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수많은 지표들이 존재하고, 이 기록만으로도 어느 정도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단일 시즌의 기록만으로도 선수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지만, 누적 기록이야말로 그 선수가 어떠한 선수였는지 평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단일 시즌 기록의 ‘임팩트’에 가려 누적 기록의 ‘꾸준함’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4시즌에는 서건창(넥센)이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았고, 앤디 밴 헤켄(넥센)이 7년만에 20승을 올린 투수가 되었으며, 박병호(넥센)는 11년만에 50홈런의 주인공이 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이병규(LG)의 통산 2000안타, 홍성흔(두산)과 이호준(NC)의 통산 1000타점, 이대형(KT)의 통산 400도루, 정대현(롯데)의 100홀드를 기억하는 팬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2000안타와 400도루는 역대 4명, 1000타점은 역대 11명, 100홀드는 역대 7명만이 달성한 엄청난 업적인데도 말이다. 프로야구도 어느덧 34년차를 맞은 만큼, 누적 기록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2015시즌에 달성이 가능한 누적 기록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타자 1편에 이어)
홍성흔 - 2000안타, 3000루타
FA 모범생 홍성흔 [사진 출처=두산베어스 홈페이지]
FA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최근, 거액의 FA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바로 이 선수를 본받고 싶을 것이다. 바로 FA의 모범 답안, 홍성흔이다. 그는 2008시즌 타율 0.331로 타율 부문 2위를 차지한 이후 FA 자격을 취득해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로 이적한 뒤 홍성흔은 이대호, 카림 가르시아, 조성환 등과 막강 타선을 구축하며 4년간 타율 0.330, 59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다시 FA 자격을 취득해 2013시즌 두산으로 복귀한 그는 두산의 주장으로 뛰며 2013시즌 타율 0.299와 15홈런, 2014시즌 타율 0.315와 20홈런을 기록했다. 2015시즌에는 오재원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줬지만, 두 번의 FA 계약 이후에도 계속해서 꾸준한 모습을 보인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존경 받는 선수다.
2000안타(현재 1957안타, D-43안타)
16시즌간 정상급 타자로 군림해온 홍성흔은 2015시즌 2000안타에 도전한다. 현재까지 1957안타를 기록, 2000안타에 43안타만을 남겨둬 2015시즌 기록 달성이 유력하다. 양준혁, 장성호, 이병규, 전준호 등 전설적인 타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2000안타 기록. 다가오는 2015시즌, 이변이 없는 한 홍성흔은 2014시즌 이병규에 이어 2000안타를 달성하며 전설의 반열에 합류할 것이다.
3000루타(현재 2893루타, D-103루타)
이번에는 3000루타다. 홍성흔은 현재까지 2893루타를 기록, 3000루타에 103루타를 남겨두고 있다. 단 6명의 타자만이 달성한 이 기록은 이종범, 마해영, 심정수 등 이름만으로도 투수들을 겁주던 타자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2000안타와 3000루타를 모두 달성한 타자는 양준혁과 장성호 단 두 명뿐. 두산의 팬이라면, 홍성흔의 팬이라면 2015시즌 홍성흔의 안타와 루타 페이스를 유심히 지켜보시길. 혹시 아는가? 2000안타 혹은 3000루타를 달성하는 홈런볼이 당신에게 날아갈지도 모른다.
이병규 - 3000루타, 1000득점, 1000타점
원조 이병규의 2015년은 기록으로 풍성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LG 트윈스 홈페이지]
LG 팬들의 환호성, 그리고 다른 팀 팬들의 탄식을 수없이 이끌어낸 타자, ‘적토마’ 이병규는 2014시즌 중 KBO 통산 2000안타의 대기록을 세웠다. 일본 진출로 인한 3년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20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만으로도 그의 천재적인 타격 능력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그의 기록행진은 2015시즌에도 계속될 듯 하다. 2015시즌 이병규가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록은 3가지. 3000루타, 1000득점, 그리고 1000타점이다. KBO 역사상 2000안타, 3000루타, 1000득점, 1000타점을 모두 달성한 타자는 양준혁과 장성호 단 두 명뿐. 이미 이병규는 LG의 역대 최고 타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다. LG를 넘어 KBO의 전설이 된 이병규의 2015시즌에는 어떤 기록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3000루타(현재 2941루타, D-59루타)
2015시즌 통산 3000루타를 노리는 선수는 홍성흔 뿐만이 아니다. 2014시즌에 통산 2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이병규는 여세를 몰아 3000루타라는 대기록 달성을 노린다. 홍성흔은 103루타를 더 기록해야 3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지만, 이병규는 59루타밖에 남지 않아 홍성흔보다 빠르게 3000루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2000안타와 3000루타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단 두 명. 2015시즌에는 2000안타-3000루타를 모두 달성하는 선수가 두 명 늘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다.
