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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나라도 괜찮겠어요?
게시물ID : panic_892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못된야옹
추천 : 19
조회수 : 134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7/13 1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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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야옹의 단편
「나라도 괜찮겠어요?」[에필로그]
 

 

 

 

 

 

 

“너 그 이야기 들었어?”
“뭔데?”
 

같은 서클의 호들갑떨기로 유명한 진우의 말에 준규는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녀석 특유의 잘난척하는 성격 때문에 평소에도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서클에서조차 말을 잘 섞지 않는 준규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있잖아, 예전에 ‘못된’구 ‘야옹’동의 그 쌍둥이 자매사건. 한명은 8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고 하나는 옆구리에 칼 맞아서 과다출혈로 죽었다는…. 그때 아마 언니가 동생을 칼로 찌르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랬지 아마? 이름이, 뭐였더라….”
“새삼스럽긴.”
 

진우녀석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짧게 끝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보였기에, 준규는 책상 옆에 걸려있는 자신의 가방을 낚아채듯 들어 올리며 심드렁하게 말을 내뱉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녀석의 말이 길어지든 짧든 간에 준규는 그 이유를 막론하고 녀석과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은연중에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은 녀석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그저 울화통이 치밀 뿐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맞다! 생각났어!!”
“아, 놀래라. 또 뭐가?”
“어머. 얘는? 너는 무슨 공포 마니아인 주제에 이런 거에 발끈발끈 놀라냐, 놀라긴. 정말 강심장 맞아? 그런 콩만한 심장으로 여지껏 어떻게 그 수만은 심령스폿을 경험했데? 같은 서클인 내가 다 창피하다야. 큭큭”
“뭐?”
“발끈하기는! 그 애들 이름말이야, 생각났다고. 지현, 지희였었지 아마?”
“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준규는 참다못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진우는 그런 준규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야. 아무리 남자한테 환장 했다 그래도 어떻게 언니가 되가지고 동생말보다 남자 말을 더 믿을 수가 있냐? 그래도 혈육인데 안 그래? 완전 남자한테 미친 걸레야 걸레! 거기다 동생 죽였으면 됐지 뛰어내리긴 또 왜 뛰어내려? 깜방 가는 건 그래도 무서웠나보지? 덕분에 그 둘과 삼각관계였던 그 남자도 자살하고 말이야. 꼬리칠 땐 언제고 그렇게 뒤져? 뒤지긴. 그 남자도 말야 평범하게 마음잡고 가게나 운영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걸, 괜히 홀려가지고. 그러게 여자란 족속들은 하나 같이 다 남자 홀리는 거엔 도가 텄단 말씀이야. 오죽하면 내가 여자를 안 사귀겠냐? 이 핸섬한 얼굴을 하고서도 말이야.”
“…….”
“너 그렇게 미간에 주름 짓다간 그거 평생 간다? 뭐 그깟 주름이 있던 말던 네 얼굴로 뭐가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말이야.”
“시발 할 말 있으면 뜸들이지 말고 빨랑 말해! 내 성질 알 텐데?”
 

준규는 자꾸만 쓸데없는 말로 자신을 가로막는 녀석을 쏘아보며 최대한 짜증을 억누른 채 말했다.
 

“암, 알지. 알고말고. 그래서 말인데 준규야. 너 혹시 그 애들 보고 싶은 마음 없냐?”
“뭐?”
“우연치 않게 알게 된 건데 말이야. 그 애들이 죽은 그 건물 맞은편에 그 남자가 운영하던 편의점이 있었던 건 너도 알지? 지금은 다른 주인이 운영하고는 있지만 말이야.”
 

심령스폿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준규였기에 녀석이 말하는 곳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오죽하면 서클 역시 그런 마니아 적인 공포관련 서클에 가입했을까. 거기다 심지어 그 사건 당시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던 준규였으니 말이다.
 

“그게 뭐 어쨌는데?”
“그게 말이다. 그 곳에서 특정 시간대가 되면 말이야….”
 

준규는 뭔가에 홀린 듯 녀석의 말에 집중하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자매가 나타난다는 거야. 사고를 당했을 때와 같은 몰골로 말이야. 어때 뭔가 쫄깃하지 않냐?”
“그게 다야?”
“어? 뭐야? 반응이 뭐 그렇게 시큰둥해?”
“말 끝났으면 나 가 도 되지?”
“어? 어… 그래.”
 

떨떠름한 반응도 모자라 뒤도 안돌아보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만치 멀어져가는 준규를 한동안 멍하니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던 진우. 이내 그는 품속에서 정성껏 포장되어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고는 묘하게 입 꼬리를 올린다.
 

“그렇게 무관심한 척 해도 말이야… 난 네가 직접 확인해보러 갈 거라는 걸 다 알 수 있다고. 왜냐하면 말이지….”
 

