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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고목
게시물ID : panic_89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1
조회수 : 13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09 21:58:09
고목

내가 전에 살던 집의 바로 옆에는 나이가 수십 년 됨직한 큰 잣밤나무가 있었습니다.
우리 집 뒤에 사는 주인의 나무였는데,
우리 집에는 그 나무 때문에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인즉, 가을이 되면 엄청난 낙엽이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오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나무가 수십 년 이상된 고목이라서, 뿌리에서 2, 3미터 정도 썩어서
당장이라도 우리 집 쪽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태풍이 부는 날에는 온 가족이 오늘은 진짜 쓰러지지 않을까 하며 매번 노심초사했습니다.
몇 번이나 그런 사정을 주인에게 토로해보았지만
"우리 집 땅에 있는 걸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 권리가 없다!"며 막무가내로 거절하니
거의 반은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결국 그 고목 가지가 부러졌는데
그 두터운 가지는 우리 집이 아니라, 이웃에 있던 다른 집에 쓰러진 겁니다.
지붕의 기와도 깨져서 떨어지고 무너지고 정말 끔찍한 모양새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손해배상 이야기까지 나와서, 결국 그 고목은 잘리게 되었습니다.

고목을 잘라내고 1년 후.
그 자리에는 6층 맨션이 세워지고
제일 윗층에는 뒷집 주인의 조모가 관리인 겸 입주했습니다.

어느 날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맨션은 우리 집으로 가는 랜드마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먼곳에서도 훤히 보였습니다.
맨션으로 다가감에 따라, 맨션 옥상 쪽에 희끗희끗 안개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한 발짝 딛을 때마다 맨션이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희끗희끗한 것의 정체도 뚜렷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안개와 같은 흰 연기 속에 수없이 많은 사람 목이 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목은 각각 다른 얼굴이었고, 남녀노소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들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맨션 관리인인 할머니가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습니다.
노인성 치매가 원인이라고 결론지어졌지만, 과연 그랬을까요?

왜냐고요?
제가 본 그 얼굴들은 할머니가 살던 방 바로 위였던 게 이유 중 하나.
또 하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접적인 이유.
할머니의 죽음은 투신에 따른 타박상이 원인이 아닙니다.
땅에 있던 나뭇가지가 목을 관통했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노목의 원한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36385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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