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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준비] 국토종주 3일차 - 충주에서 상주까지
게시물ID : bicycle2_284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설기부부
추천 : 3
조회수 : 92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0/13 13:40:47

원본글 : http://blog.naver.com/mindrea/220148987292


 

 

[세계일주 준비] 국토종주 3일차 - 충주에서 상주까지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우연찮게 충주 시내에서 하루를 보냈다.

비 때문에 스탑한 것이였지만, 나름 기분 좋은 휴식이였다.

 

 처음 와본 충주 시내에서 맛집도 찾아가보고

한가롭게 까페에서 여행기도 작성해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티켓 없이 여행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리고 어제, 이른 아침부터 505호에 묶고 있던 타카노상이

606호인 우리 방으로 전화를 했다.

 

자신의 방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여행 사진을 함께 보고

그리고 나서 같이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는 전화였다.

 

나는 오케이, 30분 후에 너의 방으로 내려갈게 라고 말하고

천천히 씻고 준비를 했다.

 

35분 정도가 지났을까, 5층으로 내려갔더니

타카노상이 자신의 방 앞에 문을 열어놓은 채로 복도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아서 계속 서서 기다렸던 것이였다.

 비록 5분 가량 늦었지만, 순간 나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1분 1초라도 약속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그리고 사실 그가 묶고 있는 505호 방에 들어가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이기도 했다.

모텔방이였고, 오래된 건물이라 찌든 담배냄새도 굉장했던 곳이였다.

 

그런데, 그는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테이블 위에 다과를 준비하고

다같이 앉을 수 있게 자리를 정리해놓고 환기를 시켜놓았다.

 

 

 

 

 

 

 

순간 다시 한번 그의 태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여행 이야기.








모텔방 텔레비전에 자신의 디카를 연결하여 크게 여행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하였고,

매 사진마다 자신이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나라, 직업,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이렇게 사진과 함께 그가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은 약 30명 정도 되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저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언젠가 그가 한국 여행을 마치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한국 여행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사진과 함께 우리 부부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이렇게 막창과 곱창을 먹었다.












역시, 한국 사람 마무으리는 볶음밥이지.



 

 

 

 

 

그렇게 충주 시내에서 보낸 하루 휴식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경상북도 상주까지 약 100키로 이상을 가야해서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함께 7시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6시에 알림이 울리고 신랑이 나를 깨웠는데 잠결에 내가 착각을 했다.

얼른 옷만 입고 나는 차안에서 도착할 때까지 잠이나 자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랬다. 우리는 여행 전, 시댁인 경주에 가거나 이른 아침부터 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야할 때

항상 아침잠이 많은 나는 세수만 하고 차에 타서 도착할 때까지 조수석에서 잠만 잤다.

 

순간 앞으로 당분간 조수석에 앉아서 편안히 갈 일도,

도착할 때까지 잠만 퍼자고 있다가 눈뜨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도

더이상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 동안 군말없이 피곤해도 열심히 홀로 운전해준 신랑에게 고마웠다.

앞으로는 내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연습을 할게, 여보.

 

이상한 다짐을 하고서 이틀간 묶었던 타이타닉 모텔에서 나왔다.







살짝 안개가 낀 아침 공기는 차가웠으나, 오늘의 여정을 위해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충주 시내를 벗어나자, 또다시 아름다운 길을 만났다.

비몽사몽 속에서도 이 풍경 앞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랏, 그렇게 한 20분 정도 갔을까, 

카노상이 앞서가던 한 여행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하비엘이라는 스페인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였다.
현재 1년 5개월째 여행중이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차나 기차를 탄 적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는 어느새 둘에서 넷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준비해간 자전거 타기 운동!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앞장섭시다 

캠페인을 처음으로 그들과 함께 촬영했다.







그렇게 즐겁게 휴식을 취하던 것도 잠시,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닳고 닳도록 들은 그 곳, 바로 이화령에 가야 했다.

 

이화령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에 위치한 고개로,

높이 548m의 높고 험한 곳이였다.

 

이른바, 업힐이 장난 아닌 곳이라 초보자인 우리가

그 고개를 넘어갈 수 있을지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조언과 걱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이화령을 앞두고 살짝 긴장한 나는 오예스 한통과 

에너지 음료를 사서 그들과 함께 흡입하였다.

 

 

 








2200원이나 주고 산 레드불 너를 그렇게 믿었건만, 

이화령 가기 전, 어떤 고개를 넘고 나니 나는 이렇게 뻗었다.








타카노상도 함께 뻗었다.






그러나 현재 1년 5개월째 스페인에서부터 한국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해온 하비엘의 체력은 남달랐다.

