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예정자입니다.
참으로 고통스럽죠
담배를 끊으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금연자와 흡연자 사이 경계선에서 방황하다가
이대론 평생 못 끊겠다는 생각에
뭔가 방법을 정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담배피는 시간을 정해봤습니다.
담배는 습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뭔가를 하고 난 뒤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고치고
대신 일어날 때 한번
그리고 잘 때 한번 피우는 식으로요.
그러나 하루 두번의 흡연은 만족되지 않아서
식후땡은 넣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신 식사를 마치면 바로 담배를 피지 않고
3시간 뒤에 피우는 식으로 말이죠.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습니다.
일어나서 한번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각각 한번 씩
그리고 자기 전 한번.
하루에 한 갑 이상 피던 제가
하루 총 5번으로 흡연량을 줄인 셈이죠.
물론 그 과정이 험난하긴 했습니다.
쉽진 않았죠
특히 저녁에는요.
보통 저녁을 7시나 7시반쯤 해결하고
집 현관문을 나가 복도로 나갑니다.
잔소리로 제 뒷통수를 후려치는 아내에겐
내가 담배를 정말 잘 끊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하며 말이죠.
그렇게 허연 막대기에 불을 붙이고 눈을 감은채 한모금 빨아드립니다.
제 속에 들어가는 무수한 악영향을 느끼며
그들의 일부를 다시 내뱉습니다.
담배를 피우기 전 제 의식이라고 할까요?
이것도 버릇이라면 버릇입니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의식을 마치면,
오른손엔 담배를 왼손엔 스마트폰을 든 채
황홀한 저의 식후땡을 즐기지요.
물론 줄담배를 피하기 위해
준비한 담배는 제 입에 물린 단 한개.
그런데 저의 이런 흡연 습관과 함께
윗층에 어느 젊은이도 습관을 가진 듯 합니다.
대체적으로 10시 즈음에 윗층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애뜻한 사랑얘기요
"뭐하고 있어?"
"진짜 보고싶다"
"내가 그리로 갈까?"
"사랑하니까 싫진 않을걸?"
남자는 정말 애뜻합니다.
그 남자와 저의 사이로는 복도라는 시멘트바닥이 막고있어 자세히 들을 수 없지만
남자의 애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짐작하건데
둘다 정말 꼴보기 싫은 커플인건 확실합니다.
게다가 진짜 꼴보기 싫은 커플인 이유가 하나 더있습니다
제가 항상 같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게 아니기 때문에
10시 00분부터 10시 40분 사이에 복도로 나가 담배를 태우는데
한번도 안거르고 그 남자는 계속해서 그녀와 통화를 합니다.
"안아주고 싶어 진짜!!~"
"귀여워 죽겠어!"
"쪼꼬매서 내 몸안에 넣고 싶어!"
"내가 다음주에 자기 부모님 초대하면 어때!?"
두달이나 저렇게 애뜻한 사랑을 나누는데 이젠 짜증과 부러움이 섞였습니다.
물론 한날은 마누라에게 가서 똑같이 했다가 징그럽다고 정신나간거 아니냐고
욕을 한사바리 먹었습니다.
식인종이냐면서 저보고 자기 먹는 날엔 저를 수컷 사마귀처럼 만들어버린다더군요.
오줌지릴뻔했습니다. 솔직히
전 고릴라랑 결혼했나봐....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갔군요
저는 마누라를 사랑합니다.
무튼
저번주의 일입니다.
그날은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9시 20분 즈음에 담배를 폈습니다.
그것
스트레스 때문에 아주 줄담배로요.
진짜 직한 말로 금연 *까라는 식으로
20분을 친구와 노가리까며 담배를 폈습니다.
마누라 뒷담부터 시작해서 회사일까지
그렇게 20분을 노가리까니 할 얘기가 없더군요.
술먹자는 얘기에 살짝 흔들렸지만, 전 마누라를 이기지 못합니다.
실제로 싸우면 져요.
주먹다짐에서요.
그렇게 미안하다고 대화주제를 넘기려다
위층 청년이 생각나더
군요
"야 이거 내가 연애할때보다 더 정신나간 년놈들이 있어."
"어? 진짜 심각한가보네?"
"그게 내가 담배필때마다 윗층에서 전화를 하..."
위층 청년 얘기의 서론도 끝내지 못한 채 말이 끊겼습니다.
제 오른쪽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
왠 사람이 서있던 겁니다.
