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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더 좋은 생각을 해내지 못하고 아침을 보았다.
난 대체 무엇을 하려는건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붉고검푸른 새벽은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대로
고요한 새벽에서 세상이 멈쳐버렸으면…
잠이 들었다.
미친...
이 상황에서 잠이 들다니.
핸드폰 소리다.
- 예에~ 길을 잘 못찾겠어요~
멍청하긴
한달 전과 똑같은 상황이잖아.
- 아, 106동 뒤가 105동이에요.
- 예에~ 올라갈게요~
화장실 거울에 비춰지는 푸석한 몰골.
머릿속도 꽉 막힌 듯 몽롱하다.
내가 뭐를 해야하나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조차 생각이 덜 나고 있다.
(띵동-)
- 아이고~ 안녕하세여~~
- 예, 어서오세요. 들어오세요.
- 하이고, 왔던 집인데~ ㅎㅎ 죄송해여~~~
- 네, 여기 이 방에 옷이랑 짐 두시구요. 그냥 기본적인 청소만 먼저 해주세요. 저는 잠시 나갔다 올게요.
먼저 안방부터 부탁드립니다.
- 예에~ 다녀오세요~~
백팩을 메고 나왔다.
어제 준비해둔 현금과 가짜 CCTV 카메라 2개가 들어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 대체 어쩌자는거지.
(철컥-)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아줌마는 거실 창문과 창틀을 닦고 있었다.
- 안방은 다 정리했어요~ 들어가세요~
- 네, 감사합니다.
안방 책상에서는 거실 일부가 보인다.
아줌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간만에 집안에 사람이 더 있다는 것으로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 아주머니.
- 예에~
- 제가 일이 있어 나가봐야할 것 같아요. 여기...오늘 일당이에요... 일 마치시면 키는 복도쪽 창문 사이에 넣어주세요.
자, 이리 나와보세요. 자.. 이렇게 넣으시면 되요. 아셨죠?
- 예에~ 잘 다녀오세요~
지하철역 근처 다이소에 들렸다.
별거 아닌 것들을 하나하나 다 둘러보았다.
평일 대낮에 남자가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니는 모습에
매장 직원들이 말을 걸어온다.
- 손님, 뭐 찾으세요?
- 아, 네. 아닙니다. 막 이사를 해서 좀 둘러보는거에요.
시간을 떼울 다른 곳이 필요하다.
엔젤리너스 커피.
작은 매장이고 동네인데도 다양한 연령층으로 북적거린다.
이 사람들은 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 저기, 죄송한데 볼펜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냅킨을 펼쳐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제목만 적어놓고서는
엉뚱한 낙서들로 채워진다.
오후5시 10분.
아직도 시간이 남았다.
아줌마는 6시까지 일한다.
혹시 몰라 전화를 해보았다.
- 저기, 혹시 6시에 나가시나요?
- 예에~ 저 일이 거의 끝나가는데요~ 6시까지 있어야 하나요~?
- 아, 택배 올 게 있어서 대신 받아주셨으면 하는데...
- 예에~ 그럴게요~
아니다.
- 저기요~
- 예에~
- 택배는 경비실에 맡기면 되니까 일 끝나시면 가셔도 될 것 같네요.
- 예에~ 고맙습니다~
자리를 떴다.
집으로 가야겠다.
아줌마의 사생활을 캐봐야겠다.
그 생각뿐이었다.
아줌마의 집까지 미행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