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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집(奇談集) _ 1-3
게시물ID : panic_89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풍월야
추천 : 23
조회수 : 132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15 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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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꾸 끊어써서 죄송합니다.
업무를 보면서 글을 쓰다 보니. 여유 될 땐 한번에 쭉쭉 쓸게요.

저는 어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층을 꾸준히 기웃거렸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꾸짖음이 그닥 '엄청 나'보이지가 않았거든요. 어머니의 뉘앙스라는 게 있잖아요.
어머니는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화를 내십니다만, 2층에 관한 경고는
뭐랄까요 ... 밤에는 절대 사탕 먹으면 안 돼! 와 비슷한 느낌이었달까. 또 걸려도 매를 맞거나
하지는 않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2층을 기웃거려도 왕할아버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정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어느 날인가 왕할아버지가 제 앞에 앉으시더니 뭘 촥 뿌리시더이다. 보니 예쁜 조약돌이었어요.
제가 돌에 정신이 팔리자, 왕할아버지는 돌을 주어서 던지고, 잡고 두어개를 잡더니 다시 던지고...

네, 공기놀이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제쪽으로 다시 돌을 펼치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예나 지금이나 참 손재주가 없거든요...
던지는 족족 튕겨나갔습니다. 그러자 왕할아버지께서는 낮은 소리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도 (할아버지 이름)처럼 공부나 할 팔잔가 보구나."
"휘문놈들은 선생이나 학생이나, 예나 지금이나 공부말곤 잘하는 게 없는데 손주도 꼭 같구나."

이 몇마디의 대사가 지금의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중요한 단초 중 하나가 됩니다. 
다만 이 날의 기억만은 정말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매미소리, 밝은 태양,
그리고 왕할아버지와의 짧은 공기놀이... 참 좋았지요.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제가 2층으로 가는 날이 뜸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댁 문걸이에
그네가 설치되었기 때문이죠. 나이 좀 되신 분들은 기억 나시죠? 실내에 봉을 꽂아서 만드는 그네요.
손자를 끔찍히 아끼시는 할아버지께서 그걸 사오셔서 달아놨고, 저는 2층에 갈 틈도 없이 그 그네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왕할아버지의 존재도 어린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갔지요.

그렇게 ... 다음 해의 초봄인지 그 해의 겨울 끝자락인지 기억이 안납니다만,
저녁을 먹고 곤히 잠에 들락말락하던 저를 어머니가 깨우시더니 옷을 입히기 시작합니다.
졸린 저는 정신이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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