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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야츠부사의 저주
게시물ID : panic_894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6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20 23:31:42
야츠부사의 저주

"이 개는 보통 개가 아닌데요. 그래도 괜찮나요?"
이 말은 내가 나중에 야츠부사라고 이름 붙인 개를 인수하겠다 했을 때
동물 단체 담당자가 해준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야츠부사는 한 번 비영리 동물 수호 단체에서 입양해 갔는데, 다리가 부러졌다.
그것이 우연이었는지, 사고였는지는 차치하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고 굽어진 채로 뼈가 붙을 때까지 방치된 게 틀림없다는 것이다.
동물 수호 단체가 입양한 개를 왜 이런 꼴로 만든 거냐 물었더니
담당자가 울상을 지으며 "동물이 좋아서 만든 단체만 있는 건 아니라서요"라고 했다.

그때까지도 말로는 들은 바 있지만
대중의 동정을 받을 것 같은 동물만 입양해서 기부금을 노리는 단체도 적지 않고
야츠부사를 입양했던 단체도 실체는 그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야츠부사는 그러한 목적, 그러니까 돈을 모으기엔 맞지 않아서
그런 용도로 쓰려고 그 꼴을 만들었던 것이다.
항상 우리에게 항의하러 오는 단체 사람이 위축된 모습을 보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참고로 내 직업은 보건소 직원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통감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천천히 말하도록 배려했다.
어째서 그 단체 사람이 오지 않고 다른 단체의 사람이 데려온 건가 물어봤더니
해당 단체는 이미 해산되었다고 했다.
단체가 사라져도 사람은 있지 않냐고까지는 물어보지 못 했다.

"인근 시설에서 처분해달라고 하려 했지만 이 개가 여기 오고 싶어해서.."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다시 물어보니
보건소 등에 항의하기 위한 리스트를 철한 파일을 펼치면, 반드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설에 데려가기로 정했을 때도, 여기 외의 다른 곳에 전화라도 할라치면 크게 짖었다는 것이다.
짖지 않고 조용할 때는 전화 소리가 멀리 들리거나, 잡음이 심할 때 뿐이라고 했다.
"아마 당신을 원했던 것 같은데요"

걱정스럽다는 듯 날 보는 담당자 앞에서 나는 괴롭다는 듯 코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때 다시 야츠부사의 얼굴을 보다가 뭔가 문득 깨달은 게 있었다.
그 단체에 입양되기 전에 야츠부사를 돌보던 게 나였다.
날 따르기도 했고, 귀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사가
"마음에 든다고 한 마리 입양하고, 그게 한도 끝도 없어서 살기 힘들어지는 사람이 많았어"
라고 교육했기 때문에, 내가 입양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렇게 끔찍한 곳에 입양되어 가서 고통을 맛본 야츠부사는
내가 한 행동을 배신이라고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 손에 이끌려 온 이후, 빤히 날 보며 눈을 돌리는 일 없는 그 곧은 시선에는
증오가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쪽이라고 해도, 저희로서는 다른 입양처를 찾을 수가 없어요.
 가엽긴 하지만 처분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인수해주신다면 정말 좋겠는데요"
담당자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녀가 왜 다른 입양처를 찾을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봉투를 하나 내밀더니 눈길을 피했다.
나는 봉투 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카메라가 자기를 향하는 걸 너무 싫어해서
위협과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는데, 오히려 그건 귀여운 편이다.
아무리봐도 개나 고양이, 동물 얼굴로 보이는 것이 야츠부사 주변에 몇 개나 둥둥 떠 있었다.

"카메라를 싫어하는 거면 괜찮은데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래서는 후원자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어요"
그런 말을 할 때 나는 야츠부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야츠부사는 날 노려보고 있었다.
케이지 안에서 찌르는 듯한 시선,
케이지에서 꺼내기라도 하면 목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한참 아무 말 없이 있었더니, 담당자는 내가 인수할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봉투에 든 돈을 내밀며
"공양은 극진히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작은 소리를 냈다.

"먹이 값으로 쓸 게요. 앞으로 필요한 게 많을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써도 되나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봉투를 챙기자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
서로 노려보는 사이 나는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좋건 싫건 이렇게 영험한 개는 달리 없을 거에요. 그치, 야츠부사?"
떠올린 이름으로 부르자, 처음으로 소리를 내며 뜻을 내비쳤다.
크르릉하는 낮은 신음소리였다.
답을 한다는 걸로 봐서, 영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나보다.

"그렇지만.. 위험할 텐데요. 해산한 단체에서도 이상한 일이 연달아서.."
마음을 달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듯한 담당자를 손으로 막고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에요"
라며 어떻게 담당자를 설득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대로 육포를 꺼내 들고 케이지에 나 있는 구멍에 다가가보았다.
손가락을 물어뜯으려는 듯 기세좋게 먹었다.
"보세요. 일반 개들은 이러지 않아요.
 경계하면서 안 먹거든요.
 저와 같이 있으면 괜찮을 겁니다"
이미 나는 야츠부사와 함께 할 마음을 굳혔다.
자신감을 보이자, 담당자는 야츠부사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잠시 얘기하다 떠났다.
이렇게 야츠부사와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이 사는 동안, 야츠부사는 나에게 많은 곤경과 불행을 끌고 왔다.
보건소에 끌려오는 개 중에 내가 마음을 써주는 개가 있으면
그걸 깨닫고 입양하라고 명령하듯 입양할 때까지 계속 짖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야츠부사의 그런 명령을 잘 이행해주었다.
하지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양을 포기한 경우에는
수의사도 알 수 없다고 하는 원인불명의 고열로 일주일이 채 안 되어 죽곤 했다.
그렇다고 나도 굶어죽을 순 없으니 모든 개를 데려올 순 없었다.
야츠부사도 나중에는 내 생존 커트 라인에서 입양할 수 있게 이해해주었던 것 같다.

그는 3년 간 내 곁에서 살다 죽었다.
야츠부사가 살아 있을 때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다.
나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들을 인질로 삼아 야츠부사의 저주를 피하고 있는 것 같다.
야츠부사를 위해 세운 공양탑을 찍었다가 확신하게 되었다.
입양하기 전에 본 사진보다 개들의 얼굴이 훨씬 많이 늘어 있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12892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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