빼빼 마른 몸매에 덮수룩한 머리.
눈은 앞머리로 가려져있었고
옷은 한번도 빨지 않은 옷 처럼 후줄근했습니다.
한 마디로 집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슬쩍슬쩍 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거리는 100m남짓 꾀나 먼거리였지만
조금 냄새가 심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담배냄새 때문에 몇 번 1층까지 쫒겨난 적이 있었기에
그에게 웃으며 사과했습니다.
분명 담배피는 것 때문일 터...
"아, 죄송합니다. 1층가서 피도록 할게요."
그러고 그를 지나쳐 가는 순간 그가 제 손목을 잡았습니다.
찐득한 느낌...
"아저...씨..."
"네?"
찝찝한 그의 손을 뿌리치며 빠르게 뒤돌아 대답했습니다.
"저... 소리... 들렸..어...?"
"네??"
저는 똑같은 대답을 연달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리.... 전..화...소...리......"
더듬거리는 그의 말투
그리고 찝찝했던 손
바로 앞에서 제 코를 찌르는 냄새...
"죄송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수고하세요~"
저는 곧바로 쌩하니 도망갔습니다.
엘리베이터는 15층에 서있고 제가 있는 층은 6층이기에 계단으로 말이죠.
황급히.
그리고선 6층과 5층 사이 구석에 숨어 담배를 마저 피우려 쭈구려 앉았습니다.
"철컹"
순간 들려오는 계단 철문소리.
제 손을 잡았던 그 꺼름찍한 청년임이 확실했습니다.
터벅 터벅
한발 한발
계단을 타는 소리가
노래방의 에코마냥 제 귀를 자극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멈추더니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차싶어 얼른 담배를 끄고 밑으로 살금살금 내려갔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을 때
위쪽에서 처음 들렸던 계단 철문소리가 나더군요.
7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란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야! 새끼야! 뭐하고 있어 임마!"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까 제가 너무 당황해서 친구와 통화하던 폰을 끄지도 않았더군요.
횡설수설 설명하려다 그냥 미안하다 하고 끊고선 바로 집을 향해 빠르고
조심스럽게 달리 듯 걸어갔습니다.
복도에는 아직도 그 사람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더군요.
진짜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진짜 그냥 썪은 냄새였습니다.
집에 들어가서는 바로 손을 씼고 찬찬히 생각해봤습니다.
소리...
전화소리...
7층...
만일 그 사내가 위층에서 전화를 하던 그 남자라면
어느정도 설명은 됩니다.
그도 위층에서 전화를 할때면
아랫층에서 올라오는 담배냄새를 분명 자주 맡았을 겁니다.
그리고 저도 두달간 계속 입다문채 담배를 핀게 아니라
몇 번은 분명 전화를 한 적도 있고
몇 번은... 아니, 수십번 마누라에게 사랑의 짜증을 낸적도 있으니까요.
오늘 내려온 것은 자신의 통화소리를 들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하지만,,, 그렇게 말을 더듬지는....
아!
제 깊은 고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누라가 썪은 내 난다고, 샤워하라고 등짝을 때렸거든요
"이럴 때 아니면 씻으란 말도 안하네?"
"뭔 소리야? 썪은 내 나! 밖에서 도대체 뭘 처 하면서 싸돌아다니는거야!! "
참 우리 마누라는 섹시하죠?
행복하게 삽니다.
그렇게 행복한 1주일이 지났습니다.
평소와 같이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나간 그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
제 오른쪽 엘리베이터에서 또 다른 사내가 제게 걸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형사입니다.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
"일주일 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어디계셨나요?"
"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복도에서 담배피면 잡혀가는구나.
누가 신고했구나.
망했구나
"그,.. 네 여기서 담배를 피고있었습니다."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면 더 좋다 생각했죠.
"그럼 저좀 따라와주시죠?"
형사는 칼같이 나를 데려가려는 모션을 취했고 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곳은 경찰서가 아닌 우리 윗층
7층 705호 앞.
영화에서나 보던 노란 띠가 문앞에 둘러져있었고, 경찰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705호에 가까워질 수록 썪은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익숙한 냄새.
"이 집 주인이랑 잘 아는 사이인가요?"
"아뇨, 전혀 모릅니다. 교류도 없었어요..."
"이걸 좀 보시죠."
그는 스마트폰을 내게 건내줬습니다.
그 작은 액정엔 다이어리가 찍혀있었습니다.
사실 너무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워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중요 포인트는 기억이 납니다.
