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날이 없는 메인해튼. 어느 골목을 돌아 그 끝을 벗어나면 커다란 벽이 보인다. 그 벽을 따라 중간정도 가다보면 우리 집이 나타난다. 약간 부유한 층에 속하는 우리 집. 나와 동생은 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테이블로 저녁식사를 가지고 오신다. 감사 인사를 하고 스푼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식사할 때는 품위 있게 먹는 거야."
"네, 알고 있어요."
"네가 메인해튼 신사가 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일이란다."
나는 매일 들어야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투덜거리며 대답했다. 식사는 얌전히 해야 한다. 걸을 때도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메일 반복되는 같은 잔소리와 같은 생활방식에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메인해튼 신사. 얼핏 들어보면 매력적인 이름이다. 하지만 내겐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늘 잔소리의 중심이 되었던 메인해튼 신사. 품위있는 메인해튼 신사가 돼야 한다는 말을 귀가 떨어지도록 듣고 자라며 그 단어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어머니."
"왜 그러니?"
"꼭 그런 게 돼야 하나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우리 집안은 메인해튼에서 뼈대있는 가문이야. 그런 건 기본이라고."
괜히 물어봤다. 오히려 더 심하게 타박하신다.
앞뒤 꽉 막히고 이기적인 메인해튼 포니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 어머니는 정도가 지나쳤다. 신사라는 것은 자신에게 떳떳하고 교양 있고 많은 이들에게 베풀 줄 아는 자를 뜻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겨우 식사 때문에 이런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불편한 식사를 마친 뒤,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달이 잘 보이는 해안가로 향해 모래밭에 앉았다.
"여길 벗어나면 뭐가 있을까."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이런 곳에 틀어박혀 말도 안 되는 신사수업을 받으며 바보가 되는 것은 죽어도 싫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던 중 달 아래로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유성...?'
지루함으로 가득했던 인생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온 기분이 들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기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별이 지나간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던 나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늦게 들어온 것으로 혼내시지는 않는다. 식사 후에는 늘 그곳으로 가는 버릇이 있으니 그러려니 하시는 듯하다.
샤워를 하고 난 뒤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달을 관통하여 하늘로 떨어지던 유성.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히 떠오른다.
달빛이 아름다워 떨어지는 별마저 그렇게 보인 것일까. 아니다. 분명 나는 달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 유성을 생각 하다보니 자연스레 입이 열렸다.
[마지막 영혼을 불태운 하늘의 별이
나의 눈을 가려 내게 오라 손짓하네.
바람결에 실려 그곳으로 가고 싶어도
발목을 묶은 사슬이 나를 가로막는다.]
깜짝 놀랐다. 내가 왜 이런 말을 꺼냈을까. 그저 눈을 감고 무언가를 깊이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단어가 떠올랐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 어색하기도 즐겁기도 하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다시 한 번 그린다.
"뭐지? 떠오르지 않아."
역시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향했다. 환히 빛나는 달이 나를 반겨주었다.
"달은 언제 봐도 예쁘구나..."
나는 그 달빛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창문은 열려있었고, 나는 창문 밑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깜빡 잠이 들었나... 에취!“
창문을 열고 바닥에서 잠을 잔 탓인지 재채기가 나왔다. 온몸이 떨리는 것이 감기에 걸린 듯하다. 정말이지. 누군가가 닳도록 이야기하는 ‘메인해튼 신사’와는 동떨어진 정말 꼴사나운 행동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약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도 다시금 떠올렸다.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그 황홀함. 그때 보았던 것을 회상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다시 한 번 그 별을 볼 수 있을까...”
한창 회상에 잠겨있을 때, 누군가가 내 방으로 들어온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동생이었다. 동생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이런 건 별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아르페지오.”
“그래도...”
“괜찮다니까. 감기 옮을지도 모르니까 어서 나가.”
아르페지오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파고들어 내 옆에 누웠다. 감기 옮으니 내려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내 품에 파고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내 침대에서 재우려 일어나려고 해도 너무 세게 끌어안고 있어 일어날 수가 없다. 억지로 벗어나면 그대로 울어버리니 침대를 나서는 것을 포기한다.
아르페지오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도 너무 여렸을 때여서 그런지 아버지의 얼굴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억지로 기억하려 머리를 쥐어짜도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저기, 아르페지오?”
“으응...?”
“만약에 오빠가 없어지면, 어떨 거 같아?”
“...싫어.”
망설여진다. 새장 같은 이곳을 나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별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라진다면 동생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동생을 데려가기엔 너무 어리다.
“아무 데도 가지 마... 오빠...”
“그래, 알겠어. 아무 데도 안 가.”
“정말이지? 약속했다?”
동생과 기약 없는 약속을 한 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동생이 필리라는 이름에서 벗어날 때쯤. 나는 결심을 굳힌다. 머지않아 밖으로 나가리라. 그때 보았던 아름다운 달빛. 그리고 별. 그곳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 날 밤. 떠나려는 나를 동생이 막아선다.
“꼭 가야 해? 약속했잖아...”
“미안해. 언젠가 꼭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
“오빠.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으러 갈 거야.”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집을 나서 머나먼 여행길에 올랐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을 이제야 시작한다니 설렘으로 가득했다. 메인해튼을 벗어나 마지막으로 불빛이 환한 그 곳을 뒤돌아봤다.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전까진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별이 가장 밝게 빛나는 곳을 향해 정처 없이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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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것들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특히 Night crow는 진짜 제가 읽어도 너무 재미없어요. 도저히 못 봐주겠습니다. 게다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재미없어지네요. 아마 나중에 다시 쓰거나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최대한 전자 쪽으로 갈 생각이구요.)
OC를 만들고 나니 스토리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소설로 쓰기로 작정했습니다.
제 oc가 어떤 캐릭터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가 간직한 비밀은 무엇인지 모두 밝혀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