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골목길 곳곳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번식을 위해 짝을 찾거나 영역 다툼을 하는 고양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이 증가하고, 그만큼 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오는 길고양이들도 많아집니다. 그렇게 센터로 오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해 이맘때쯤 경기도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로 온 고양이들의 87%가 죽었습니다.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근처에 유기동물 보호하는 곳이 어딨는지 아세요?”
밭에서 작물을 손보는 사람에게 물었다.
“글쎄요. 근처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양쪽으로 알루미늄 패널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 풀밭 가운데 텃밭과 비닐하우스 등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내비게이터가 가리키는 곳에 다다랐지만, 유기동물들이 머무는 보호센터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좀더 헤매다 창고 건물을 둘러싼 울타리 근처에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란 현판이 보였다. 열려 있는 정문 앞으로 다가갔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정문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건물이 있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보이는 건물 내부엔 어둠이 깔려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왈왈! 왈왈왈!”
지난 28일 오후 5시께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안산분기점 인근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를 찾은 이유가 있다. 최근 진선미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안산시에서 받은 자료를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안산유기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고양이 554마리 가운데 482마리가 죽었다. 무려 사망률이 87%다.
일반적으로 공공장소를 배회하거나 종이상자 등에 담긴 채 버려지는 동물들이 보호센터로 들어온다. 이렇게 버려지는 동물은 지난해 9만7000여마리였다. 이 동물들은 보호센터로 옮겨진 뒤 10일 동안 소유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언제든 안락사가 가능하다고 동물보호법은 규정한다. 입양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동물의 목숨은 보호센터의 결정에 맡겨진다. 지난해 안락사된 유기동물만 2만4000여마리다. 안락사 이외에 질병 등의 사유로 보호센터에서 죽은 동물도 2만2000여마리에 이른다.
보호센터로 들어오는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의 지위는 특수하다. 지난해 3월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 조항 14조와 동법의 시행규칙 13조를 보면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고양이는 보호센터에 들어올 이유가 없고, 들어오더라도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서 다시 방사하면 된다.
하지만 안산보호센터의 실태는 달랐다. 진선미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보호센터에 들어온 554마리 가운데 토종 길고양이로 불리는 ‘코리안쇼트헤어’ 종이 521마리였고, 품종묘가 33마리였다. 즉, 대부분 구조·보호 대상이 아닌 길고양이인데도 보호센터로 들어왔다. 죽은 고양이 482마리 가운데 안락사가 189마리, ‘자연사’가 293마리다. 보호센터 쪽은 ‘자연사’란 인위적으로 안락사를 시키지 않았는데도 질병 등으로 죽은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입소한 고양이 중에서 주인에게 되돌아간 고양이는 3마리, 중성화 수술을 받고서 방사된 경우는 17건이었다. 새 주인을 찾은 고양이는 52마리뿐이다. 극히 적은 수만이 살아서 보호센터의 울타리를 빠져나왔다. 도대체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한 직원이 다가왔다. “어떻게 왔습니까?” 취재하러 왔다며 취지를 설명하고 신분을 밝혔다. 직원은 보호센터를 이끄는 박한웅 대표에게 안내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가 안산보호센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처음엔 안산시의 유기동물만 데려오는 곳이었는데, 안산시 하나만 맡아도 토지 임대료나 시설비가 만만치 않아 다른 지자체의 유기동물도 보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엔 7개 지자체를 맡았고, 올해엔 과천시를 뺀 안산, 시흥, 화성, 광명, 의왕, 안양 등 총 6개 지자체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매년 유기동물의 보호를 도맡을 기관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사단법인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가 운영하는 안산보호센터는 안산 이외에도 인근 지자체의 유기동물 구조와 보호 업무를 맡아왔다. 박 대표는 처음엔 고양이들의 떼죽음을 부인했다.
“87%(사망률)라는 숫자가 어찌 나왔는진 몰라도, 그렇게 죽을 수가 없습니다. 고양이가 들어와도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방사하면 됩니다. 정부가 중성화 수술 비용도 보조합니다.”