이내 진우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저만치 반쯤 열려있는 쓰레기통으로 몸을 옮기고는 좀 전에 품속에서 꺼냈던 포장된 작은 상자를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 속으로 휙 하고 던져 넣었다. 그리곤 마치 조금 전 준규의 표정을 따라하듯 심드렁한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거든. 큭큭.”
 

 

 

 

 

 

 

***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던 거였어!”
 

준규는 처음 그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던 계기를 떠올리며 이불속에서 마치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거는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땀으로 목욕이라도 했다고 생각할 만큼 준규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은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있었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찝찝해서라도 당장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씻을 것 같은 그 상황 속에서도 그는 고작 비게를 끌어안으며 횡설수설 하는 게 전부였다.
 

“내 잘못이 아냐! 애초에 날 자극한 ‘진우’놈이 나쁜거라고! 나도 피해자야! 나도 진영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라고!!”
 

처음부터 그가 진영에게 했던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다. 여자 친구와 여행 때문에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부터 진영이 겪은 일을 자신에게 털어놓기 무섭게 차갑게 반응했던 모든 것이 말이다. 애초에 그 매장은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 때문에 야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부득부득 일을 하게 해달라고 메달리던 자신의 모습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처음 그 매장에서 야간 일을 시작하던 당시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끽해야 그저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자신의 영 능력으로 운이 좋으면 혼령의 사진정도는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고작이었다.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준규는 눈을 질끈 감으며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며 생각에 잠겼다.
 

 

 

 

 

 

 

***
 

 

 

 

 

 

 

매장의 화장실 근처에서 그 기괴한 여자를 마주 했을 때, 그리고 자주 오던 손님 중 유독 자신에게 말을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왔던,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던 매혹적인 여성이 그 죽은 자매의 혼령 중 하나였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난 그 여성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사실 짙은 와인색 코트는 그녀의 터진 옆구리에서 꾸역꾸역 흘러나오던 피와 내장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썩은 살가죽이었다는 걸.
 

얼마 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그곳에서 도망치는 것엔 성공했지만, 귓가를 맴도는 기괴한 소리를 떨쳐버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던 자신에게 진우가 찾아왔다. 너무도 절묘한 찰나에 때마침 찾아온 진우 놈의 얼굴을 보자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고, 그 탓에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무작정 달려들어 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너 이 개자식아! 니가 나한테!!”
“호오? 뭐야? 며칠 얼굴 안 보인다 했더니, 진짜 체험이라도 하고 온 거야? 뭐야 재미없게. 그렇게 관심 없는 척 하더니만. 큭큭.”
“뭐라고 이 개새키야?!”
“허허? 지금 나 칠라고?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면 어디 쳐보시던가.”
“뭐라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죽고 싶다면 말이야.”
“……?”
“어이어이. 내 얼굴 보면 모르겠어? 너 뿐만 아니라 나도 그곳에 다녀왔지만, 내가 지금 너처럼 그런 인생 다 산 얼굴이니? 큭큭큭.”
 

정말이지 그때는 놈을 죽여 버리고 나도 죽을 생각밖에 없었다. 허나 참으로 인간이라는 것이 간사하게도 진우놈의 그 한마디에 난 죽을 힘을 다해 움켜잡았던 손을 힘없이 풀어버렸다.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데?”
 

놈은 특유의 그 재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난 그 날, 이 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친구라는 녀석을 내가 살기 위한 도구로써 아무렇지 않게, 심지어 태연한 척 연기 까지 해가며 이용하는 데 성공했다.
 

 

 

 

 

 

 

***
 

 

 

 

 

 

 

“아냐! 이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잠깐 잠이라도 들었다 깬 것처럼 불현듯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준규의 모습은 역시나 아까와 다를 것 없이 초췌함 그 자체였다.
 

“하아 하아….”
 

벌써 이 똑같은 자책으로 비롯된 악몽에 시달린 게 며칠인지 조차 모르겠다. 진영에게서부터 연락이 끊긴지 벌써 열흘. 점점 준규는 자신 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르는 진영으로 인해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먼저 연락을 할 엄두는 결코 낼 수 없었다. 그 순간 매일 시달리던 악몽이 현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그것보다는 적어도 진영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금이 낮다는 생각에서였다. 참 그가 생각해도 자신은 더없이 완벽한 기회주의자였다.
 

“끄응….”
 

준규는 타들어가는 갈증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몸을 힘겹게 일으키곤 책상위에 놓인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물병을 가지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 않는 준규의 눈에 문득 저만치 침대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그런 준규를 기다렸다는 듯 번쩍거리는 액정화면. 준규의 동공에 ‘부재중 전화 1통’ 이라는 메시지가 또렷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준규는 타들어가는 갈증을 잠시 뒤로 미루고 힘겹게 팔을 늘여 휴대전화를 움켜잡았다.
 

‘진영 어머니’
 

준규는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떨어트릴 뻔 했다. 진영 어머니가 도대체 무슨 일로 갑자기 자신한테 전화를 한단 말인가? 준규는 전화가 왔던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2시 22분’
 

불과 지금으로부터 한 30분정도 전에 걸려 온 전화였다. 준규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시지….”
 