자기야. 역겨운 담배냄새가 너무 많이나.
아랫층에서 올라온다.
X같은 샛기
자기와 나의 사랑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놈이야.
쓰레기같은새끼
자기도 냄새가 지독하지?
짜증나지?
죽이자.
그래
죽이자
자기와 내가
하나가 됬으니까
일기도 같이 쓰니까
자기 이거 보이지?
자기도 냄새가 맡아지지?
내 눈으로 볼 수 있는거지?
내 코로 맡을 수 있는거지?
내일 같이 찾아가보자.
찾아가보자.
죽여보자.
자기 부모님도 함께 가줄게.
이런 늬앙스였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경찰은 그런 나를 보고선 아무 말 없이
죄송하다 수고했다며 집으로 돌려보내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었습니다.
"이 사람을 만난 적은 한번도 없으십니까?"
"네... 아 아니요! 있습니다!"
난 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혹시 그날 엘리베이터앞 CCTV에 찍힌 영상을 보실 의향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없다고 했습니다.
무서우니까.
그렇게 집에 들어가 벌벌 떠는 저를 본 아내는 의아해하는 모습으로 차를 끓여준 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전 담배를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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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너무 떨면서 들어왔어요
전 차를 끓여주고선 시끌벅적한 밖으로 가봤어요
사실 윗층에 사시는 우리 아파트 반장님께서
주부 단톡에 뿌렸거든요
7층에 경찰들이 왔다고
그 경찰중 한분에게 6층에 사는 A씨 아내되는데 무엇때문이냐고 물었고,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CCTV를 확인했어요.
제 남편이 담배를 문 채로 계단으로 나가더군요.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아까 지나갔던 사내가
남편이 들어간 철문 앞에서 잠시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코트 안주머니에서 손을 집어넣어 뒤적였습니다.
그리고 나온 것은 칼...
CCTV영상이었지만 확실히 보였어요
미세하게 떨리는 목과 머리.
덮수룩한 머리는 태풍에 거세게 쳐지는 풀들마냥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하지만 신기한건
칼을 든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미쳐보이는 상태로 문을 열고 제 남편의 뒤를 따라들어갔어요...
몇 초뒤에 제 남편이 계단 철문쪽에서 나오더군요.
네...
제가 썪은 내 난다고 한 그날이에요...
너무 무서워서 반장언니에게 달려갔어요...
방엔 단톡에 있는 부언니들이 다 있었어요.
그리고 전 거부할 수 없는 그들의 진실된 말들을 다 들어야 했죠.
그 남자가 7층 사람들이랑 친했다더라고요
원래는 착한사람이었는데
왠 여자를 만났데요.
그런데 그 여자가 바람을 폈는지 어쨌는진 몰라도
그 여자랑 잘 안됬다나봐요
그러다
어느날은 복도에서 통화를 하려고 하더래요.
반장언니가 '아이고 우리총각' 하면서 엉덩이를 토닥여 주려고 그의 몸에 밀착한 순간
전화기에서
"미친샛기야 그만 전화하라고 이 스토커 샊끼야!!!!!!!!!!!!!!!!!!!!"
까랑까랑하게 여자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더래요
언니는 그대로 멋쩍은 미소를 짓고선 지나치려 하는데
그 때 너무 소름돋았대요
"응, 나도 사랑해. 자기도 나 보고싶지?"
그 청년이 말하더래요...
"야이 XX새끼야! 그만하라고! 제발!!!!!!!!!!!!!!!!!!"
그 청년에게서 멀어지는데
전화기 너머 그녀의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더래요...
좀 이상했다 싶었데요
근데 아무리 이웃이라도...
뭐 해줄 수 있는게 있나요?
오늘의 상황까지 온거죠.
시체가 발견되진 않았는데
신발 3켤레랑
옷 3벌이 있었데요
4~50대 남성의 구두
여성의 구두 2켤레
그리고 치마 2벌
언니들 말로는 그 청년이 미쳐버려서는
다 먹은거라고...
근데 남성구두는 왜있는지 모르겠다고...
또 여성의 구두는 왜 2켤레나 있는지..
다른 여자도 불러서 먹은거 아니냐고.......
이사갈까 해요...
근데 더 큰 문제는...
우리 남편한테 이 얘기를 해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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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반가워요~
여름이네요
더워요
사진 출처는...
우리 집 앞이에요!
새벽 1시에 나가서 찍었어영!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