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군생활이 떠오릅니다. 중부전선 gop로 바로 자대배치 받고 10개월가량을 생활했는데 낮에 보는 멧돼지는 온순하고 참 귀여워요. 특히 새끼 멧돼지는 정말 귀여워요ㅋㅋ
아무튼 다큰 멧돼지는 티코 반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려나ㅡㅡ? 제 기억엔 티코만 했던거 같은데 이 멧돼지놈들도 인간을 무서워하는 본능이 있는지라 출몰지역은 한정되어 있어요.
근데 문제는 가끔 아주 가끔 근무서는, 다시말해 철책선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있음.
저는 딱한번 마주쳐봤는데 야간 근무 중에 소변 누러 초소 바로 뒤 둔덕에 올라섰는데 시야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더군요. 처음엔 잘못본 줄 알았다가 희미한 월광에 비치는 그놈이 멧돼지라는 걸 알아차렸어요. 거리는 대략 3미터정도 . 평소 선임들이랑 농담할땐 멧돼지가 덤비면 바로 총 당기고 중대회식하자곤 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눈이 마주친 순간 k-2소총에 삽탄(탄알집 결합)까지 한 제가 한걸음도 떼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서 멧돼지가 도망갈 때 까지 굳어있었습니다... 약 10초정도 대치했던거 같은데 뇌는 상황을 인지한 후 그대로 시스템 다운ㅡ,.,ㅡ 육체는 뇌와 도킹 실패로 제어 불능... 결정적으로 그놈 숨소리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 쒹 쒹 대는 그 숨소리 크헉...
쓰고나니 재미없넹 그래도 몇 없는 군대 에피소드 중 하난데 ㅡㅡ... 알게 뭐야 어차피 이글은 조용히 지나갈테지...
근데 혹시 여기까지 읽은 분 있으세요? 혹시 있다면 그럼 둘중 하나겠군. 할일이 더럽게 없는 사람 혹은 날 감시하는 CIA 아시아 지부 대테러팀 소속 “크리스”, 당신이겠지. 난 분명히 말하지만 그 사건과 연관이 없다네. 유감스럽게도 난 그 현장에 없었지. 다만 당신에게 힌트를 주자면 이미 늦었다는거야
그놈은 최고 수사기관인 CIA의 수재들이 쳐놓은 그 낡은 덫을 걷어차버리고 저 멀리 달아났다네.
크리스. 옛정을 생각해서 한마디 해주지. 날 감시할 시간에 그 반듯하고 능글맞은 제럴드 팀장 그놈 엉덩이나 한번더 쳐다보게. 차라리 그게 크리스 자네 정신건강에 더 좋을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