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라는 매체에서 2006년에 쓴 기사인데 저작권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문을...
요약: 조선일보 노조 파업하면 미워도 연대는 해야지 싶은데, '연대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일이 일어나겠어? 그 때 고민하지 뭐 ㅋ
조선일보 노조가 파업하면 연대해야 할까 말까?
2006/01/31 [16:52]
참이슬
2002년 조선일보 계열사로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월간조선>, <주간조선>, 기타 조선일보 발행 각종 출판물을 모두 인쇄해주었던 '(주)조광출판인쇄' 노조원들이 사측의 위장 폐업 및 노조원 8명 집단해고로 파업 투쟁을 벌일 때도 조선일보 노조는 연대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 스포츠조선 노조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 투쟁을 벌일 때도 조선일보 노조는 연대하지 않았죠. 도리어 스포츠조선 노조 집행부에서 조선일보 노조 쪽에 비판 성명까지 낼 정도로 사측의 스포츠조선 구조조정에 충실히 협조했습니다. 노조 탄압의 일환으로 해고된 스포츠조선 기자의 공석을 조선일보 스포츠부 소속 기자로 메꾸는 인사조치에 대해 항의 한 마디 없었던 게 조선일보 노조였습니다.
위 두 사업장이 파업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방씨 일가는 핵심 사업장인 조선일보보다 방계 회사인 '(주)조광출판인쇄', 스포츠조선부터 고용 형태를 비정규직으로 개악하려 했던 것이죠. 아마 두 회사가 모두 일찍부터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조 산하 지부로 전환할만큼 나름대로 노동자 연대 의식이 있는 활동가들이 존재했던 것에 비위가 거슬린 데다가, 나름대로 기가 센 조선일보 기자보다는 상대적으로 파워가 약한 인쇄공들과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보다 손쉽게 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마디로 평상시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한'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를 성토해 마지 않으며 '귀족노조'란 비난과 매도도 서슴지 않았던 조선일보 기자들이 정작 형제 회사라 할 수 있는 '(주)조광출판인쇄'나 '스포츠조선'의 비정규직 문제, 노동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외면한 것입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따로 없는 일이죠.
자기들부터가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한 귀족노조'인 주제에, 도리어 다른 건강한 노동운동가들까지 싸잡아 매도하며 국민들에게 음해와 모략을 일삼았으니 말입니다.
아마 민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 노동탄압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자본가의 '구사대' 노릇 하는 데 가장 앞장 선 '귀족노조'로 둘째라가면 서러운 곳이 바로 조선일보 노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조선일보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련 소속 노조입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민주노총 죽이기'의 선봉에 서고 있는 이 아이러니!)
그렇게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한 귀족노조' 조선일보가 혹 만에 하나(이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조선일보 노조가 파업할 확률은 정말 1/10,000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에 파업 투쟁 연대 요청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 형제 회사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 투쟁하지 않았던 조선일보 노조에게 '연대 투쟁 거부'로 앙갚음을 해야 할까요?
저는 조선일보 노조가 파업 투쟁을 선언하고 언론노조, 나아가 민주노총에 지원을 요청하면 일단 연대 투쟁에 나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덕으로서 악을 갚는다는 격언은 바로 이럴 때 실천해야 하지요. 파업 배경이 자기 밥그릇 보호라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지라도, 방씨 일가와의 투쟁 과정을 통해 소유와 경영, 편집이 분리되지 않은 언론사의 비민주성이 빚어내는 문제들을 더욱 절절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에는 언론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양심적인 인사들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이 과거 '조선투위'처럼 조선일보 내부를 개혁하는 '빛과 소금' 노릇을 해 줄수만 있다면 언론 민주화를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연대 투쟁에 동참하는 이들은 조선일보 노조의 파업 단순히 '내 밥그릇 지키기' 수준에서만 맴돌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벌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조선일보의 반민주, 반통일, 반노동 보도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도록 견인해야겠지요. 더불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편집 민주화 장치를 마련함은 물론,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신문판매 행위를 중단하며 신문시장 정상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어쨌든 조선일보 노조의 파업 투쟁에 '연대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이상 '꿈같은 공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1/10,000의 확률에 지나지 않는 조선일보 노조의 파업이 정말 실현될 수만 있다면 방씨 일가의 언론권력 '사상누각'은 금새 허물어질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