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남치니랑 처음으로 나들이 할 건수가 생겨서 닭살질 극강이라는 베이킹을 해다 바치기로 마음먹음.
금요일부터 뭐 만들까 고민하다가 그나마 손쉽게 만들수 있는게 전자렌지 브라우니라서
우선 남치니에게 브라우니 좋아하냐고 물어봄.
"브라우니? 개 인형 좋아하냐고?"
라는 답이 옴.
(참고로 이 친구는 나름 전투적으로 힘겹게 살아온 과거가 있어서 웃기기 보단 슬픈 대사였음)
그래서 연민과 애정을 듬뿍 담아 지구 최강 브라우니에 도전을 해봄.
1단계: 맛있는 브라우니 만들기
1. 브라우니 믹스 구입
2. 헛짓하지 말고 그냥 상자에 써있는대로 물만 붓고 전자렌지 돌리셈 제발 ㅠㅠ
2단계: 만약 연민과 애정을 듬뿍 담고자 (맛 따위는 포기)한다면
1. 브라우니 믹스 구입
2. 아몬드, 호두 등을 믹스에 섞일만큼 조각조각 부숴버림
3. 맛있는 브라우니를 만들려면 헛짓하지 말고 그냥 여기서부터라도 상자에 써있는 대로 물만 붓고 전자렌지 돌리셈 제발 ㅠㅠ
3단계: 단 거 싫어하는 취향까지 저격하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1. 브라우니 믹스 구입
2. 아몬드, 호두 등을 믹스에 섞일만큼 조각조각 부숴버림
3. 단거 싫어한다고 하니 밀가루를 한움큼 퍼오고 (콜록 콜록) 초콜렛 맛을 유지하기 위해 카카오 가루도 한 움큼 집어넣는다 (켁켁)
3. 믹스랑 부서진 견과류랑 밀가루를 대충 종이컵 반 컵 정도 물 붓고 쎾..쎾낐
4. 맛있는 브라우니를 만들려면 헛짓하지 말고 여기서부터라도 상자대로 전자렌지에 돌리셈 제발 ㅠㅠ
....
..
4단계: 건강까지 생각해 주자
1. 브라우니 믹스 구입
2. 아호믹스조각 부숴
3. 밀가루 퍽 + 카카오 퍽
4. 쎾쎾
5. 전자렌지의 전자파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명목하에 넓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엄청 두르고 위의 믹스를 투하, 뚜껑을 닫고 오븐 역할을 하길 바래본다.
그러면 결과가 이렇게 나옴:
짠.
이게 어딜봐서 브라우니냐마는, 상대방은 브라우니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하니 당황하지 말자.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우길 준비 완료.
그냥 귀여워서 몇년 전 사둔 돌고래 틀을 가지고 와서 뽕뽕 찍어댄다.
믹스 안에 견과류가 많으니 모양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지. 꼬리가 처참히 잘려나간 돌고래의 신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떼어낸 부분들은 나중에 내가 다 먹어야지 흐흐흐흐흐흐
썰렁한 후기:
1. 남치니가 갓 완성된 돌고래 한 입 먹어보더니 '아 이거 예전에 먹어봤어' 란다.
2. 먹다가 너무 퍽퍽해서 물을 급하게 찾았다. 밀가루는 적게 넣어야.. 아니 그보다 그냥 상자에 써있는 대로만...
슬픈 후기:
정작 토요일 나들이 갈 때는 집에 두고 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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