탄핵은 대통령 탄핵세력과 대통령을 지키려는 세력간의 제로섬 게임이었다. 즉 자신들의 정치적 뜻을 관철하기 위해 반대 쪽을 반드시 패배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황 교수 사안은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국익과 윤리, 국익과 언론의 자유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가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폭력적인 방식의 관철이 아니라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왜 인터넷이 진원지가 되었나?
‘디지털 포퓰리즘’ 여론 선동에 악용될 수도

이제 누리꾼들의 행위가 아니라 누리꾼들의 집단행동의 마당이 된 인터넷의 매체적 속성으로 논의를 옮겨보자.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황우석을 둘러싼 국익론이 폭발적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었을까?

민 교수는 “인터넷은 이슈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그런 것이 집단적으로 표출되기에 쉬운 매체”라며 “특히, 상당히 단순하고 명료하고 극단적인 논리가 잘 어필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국익론의 진원지가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인터넷의 속성상 여론형성이 네트워크 효과로 생산되기 때문에 폭발력이 크고 확산 속도가 빨라 걷잡을 수 없다”며 “처음부터 윤리를 우선시하는 주장이 소수의 의견으로, 반국익적인 것으로 비춰지다 보니까 균형적인 토론이 힘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인터넷은 익명성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행동적 커뮤니티로 역할을 할 수 있으나 합의와 이성적 담론을 이끌어 내는 것에는 한계를 가진다”며 “이런 것이 인터넷에 매체적 특성이자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이 대중선동의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제 강사는 “사실관계(팩트)가 잘못되면 집단으로 항의하는 것이 정상인데,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 탓에 사이버상에서 디지털 포퓰리즘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정 세력이 디지털 포퓰리즘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인터넷 담론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시 마녀사냥? 시민사법권 확장인가? 

‘개똥녀’ 사건에서 나타나듯 인터넷은 여론의 결집하고 소통하는 기능뿐 아니라 규범 위반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줬다. 인터넷이 없는 오프라인 기반의 세상이었다면 지하철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개똥녀는 가벼운 경범죄 정도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황 교수 논란에서 피디수첩도 보도가 잘못되었다면 반론보도나 언론중재신청 등 법적·제도적 제재를 받으면 될 문제였다. 인터넷에서 피디 가족의 신상이 공개되고 광고가 중단된 것은 새로운 수준의 사회적 제재를 의미한다. 그것은 법이나 제도적 처벌보다 훨씬 가혹한 여론의 뭇매이고 마녀사냥이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재판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여론재판을 시민사법권의 확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 교수는 “근대국가 이후 국가가 독점했던 처벌권이 정보화로 시민사회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라며 “탈 근대적 현상의 한 단면으로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시민들이 감시와 처벌권을 행사함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또 “인터넷 시대에 시민들은 처벌의 권한을 이미 획득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것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고,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마녀사냥과 시민사법권의 확장은 인터넷 여론재판이 보여줄 수 있는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는 사용자의 몫이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도구’인가? 민주주의의 ‘독’인가
“디지털 자연상태는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

인터넷이 발달과 함께 정치에 끼칠 긍정적인 측면으로 참여민주주의, 전자민주주의 확산을 꼽았다. 그러나 황우석 논란에서 보여지듯 인터넷이 되려 다수의 폭력과 소수의 배제를 심화시키는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진씨는 “황우석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토론을 통해 논리적인 비판이나 설득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익명성에 숨어 다수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강사는 “인터넷 공간은 여전히 법과 제도가 형성되지 않은 디지털 자연상태로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보다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의 훈련과정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송 강사는 “한국 경제가 압축성장을 한 것처럼 인터넷 공간도 10년 만에 3200만명의 누리꾼을 보유할 정도로 압축성장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표출의 방법이나 누리꾼을 상대로 한 재교육 등은 거의 무시돼 왔다”고 말했다.

특히 송 강사는 “한국 시민단체들이 국가권력의 감시자 역할에는 충실했으나 시민사회 자체를 감시하고 비판하거나 민주시민을 양성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게을리했다”며 “인터넷 공간에 대한 시민사회의 건전한 감시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email protected]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런 기사가 나오길 기다렸3...

네티즌 전체를 매도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사실 누리꾼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10대 이하, 나이 많은 층이 거의 20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터넷 여론에 휘둘리는게 참 어이없는게 아닌가싶습니다만....
제 생각이 잘못된것인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