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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개소리] 히포크라테스 선서
게시물ID : panic_89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wangGaeTo
추천 : 17
조회수 : 214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7/09 16: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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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학창시절, 나는 왕따였다.

왕따인 이유는 지금도 모르지만 아마 중학생시절에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학군이 넓은 것 치고는 학교수가 작은데다가, 마을사람들은 거의 몇대에 걸쳐서 그 마을에 살던 사람들이라

그 또래들은 거의 초,중,고를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

내 경우엔 그 당시 조부의 건강이 안좋아지는 바람에 온 식구가 전국의 큰병원을 전전하는 바람에 학업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을 뿐더러

우리집이 워낙 그딴거 대충 알아서 해도 안죽는다는 주의여서 

나도 그럭저럭 세월을 즐기는 부류에 가까웠거든.

그래서 중학교 때 성적은 거의 뒤에서 놀았다.

다만, 집에서 매일 저녁에 모여서 뉴스를 보면서 밥을 먹었기에 상식은 다른 애들보다 뛰어났달까?

그래서 다른건 몰라도 상식선에선 좀더 특출 났던거 같아.

아마 그게 애들 눈에는 아니꼬와 보였나봐

공부는 지지리도 못해서 바보나 지진아가 아닐까 생각되는 애가

증권시장의 동향에 대해서 선생들과 이야기하고

물에 젖어버린 책을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니는 꼴을 보면 말이지

덕분에 고등학교 3년동안 교과서는 구경도 못하고 다녔을 정도였으니

자연스레 혼나기 싫어서 교과서 내용을 외우기 시작했지.

계단에서 밀쳐지기 싫어서, 날아오는 공에 얻어맞기 싫어서 밤에 혼자서 운동도 했고

그러다보니

대학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우리 동네 최초로 전국에서 유명한 k대 의대를 진학하게 되었다.

졸업식날, 아니꼬와 하던 애들이 날 조용히 불러서 주먹질을 하길래

이제, 애들 장난은 끝났다고 실컷 비웃어주고 나왔지.

그것들은 고작해야, 우리 고향의 기술학교에 가거나 도내의 사립대학에 가는 수준이었으니까....

뭐, 그뒤로 나는 의대에서 나름 잘나가는 바람에 수석으로 졸업을 하고, 동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바로 전문의로 임명되었고, 한 5년 정도만 경력을 쌓으면 교수직도 고려주겠다는 언약을 받았지.

다만, 우리 가족은 고향을 떠날수 밖에 없었어.

튀어나온 못은 망치를 맞을수 밖에 없는 운명이잖아?

중학교 때까지 공부는 꼴지하는 모자라고 비실비실한 바보녀석 주제에

고등학교 가더만 동네에 날고 긴다는 애들을 다 제치고 

의대에 가서 턱하니 의사가 되었다니 얼마나 배가 아팠겠어.

게다가, 마을에서 가장 어른이던 우리 조부가 결국 돌아가시고, 

나를 제일 괴롭히던 a군이 이장이 되서  마을일을 좌지우지 하는데, 마을 전체가 움직이는 일을

남은 식구들이 당해낼 재간이 있을리가 없지...........

이상하게도 우리집의 수도만 끊기고, 전기가 나가고, 논에 물이 마르고, 닭들이 죽고,

결국엔 집에 불도 나고..

근데 뭐, 나로썬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어서.....

가족들은 내가 왕따였다는 것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으니..

그런데 얼마전에

그 a군이 반가운 얼굴로 나를 찾아왔더라?

여어~ 친구, 신수가 훤하구만! 우리 동네에서 아주 인물이 났어!

하면서..

자기 말로는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함을 많이 느끼고, 소화도 잘 안되고, 배도 가끔 아프고, 살이 많이 빠졌다나?

이거 큰병이 아닌지 걱정이라면서 친한 친구인 내가 자기를 좀 봐줬으면 한다나?

뭐, 나는 그냥 별거 아니라고 스트레스 받지말고, 술이나 조금 먹으라고 한 다음에 몇가지 영양제 정도를 챙겨보내줬지.


근데 그거 알아?

녀석의 조부는 간경화를 앓았고, 외조모랑 모친은 b형간염을 가지고 있다고

내가 의대에 와서 배우고 난 뒤에 알아본 거거든....

근데

뭐, 저런 증상을 오인하는 경험이 아직 부족한

나 같은 전문의에겐 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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