하지만 이 보호센터의 ‘유기동물 포획 및 보호 처리 대장’을 통해 뽑은 숫자라고 하자, 박 대표는 나름대로 경위를 설명했다.
“우리도 난감합니다. 여기 들어오는 고양이 중 상당수가 새끼예요. 새끼는 면역력이 약해서 어미와 떼어놓으면 대부분 금방 죽어요. 어미가 핥아주고 모유를 먹이면서 보호해야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데려와야 해요. 고양이가 불쌍하다고 놔두면 민원인들에게 욕을 먹고, 또 한편으론 동물 애호가들이 새끼들을 데려와 죽인다고 욕해요. 정부에서 고양이 새끼에 대해 어떻게 하라는 기준과 지침이 없으니 우리도 미칠 노릇이죠.”
실제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이 보호센터에 들어온 고양이 554마리 중에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된 개체는 413마리나 되었다. 전체의 79% 정도다. 생후 6개월 미만 고양이의 사망률은 전체 사망률인 87%보다 더 높은 91%가량이다.
이 보호센터는 고양이에게도 안락사를 시행해왔다. 수의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건강상태로 판정할 경우에만 안락사를 시킨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종합하면 구조·보호 대상이 아닌 고양이들이 민원에 의해 보호센터로 옮겨졌고, 그중 상당수는 태어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새끼이며, 보호센터에서 질병에 걸려 인위적으로 안락사시키거나 자연적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번식철인 4~5월 무렵에 고양이들이 몰아서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생명이 이렇게 쉽게 죽어 나갈까. 올리브동물병원의 박정윤 원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젖을 못 뗀 고양이는 당연히 사료를 먹지 못하고, 초유나 분유를 먹어도 살아날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또한 새끼들은 면역력이 약해 호흡기, 소화기계 전염병에 쉽게 노출되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병이 쉽게 퍼집니다. 병이 돌기 시작하면 젖을 뗀 새끼들이나 다 자란 고양이들도 상당수 죽습니다.”
또 박 원장은 “새끼가 불쌍하다며 구청에 신고하거나 동물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죽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진짜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 자리에 둬서 어미를 찾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와의 면담을 마치고 보호센터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건물 밖에는 대형견들이 있었고, 건물 안에는 작은 유기견이 80여마리 있었다. 다른 건물에는 고양이들이 작은 우리 안에 있었다. 다 자란 고양이는 한 마리씩 수용하지만, 새끼들은 한 우리에 3~12마리 정도 있었다. 서로 엉겨붙고 ‘갸르릉’거리며 지내고 있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고양이가 많았다. 이런 고양이들마저 굳이 보호센터로 와야 하는 걸까.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을 하는 기준은 없는 걸까.
서울시는 지난해 수의사회, 동물보호단체 등의 관계자들을 모아 길고양이 포획 기준을 만들었다. 배진선(수의사) 서울시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기존엔 3개월령 이상만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방사했으나, 실제로 일을 하다 보니 수술을 받은 뒤 생존 확률이 떨어지는데다 정확한 월령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결국 관계자들이 모여 몸무게 2.5㎏을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고양이가 생후 6개월 이상 지나야 그 정도 자라고, 중성화 수술을 받고 나서 방사했을 때의 생존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새 기준을 올해부터 적용했지만 다른 지자체의 경우 아직 정한 기준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소방관들이 민원을 받아 포획한 새끼 고양이의 경우 다시 되돌려보내기도 어려워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고 있다. 안산보호센터의 박 대표는 <한겨레>가 다녀간 이튿날 통화에서 “우리도 이제 고양이 새끼를 안 받기로 했고, 이런 기준을 관철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인식의 문제를 제기했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길고양이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민원이 제기돼 고양이가 보호센터로 간다고 해서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중성화 수술을 시켜 한 지역의 개체수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끼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이 불가능하고, 보호센터로 가면 대부분 죽기 때문에 소방관들도 이를 인지하고 민원인에게 적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 작성자 윤형중 기자게시됨: 2014년 06월 02일 16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02일 16시 56분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