 

항상 웃는 얼굴로 노프라블럼, 저스트 고를 외치며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사실 우리가 없었다면 그는 훨씬 더빨리 올라갈 수 있었을텐데.

 

게다가 그는 중간에 쉴 때, 우리 패니어를 보더니

패니어 묶는 법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고마워, 하비엘.







그렇게 한 고개를 지나고, 본격적으로 이화령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단,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올라가고 싶었던 나는

처음 만나는 기다란 언덕과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였지만 천천히 천천히 페달을 돌렸다.






 

저 아래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그러나 아직도 3키로 더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








끌바 없이 힘들게 계속 천천히 올라가다보니, 

무엇보다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평소라면 출근해서 편하게 책상에 앉아있을텐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기도 했다.

 

온 몸은 물론이고 얼굴에 눈물처럼 땀이 방울방울 맺혔다.

이 와중에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50분 정도를 힘들게 힘들게 올라왔을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저 맨 아래에서부터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왔다니 참 신기했다.

 

 

 

 

 

 

 

그리고 이화령 인증센터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었다.

역시, 이화령이 유명하긴 한가보다. 라고 생각할 때쯤


 

 

 

 

 

한 회사에서 워크샵을 온 직원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분들은 걸어서 올라오셨는데 우리가 저 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서

이 많은 짐을 싣고 올라왔다는 것을 아시고는 신기해하시며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자전거 타기 캠페인 사진을 찍었다.







깜찍한 여직원분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려주시겠다며

두번 세번 함께 사진을 더 찍기도 했다.







신기했다. 가장 힘들었던 곳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는 것이

그리고 내 힘으로 올라왔다는 것이.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온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이렇게 내 자전거에 짐을 가리키며 도대체 뭐하러 이것을 싣고 여기까지 올라오냐며

걱정섞인 응원 아닌 응원을 해주기도 하셨다. 










그러게요. 할아부지.

저도 모르겠는데요. 기분 하나는 끝내주걸랑요.






이화령과의 강렬했던 만남은 5분도 안되는 다운힐에서 끝이 났다.

 

자, 이제 문경을 지나 상주까지 어서 가보자!
 







길을 가던 중, 사과를 파시던 아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뜻 하비엘에게 문경 사과를 맛보라며 건네주시기도 하였다.







착한 하비엘은 칼로 정확히 4등분해서 우리에게 나눠주었고,

이 사과는 정말 꿀맛이였다.








 

가는 길에 중간에 함께 순대국밥도 먹고 

그렇게 쉬엄 쉬엄 가다보니, 어느새 상주시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중간에 대학생 두 청년을 만나서 함께 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하비엘은 다음주에 스페인 친구들이 서울로 오기로 해서

함께 서울에서 1주일동안 여행을 할 예정인데, 

이십대 청년들에게 어느 클럽을 가야하냐고 묻기도 했다.

 

나도 참 궁금했는데.

 

 

 

 

 

 

경상북도 상주, 길도 좋고 다 좋은데 

정말 잘 곳도 없고 먹을 곳도 없는 거의 허허벌판이였다.

 

 







텐트 칠 곳도 중요했지만 아직까지 저녁을 먹지 못하고 계속 달려온 우리는

일단 레스토랑을 찾아야 했는데, 결국 해가 질때까지 찾지 못했다.

 

가다가다 한 아저씨가 10키로만 더 가면 경천대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 식당과 잘 곳이 있다고 하였다.

 

다만, 거기를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자전거로는 절대 못타고

끌고 올라가야 하는데 무지 힘들거라고 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정말 아저씨 말대로, 무지막지한 언덕이 나왔다.

게다가 이미 깜깜해져서 라이트 한개 키고 올라가는데도 

너무 무섭고 춥고 힘들었다.






20분 정도를 힘들게 오르고 내려와서 경천대 앞에 한 식당을 찾아 밥을 먹었고, 

그 식당에서 운영하는 펜션, 하루에 6만원짜리 방이 있었다.

 

오늘 하루는 이화령과 방금 그 무지막지한 언덕에서 땀을 왕창 흘렸기 때문에

샤워가 하고 싶었던 나는 펜션에서 잘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오늘 타카노상과 하비엘이 길에서 비박을 한다고 해서

그냥 우리도 같이 그들과 텐트를 치고 자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상주박물관 앞 공원의 정자에 자리를 잡고

우리 텐트, 타카노상 텐트, 하비엘 침낭 이렇게 네명이서 나란히 잠을 잤다.

 

 

 

 

당연히 샤워는 하지 못했다.

 

공원 화장실에서 세수와 양치질만 하고서 

신랑과 나란히 침낭에 누워서 자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타카노상의 코고는 소리마저도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였다.

 

 

 

 


 

백설기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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