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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단편] 복수
게시물ID : panic_89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못된야옹
추천 : 12
조회수 : 115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13 15: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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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야옹의 일곱번째 단편
<복수>
 

 

 

 

 

어느 날, 예전부터 누군가는 바랐을 아니, 상상했을 일이 한 과학자로 인해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건 다름 아닌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발표였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이 어플을 실행해 녹음하면 자동으로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재생되며(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기능은 이 어플의 사진기능을 이용해 동물의 얼굴을 촬영하면 현재 동물이 생각하는 것의 대한 이미지가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구현된다는 점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발표에 사람들은 저마다 과학자를 미친사람 취급했고, 그를 지지하는 정부 역시 비난하며 바보 취급했다. 하지만 이 어플로 몇 년째 미해결이었던 사건의 범인이 잇따라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과는 180도 달라져있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문역시 순식간에 묻혀버렸다.
 

‘범죄 없는 사회,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경찰청이 내건 슬로건은 정말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수많은 개와 고양이등의 유기동물을 이용한 범죄예방으로 범죄율은 어플이 개발되기 전인 전년도에 비해 80%가까이 줄어들었고 머지않아 범죄율 0%가 되는 것 또한 불가능하진 않아보였다. 덕분에 주인에게 학대받고 상처입고 끝내 버려진 유기동물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180도 달라져, 동물 보호법 역시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엄중하게 개정되었다.
 

삐-
(뽀삐는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저놈이 범인이야! 체포해!”
 

삐-
(누렁이는 B씨가 C군을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들을 때린 놈이 네놈이었어?! 이 개자식!!”
 

삐-
(순둥이는 자신을 버린 주인 K씨가 몹시 원망스럽다고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기르던 동물을 버릴 수가 있어? 미친 새끼! 너 같은 건 밥도 아까워!”
 

삐-
(용팔이는 C양이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렸다고 말합니다.)
“이거 ‘살견미수’ 아니야? 동물들 덕분에 평화롭게 사는 것도 모르고! 저년도 똑같이 다리 부러뜨려버려!”
 

삐-
(덕구는 S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말합니다.)
“저 새끼 사살시켜버려! 동물을 죽이려 하다니…. 필시 잠정적 범죄자라고! 덕구가 놈 손에 죽었다면 분명 범죄를 저질렀을 새끼야! 죽여 버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동물들의 말과 생각은 인간에게 절대적이 되었고, 그 결과. 실수로라도 동물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잠정적 범죄자로 인정받아 평생 감옥에서 썩거나 사회를 위해 암적인 존재로 분류되어 사살되는 자들의 수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민기는 오랜만에 키우던 고양이 ‘청심원’과 아침 산책을 나왔다. 그는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약간은 지친 탓에 ‘청심원’과 함께 벤치에 앉아 이야기나 나누며 잠시 쉬기로 했다. 민기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실행시켰다.
 

삐-
[청심원은 ‘목줄 풀어라, 이 새끼야.’ 라고 말합니다.]
 

민기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오랜만의 운동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았겠거니 하고 넘겼다.
목줄을 풀어주자 민기의 고양이는 ‘이야옹~’이라며 귀엽게 울었다.
 

삐-
[청심원은 ‘앞으로 목줄 채우면 죽여 버린다.’ 라고 말합니다.]
 

민기는 순간 충동적으로 손이 올라갔지만 공원에 보는 시선이 많아 스르륵 손을 내렸다.
 

“너 이따 집에 가면 죽었어!”
 

삐-
[청심원은 ‘ㅋㅋㅋㅋㅋㅋㅋ’ 라며 비웃습니다.]
 

“이게 먹여주고 입혀주는 주인한테 버릇없이!”
 

삐-
[청심원은 ‘주인 같은 소리한다. 뒤질라고. 니들이 우리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당장 널 찢어 죽여도 모자라니까 좀 닥치고 있어.’ 라고 말합니다.]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주인한테!!”
 

민기는 울화통이 치밀어 더는 못 참고 손을 번쩍 들었다. 때마침 지나치던 시민들은 일제히 민기에게 모여들었다.
 

“당신 지금 고양이 학대하려고 한 거 아냐?”
“아, 아닌데요….”
“아니긴! 확인해보면 알겠지!”
 

시민 중 리더 격인 덩치의 남자는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실행시키곤 민기의 고양이에게 가져다대었다.
 

“네 주인이 혹시 널 학대했니?”
 

남자의 물음에 녀석은 ‘이야옹’ 하고 울었다.
 

삐-
[청심원은 ‘학대하지 않았다.’ 라고 말합니다.]
 

“것 봐요!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이제 확인 됐나요?”
 

민기는 의기양양하게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쳤다. 덩치 남자와 술렁이던 시민 몇 명은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순간 ‘청심원’이 ‘이야옹, 야옹’ 하고 한 번 더 울었고, 덩치 남자의 스마트폰은 아직 어플이 실행중인 상태였다.
 

삐-
[청심원은 ‘학대하진 않았지만 저를 죽이려고 하네요.’ 라고 말합니다.]
 

 

 

 

 

덩치 남자와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품속에서 흉기를 꺼내 민기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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