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고갯길을 차로 달리고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 누가 서 있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자다.
짐 하나 없이, 혼자 서 있다.
새빨갛고 큰 모자를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늦은 밤에 기묘한 광경이다 싶었지만, 별 생각 없이 그대로 지나쳤다.
커브를 몇번 지나자, 다음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시선을 돌리다 오싹해졌다.
또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혼자 서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아까 전 여자와 다를게 없었다.
기분이 나빠, 가능한 한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쓰며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다.
고개를 지나오기까지 버스 정류장은 4곳.
모든 정류장에 그 여자가 서 있었다.
고개를 넘자마자 버스 노선을 벗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간을 때웠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왠지 그 여자가 씌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새벽녘이 되어, 하늘이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