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집손
작년에 일하면서 연달아 실수가 이어져서,
액년은 내년인데 왜 이렇게 운이 나쁘지하고 찾아보니 전액(前厄)이란 게 있단 걸 알게 되었고
바로 회사에 사흘 휴가를 받아 시골에 있는 집에 돌아갔습니다.
집에 간 다음 날 마을에 있는 나나타케 신사라는 곳에 가서 액풀이 받았고, 그 날 밤.
모두들 잠든 새벽 3시 쯤, 제가 갑자기 고향에 온 바람에 서둘러 내어놓은 이불은
6월이었는데 겨울용처럼 두툼해서 땀 때문에 잠이 깼습니다.
더웠는데도 이불을 걷으니 또 추운 그런 상태라 뒤척이다가 완전히 잠이 깨버렸습니다.
천장을 보며 멍하니 있는데 무슨 소리가 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고양이가 우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점점 다가오는 것 같더니
잘 들어보니 사람 목소리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정도 될 법한 어린이 목소리였습니다.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고, 아이들이 내는 웃음 소리가 집 안에서 들려왔습니다.
지금 우리 집에는 메이지 시대에 태어나신 할아버지, 고모, 아버지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 뿐인데 어째서..?
분명 아이 목소리라고 깨달은 순간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마치 뱀이 노리는 개구리처럼 몸이 꼼짝도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 목소리가 제 방문 앞에서 그쳤고, 소리 없이 문이 열렸습니다.
얼굴이 쌍둥이처럼 똑같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사내아이 두 명이 제 방에 들어오더니
방을 구석 구석 찾는 겁니다.
한참을 찾아다니더니 저한테는 눈길 한 번 안 주던 쌍둥이 중 하나가 절 쳐다봤습니다.
위험하단 생각도 미처 하기 전에, 쌍둥이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 이 사람 깨어 있어"
"아, 진짜네"
"어떻게 할까?
"데려 갈까?"
"하지만 여기 나나타케 씨가 있는데?"
"그럼 관둬야지"
"천벌 받을 지도 모르니까"
그런 말을 나누더니 쌍둥이는 벽을 통해 사라졌습니다.
책상 위에는 낮에 나나타케 신사에서 신관에게 받은 부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먹을 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할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거 '뉘집손' 아니냐"
뉘집손이란, 우리 지역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인데
부락 안에 아이들이 놀다보면 어느 틈엔가 모르는 애가 하나 섞여서 같이 놀고 있다.
작은 부락촌인지라 서로 아는 사이이니 척 봐도 모르는 애를 뉘집손이라고 부르며
뉘집손이 나타나면 절대로 그 정체를 물어봐서는 안 되고
바로 놀이를 마치고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만약 정체를 물을라손 치면 죽임을 당하거나 계속 놀아줘야 해서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거나
혹은 끌려간다는 약간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가 어릴 때 이미 해주신 이야기였고,
아버지도 어릴 때 실제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뉘집손은 한 명 아니에요?"
고모가 할아버지께 여쭤보자, 할아버지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라 정해진 게 아니라, 죽은 아이 수만큼 있는 거야"
※뉘집손은 일본어로 닷카코돈이라 쓰여 있었고,
큐슈 지방 사투리로 "누구 집 아이"란 뜻
제가 아는 부산 사투리로 번역하려고 했지만..
글로 써보니 누~집↗아↘라는 억양을 살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다들 알아볼 수 있는 누구 집 손자라는 뜻의 뉘집손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