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비(?)에 가까운 호랭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연유로 다른 게시판에 글도 남겼었고, 야단을 맞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온전히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파 찾아 온 뉴비(?) 호랭입니다.
첫 글로 가족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유머 글이 아닐 테고, 스크롤 압박도 있을 테니 묻혀질 가능성 크지만...그래도 한 적 적어보고 싶었거든요.
일단 가족이란 단어의 뜻은 이러합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한마디로 피로 맺어진 사람들입니다.
"내가 이놈 부모가 아니요!"라고 외쳐도...
"이런 인간들 부모가 아니에요!"라고 외친다 한들...
그렇게 쉽사리 끊을 수 있는 '사슬'이 아니란 얘기도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 같은 인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형벌 같은 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소재인 가족을 다룬 영화지만 내용은 천양지차가 납니다.
감독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가족은 천양지차의 모습으로 비쳐짐이 그 이유겠지요.
한국 영화 중에서 '가족'을 다룬 영화라면 전 이 3편을 주로 꼽습니다.
<바람난 가족>, <좋지 아니한가>, <가족의 탄생>
한 번 쯤 들어봤음 직 한 영화들입니다.
이 게시판을 즐겨찾기한 분들이라면 "아, 이 영화...에휴...진부하긴..."이라고 되니이실 지도 모르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영화는 가족에 대한 감독의 다양한 시선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습니다.
1. <바람난 가족>
<바람난 가족>은 일단 '콩가루' 집안입니다. 이건 뭐 부부는 당연히 맞바람을, 그것도 아주 골 때리는 멤버들과 놀아납니다.
시어머니도 옳다쿠나하고 늦바람이 납니다. 다들 방아찍기에 열을 올리며 '뻔뻔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겠다고 주장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가족'이란 틀을 깨버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틀'을 유지한 채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찾고자 주장합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들의 욕구가 불러온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내밀며 질문을 던집니다. "이래도 너희 꼴리는 대로 살래?"
제가 바람난 가족을 보면서 든 생각은 이겁니다.
그래, 가족이란 틀 안에서 남남으로 지낼 바에야 차라리 즐기면서 '필요한 사회적 관계'만 유지할 수도 있는 건 아닌가?
'누구의 남편' ' 누구의 아내'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란 틀을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바람난 가족'이 아니라 요즘 시대(영화가 개봉한 2003년 당시에는)의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가족의 모습이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아, 그냥 가족도 그렇게 살 수 있구나"라고 여기고 맙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이토록 자연스럽게 고착화되기도 합니다.
2. 좋지 아니한가
<좋지 아니한가>는 콩가루라기보다는 그냥 총체적 난국입니다. 온 가족이 합심하여 '정신줄 놓은'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아빠는 원조교제, 엄마는 노래방 총각에 꽂히고, 딸은 정줗 놓으 놈에게 휘말려, 아들은 원조교제하는 이를 사랑해, 이모는 밥벌레....
그냥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영화라지만 이 정도 쯤 되면 그냥 다들 한강 다리 정모라도 할 판인데 보다 보면 '어어..'하게 됩니다.
정말 동네 쪽팔려서 살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이게 또 '내가 미워할 순 있어도, 너님이 내 가족 까지 마!' 본능이 발동되는 순간 살만 하다 싶습니다.
카피 문구마냥 "쪽팔려도 고개를 들라. 우린 가족이다."는 말처럼 미운 정이라도, 그게 정으로 박힌 순간 '가족'이란 공동체 의식이 발동한다랄까요?
부모-자식 간에도, 형제-자매 간의 관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죽이고 싶은 이 인간이, 한 때는 날 '살려준 적'도 있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물론 이건 '최소한의 정'을 담보한 가족일 때만 가능한 일이지요.
밥상 머리에서 파이팅을 한다손 치더라도 함께 모여 '밥을 먹던 가족'이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의식'과 '시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요즘도 가족 간의 이런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7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냥 "아 내가 진짜 이 화상 때문에 못 살아!"라고 외치면서도 그 인간을 품고 사는 가족은 적지 않습니다.
새롭진 않지만, 마냥 행복하지만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으로 살아갑니다.
3.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은 앞의 두 편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다툼이 있을 지언정, 적어도 '누군가와의 사랑' 때문이고,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 사랑이 참 요즘 세상에도 그렇게 넉넉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 여전히 누군가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들이란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그렇기에 이 가족, 가족과 얽혀 있는 이들은 지지고 볶긴 해도 다툼이 오래가긴 힘듭니다. 가족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이 다툼을 멈추게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그 또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지가 가슴 한켠에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이들이 어떻게 말끔하게 각자의 상황을 해결해나갔는 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가족이란 것이 비단 핏줄이 아니라, 그 핏줄이 품은 사람까지 포함한 것이란 메세지입니다.
영화가 개봉한 순서는 다르지만, 전 이 영가 <바람난 가족>, <좋지 아니한가>와 함께 가족에 대한 화두를 정리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요즘 시대에서 '핏줄'에 천착하지 않고, '마음'으로 품어 가족이 되어야만 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 어울리는 영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밉지만 그래도 가족, 이어서 그 가족이 사랑한 이까지 품은 '새로운 가족'이 말이지요.
사실 이 영화들 외에도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습니다.
가족이란 참으로 할 얘기가 많은 소재이고, 보는 이의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족'이란 화두에 대해서 위에 소개한 3편의 한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지만, 그 맥은 닿아 있는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보지 않으신 분들은 시간을 내어 한 번쯤 보시는 걸 추천드리는 이유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스토리와 연출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외국 영화를 쏙 빼놓고 넘어가긴 헛헛하니 최근 작 중에 한편을 소개하자면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이 영화를 꼽겠습니다.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은 정말 '막장' 오브 '막장'입니다. 아니, 정말 원수보다 더 끔찍할 것 같은 그런 가족들의 얘기입니다.
4.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그들 면면에 베여 있는 서글픈 사연이 그들을 정당화시켜주진 않지만, 그들을 마냥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듭니다.
정말 보면서 "환장하겠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지만, 각 인물에 얽힌 사연을 보노라면 "아...정말 미치겠네..."라고 한숨 짓게 됩니다.
게다가 이런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크리스 쿠퍼, 이완 맥그리거, 배내딕트 컴버피치입니다.
그냥 인물 하나하나에 감정 이입이 팍팍 되다보니...보는 내내 지치는데, 보고 나면 그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본인이 힘든 영화를 잘 보는 편이고, '가족'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졌다면, 그리고 이 배우들을 좋아한다면...추천합니다.
확실한 건 보고 나면 그 여운에 주머니 품에서 담배를 꺼내 한 대 베어물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내뿜게 될 것입니다(흡연자라면 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 이승환씨가 만든 노래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가족'의 가사를 일부 발췌하면서 글을 맺음하고자 합니다.
가족이란 것이 가지는 이면에 대해 참으로 절절하게 풀어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오늘 하루 가족에 대해서 이 양면의 감정을 온전히 누리면서 울고 웃다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내일 아침에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힘을 낼지도 모릅니다.
그게...'가족'이라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뻘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못난 글이라서 아침에 펑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호랭 드림.
-가족-
가수: 이승환
(중략)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었죠
많은 기대와 실망 때문에...
늘곁에 있으니
늘 벗어나고도 싶고...
(중략)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