1000득점(현재 989득점, D-11득점)
전성기의 이병규는 정확한 타격, 강력한 파워, 빠른 주력을 모두 갖춘 만능 타자였다. 당연히 득점과 타점 능력도 엄청났다. 현재까지 홈 베이스를 989번이나 밟은 이병규는 1000득점 기록까지 단 11개의 득점만이 남아있다.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부진했던 2014시즌에도 23득점을 기록한 이병규이니만큼 1000득점 달성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KBO에서 통산 1000득점을 넘어선 타자는 총 9명. 삼성, 넥센, KIA, 롯데, 한화, SK는 1000득점 타자를 배출해냈지만 LG는 아직 1000득점 타자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LG의 역사인 이병규, LG 팬들에게 2015시즌은 이병규의 해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1000타점(현재 963타점, D-37타점)
2015시즌 기록 대잔치를 예고하고 있는 이병규, 그가 노리는 또 하나의 기록은 1000타점이다. 비록 2014시즌에는 25타점에 그쳤지만, 그는 90경기 이상을 소화한 13시즌에서 평균 70타점을 올리고 있는 타자다. 부상이 그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2015시즌 1000타점 달성이 유력하다. 현재까지 10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단 11명. 이 중 1100타점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단 세 명. 이병규는 과연 타점 기록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자가 될 수 있을까.
김태균 - 1000타점
별명왕 김태균에게 가장 어울리는 별명은 "김꾸준"이 아닐까?[사진 출처=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타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 라인(이하 3-4-5라인). 여기 통산 3-4-5라인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가 있다. 300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에서 3-4-5 라인을 기록한 타자는 양준혁, 김동주, 김태균 단 세 명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2시즌 KBO에 복귀한 뒤 4년 연속 연봉왕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장효조 이후 최초로 3시즌 연속 출루율왕에 오르며 그가 왜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지 증명했다. 김태균은 KBO에서 12시즌을 뛰며 9번의 3할 타율, 11번의 4할 출루율, 8번의 5할 장타율을 기록한 완벽에 가까운 타자다. 류현진이 떠난 한화에서 꾸준히 제 몫을 해내는 거의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1000타점(현재 917타점, D-83타점)
최근 6시즌 중 5차례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지만, 2015시즌은 조금 다를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고, FA로 배영수, 송은범, 권혁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성공해 탈꼴찌를 넘어 5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가 5강에 합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4번 타자 김태균의 타점 능력. 한화가 5강에 가기 위해서는 김태균이 시즌 83타점쯤은 가볍게 넘어서야 한다. 한화 팬들이 2015시즌 중 김태균의 1000타점 달성을 기대하는 이유다.
박한이 - 1000사사구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는 박한이 [사진 출처=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
누적 기록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박한이만큼 적합한 선수도 없을 것이다. 박한이는 임팩트가 대단히 뛰어난 타자는 아니다. 박한이는 20홈런을 넘긴 적도, 20도루를 넘긴 적도 없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꾸준한 타자다. 2001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래 모든 시즌에서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단 한 시즌도 세 자리 수 안타를 놓치지 않았다. 무려 14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 양준혁과 박한이 외에는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앞으로 세 시즌 이상 기록을 이어나가 양준혁의 기록을 깨고 싶다는 박한이는, 2015시즌 안타가 아닌 사사구로 대기록 달성을 노리고 있다.
1000사사구(현재 937사사구, D-63사사구)
박한이의 트레이드마크는 다소 긴 타격 준비 동작이다. 장갑을 고쳐 끼고, 헬멧을 벗어 머리를 넘긴 후 다시 쓰는 등 타석에서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박한이다. 이런 습관 덕분일까, 박한이는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타자만이 기록할 수 있는 1000사사구 기록에 바짝 다가서 있다. 현재까지 937사사구를 기록한 박한이는 63개의 사사구를 더 골라내면 통산 1000사사구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14시즌동안 평균 67개의 사사구를 골라낸 박한이기에 2015시즌 중 기록의 달성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세 시즌 중 63사사구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2014시즌 뿐이라는 것이 변수지만,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난 만큼 2015시즌 안에 1000사사구 기록 달성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