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내 일은 아니지만 고민 끝에 힘내라고 이런저런 댓글을 단다. 나 역시 고민게시판에 글 쓰고 다른 이의 댓글로 생각이 정리되었던 적도 있고 마음에 위로를 얻었던 적도 있다.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누군가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는게 고맙고 감동스러웠던 적도 있다.
근데 때로는 그게 낚시..자작일 때도 있었다. 나름대로 글 읽으며 안타까움도 느끼고 힘내라는 말 한마디일지언정 진심을 담아 전해지길 바라며 댓글을 달았는데. 낚시라는걸 알게 됐을 때의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른 누군가는 진정으로 괴로워하는 것일 수도 있기에 그렇게 늘 내 일도 아니면서 힘내라는 말 한마디를 적어왔다.
그런데 이젠 그런 댓글들 때문에 헤어지게 생겼다며 헤어지게 부추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란다. 물론 이런 경우엔 헤어지는 편이 낫지 않은가, 라고 나 스스로도 생각해왔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헤어지라는 말은 건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저런 글을 보니 그동안 내가 다른 이의 고민에 잠시나마 함께 고민하며 댓글을 달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왠지 퇴색되는 느낌이 든다.
그저 고민게시판은 일기장을 훔쳐보듯 다른 이의 속내를 잠시 읽고 스쳐지나야 할 곳인가. 이런저런 고민들을 알기는 하되, 결코 나의 생각을 덧붙여서는 안되는 것인가. 참으로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