진영의 어머니께 전화가 걸려온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진영과는 고등학교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사이었기에 진영의 귀가가 늦어진다거나, 고민이 있어 보인다거나 할 때면 친구인 내게 물어보는 게 그의 부모로써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버린 이후, 그것도 갑작스럽게 이런 야심한 새벽에 내게 전화를 거셨다는 건 분명 진영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순간 준규의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정말 진영한테 무슨 일이….”
 

준규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직 드러난 건 아무것도 없잖아? 괜히 호들갑부터 떨지 말자! 네가 무슨 진우새끼도 아니고! 침착해!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돼. 준규야!!”
 

스스로 다짐하듯 중얼거리던 준규는 이내 옆에 내려 두었던 물병을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타들어가듯 메마른 목구멍을 타고 비교적 시원한 물이 흘러 들어가자 준규는 조금이나마 가슴이 진정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 기껏해야 학점에 관련된 거나, 진로문제 같은 걸 물어보려고 전화하신 걸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나란 놈도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하하핫. 설마 정말 진영이 한테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잖아? 하하핫. 하하하.”
 

잠깐의 진정된 듯 했던 마음도 잠시,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준규는 중얼거리며 혼자 웃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띠리링.’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무섭게 고요함을 깨며 익숙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준규의 눈에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이 들어왔다.
 

-진영-
 

‘준규야,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지금 네 집 앞으로 가고 있으니, 좀 나와 줄래?’
 

준규는 뜻밖에 진영에게서 온 메시지에 놀라면서도 한 편으론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역시 진영의 어머니가 전화한 것은 단순하고도 평범한 이유에서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불안감을 떨쳐 버린 것은 아니었다. 비록 진영이 무사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렇다는 것은 진영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확신은 없었으나, 그 자매의 혼령이 결코 그냥은 살려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운 좋게 진영은 자신처럼 그 곳에서 도망칠 수 있었고, 그 상황을 자신에게 알리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었고, 별로 대단 한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진영을 소개시켜 줄 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자신은 진영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저 다른 희생양을 물색해서 그곳으로 보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진영 모두 살 수 있을 테고 죄책감 따위야 가까운 지인이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야 훨씬 견딜 만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은 진영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면 그 뿐이었다.
 

“그래, 불안할 건 전혀 없다고!”
 

나름 자기 합리적인 생각이 말끔히 정리되자,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준규는 들고 있던 반쯤 남은 물병을 침대 머리맡에 조심스럽게 세워두고는 서둘러 옷장 속에서 대충 손에 집히는 가디 건 하나를 몸에 둘렀다. 그리곤 휴대전화를 챙기기 무섭게 부랴부랴 굳게 닫힌 방문을 열었다. 이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실내용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거실을 지나 현관 앞에 도달해 차가운 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이었다.
 

‘띠리링’
 

준규는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숙여 불이 켜진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들여다본다. 또 하나의 신규 메시지. 그건 다름 아닌 진영으로부터 도착한 메시지였다.
 

“뭐지? 좀 늦는다는 걸까?”
 

준규는 현관 문 손잡이에 올렸던 손을 스르륵 내려놓으며, 새로 도착한 메시지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진영-
 

‘참, 말한다는 걸 깜박했는데. 사실 네 집으로 가고 있단 건 내가 아니고 우리 언니야. 뭐 언니라고 부르기도 싫은 년이지만 어째? 당장 내가 아쉬운 걸. 난 너보다 먼저 왔었던 새끼한테 가봐야 해서 말이야. 그럼 안녕! 아차, 그래도 고맙단 말은 해둘 게.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건 사실이니까 호호. 그럼, 언젠가 볼 수 있다면 또 봐요, 준.규.씨? 후후훗’
 

준규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버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휴대전화만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그의 귓속으로 ‘띵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파고들어왔다.
 

‘띵동’
 

‘띵동’
 

‘띵동’
 

‘…….’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미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준규의 태도에 화라도 난 것일까? 초인종 소리는 점차 빨라져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빨라지기 전의 작은 공백 속에서 준규는 분명하게 들었다.
 

마치 문을 긁는 것과도 같은 소름 돋는 소리.
 

뼈 마디마디가 뒤 틀리는 듯 한 기괴한 소리,
 

그토록 잊고 싶었던 그 날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그 끔찍한 소리를….
 

 

 

 

 

 

 

 

 

 

[기기기긱기긱!!!!]
 

 

 

 

 

 

 

***
 

 

 

 

 

 

 

젊음이란, 불만은 있어도 비관은 없어야 한다. 항상 저항하는 의지를 가져라
 

만일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면 물론 그것을 밟는 것도 좋다. 하지만 밟지 않아도 된다면
 

함부로 밟을 필요는 없다. - 중국 작가 노신 -
 

 
 

 

[나라도 괜찮겠어요?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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