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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준비] 국토종주 4일차 - 상주에서 대구까지
처음 떠나는 자전거 여행, 국토종주 길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 둘과 함께
우리는 상주박물관 앞 정자에 넷이서 나란히 텐트와 침낭으로 밤을 보냈다.
이 곳에 오기 전, 어젯밤 저녁에 상풍교 인증센터에서 자전거민박이라는 숙박업소에서
잘 곳을 찾지 못한 자전거 여행자들을 트럭에 태워가며 우리에게도
잘 곳을 찾으려면 20키로 이상 가야 한다는 믿을수도 믿지못할 수도 없는 말을 남겼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조건 항상 비박을 하는 타카노상과
비가 와도 무조건 항상 비박을 하는 하비엘은 당연히 텐트를 쳐야 했고,
우리 역시 자전거민박 트럭에 올라타 20키로 이상 점프를 굳이 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그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 비박을 택했다.
그렇게 이화령과 경천대를 오르느라 가장 많은 땀을 흘린 날,
그러므로 가장 샤워가 절실했던 날 우리는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비박을 했고
신기하게도 정말 편하게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팅팅 부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텐트 2개 그리고 왼쪽에 방금 잠에서 깬 침낭 속의 하비엘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너무 웃겨서 타카노상이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실 처음 해보는 비박에 바로 옆에 도로가 있어서
혹시나 자면서도 누가 오지는 않을까 조금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했지만
역시 우리의 자전거도 아무탈 없이 잘 잤구나.
자, 모두 잠에서 깼으니 집을 해체해야지.
사람들 오기전에 어서, 짐정리를 합시다.
상주박물관에 본의 아니게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다음에 꼭 박물관 구경하러 놀러오겠습니다.
상주박물관, 화이팅!
현재 부산까지 가려면 아직 250키로 이상 남은 상태,
하비엘은 내일 부산에서 웜샤워를 만나기로 하여 오늘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고
아쉽지만, 이 곳에서 우리보다 먼저 앞서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혼자서는 더빨리 더멀리 올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달리면서
그는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우리와 함께 발맞추어 와주었다.
내년에 4월경 뉴질랜드에서 우리와 만나게 될 것 같아
그 때 보자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우리도 준비를 마친 후 아침 7시경, 출발했다.
경천대에서 나오는 길은 매우 한적하고 아름다웠으며,
요즘처럼 이렇게 일찍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처음인지라
신기해하며 즐거워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도 팅팅부은 내 얼굴,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타카노상은 원래 5시면 텐트 칠 사이트를 정하고 일찍 저녁을 먹고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스타일인데 어제 본의 아니게 늦게까지 언덕을 오르고
거의 110키로 이상 자전거를 탔던 것이 무리가 되었나보다.
어제 처음으로 라이트를 켜고 자전거를 탔다며
몸이 힘들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해맑은 타카노상,
카메라에 연신 사진을 담아낸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상주보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인증센터 옆에 설치되어 있는 공기주압기를 보고
타카노상이 넣으려는데 잘 되지않자,
지나가던 한 아저씨까지 트럭에서 내리셔서 도와주셨다.
참 친절한 곳이군.
그렇게 상주보를 지났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벼마저도 아름답다.
그렇게 상주보를 지나자, 아직 어제의 피로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많은 업힐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오르막.
가다보니 이틀전, 많은 비가 내렸던 그 날의 흔적이
길에 아직 남아있기도 했다.
그리고는 계속 되는 업힐의 반복.
아침도 못먹고 가려니 죽겠구나.
낙단보 인증센터에 왔을때쯤, 이제 슬슬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아침겸점심 먹을 곳을 찾기로 하였다.
여기서부터는 경상북도 의성군이더니,
금새 또 여기서부터는 경상북도 구미시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낙동강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리고 구미보에 도착,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외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콜롬비아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
우리와 반대로 부산에서부터 인천까지 올라오는 중이였고
인천에 도착하면 페리를 타고 중국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국토종주를 하면서 많은 여행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사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여행하고 있는 전세계 사람들 덕분에
보름 뒤면 시작될 우리 여행이 더욱 설레여지기도 했다.
그리고 다카노상과는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였다.
그는 어제 늦은 밤, 경천대를 내려오면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상태였고
고지점령식의 여행이 아닌 진정 자신을 위해 즐기는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30-40키로씩 가면서 잠시 쉬는 여행을 해야 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는 참 대단했다.
61세의 나이로 20키로의 짐을 싣고서, 이미 강원도를 자전거로 넘어왔고
아직도 계속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였다.
타카노상은 매번 한국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떤 음식도 거부감 없이
참 행복해하며 맛있게 먹었고, 주인에게 참 마싯써욘 이라고 꼭 말했다.
그 덕분에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더 친절을 베풀어주었고
덤으로 우리도 더 맛있는 음식과 더 많은 양을 받을 수 있었다.
평소에 약간 편식하는 편이였던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여행가서 외국인들이 정성스레 차려놓은 그들의 음식 앞에서
낯설다고 하여 절대 찡그리거나 거부반응 없이
그저 그 순간을 즐기며 맛있게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정말 타카노상은 참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였다.
3년간의 자전거 세계일주를 떠나는 여행 쌩초보자인 우리에게
처음 떠나는 국토종주에서 그를 만난 것도 그리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여러 만남도 모두
하늘에서 내려준 기회이자 행복이였다.
나중에 꼭 일본 도쿄에 가서 당신과 함께 이자까야에서 비루를 먹겠어요.
계속 즐거운 여행 되길!
그와 인사를 하고 떠나는 길에 약간은 서운하고 쓸쓸한 기분이였는데
그런 내 기분을 알았는지 한 귀여운 강아지가 길가에서 우리를 반긴다.
강아지가 귀여워 지나가면서 우쭈쭈 했더니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친정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
퍼니가 생각이 나서 뭉클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또 만남이 있는 법.
그렇게 여행 사흘만에 처음처럼 둘이 된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마치 새로 시작하는 여행처럼 즐기기 시작했다.
구미산업단지, 구미공단에 들어서니
좋은 회사들이 많이 보였다.
금새 또 여기서부터는 경상북도 칠곡군입니다.
칠곡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 하늘에서 뭔가가 보였다.
엥, 저게 뭐지.
엥, 하늘에 떠 있는 저것은 또 뭐지.
가까이서 보니, 큰 행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한 마음에 신랑과 함께 빨리 페달을 돌려 근처로 다가갔다.
가보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관광버스들로 붐비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수도 없는 상황.
바로, 2014 낙동강지구 전투 전승행사가 막 끝난 참이였다.
6.25 전쟁 당시 낙동강지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당시 참전했던 군인,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이렇게 탱크, 헬기, 장갑차 등 당시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군대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남편에게 많이 물어보던 타카노상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여기에 왔었더라면,
그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을텐데.
많은 사람들과 관광버스를 뚫고 가다보니, 또 다시 어떤 무대가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네 분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겁게 관람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서
멈춰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노부부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더니,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거냐며 참 대단하고 부럽다며,
우리도 나중에 꼭 할거라고, 힘이 없으니 오토바이라도 타서 해야지.
라고 말씀하시는데, 여행하는 우리를 보면서
자신의 여행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참 기쁘고 좋았다.
게다가 한쪽에는 박람회가 진행되고 있어서
구경거리와 먹을거리 등이 즐비했다.
마침 배도 고픈 참에 닭꼬치 3천원짜리를 보자마자
바로 집어들었다.
같이 사진 찍자고 하니 좋아한다.
닭꼬치를 먹었지만, 바로 옆에 먹을 것들이 또 잔뜩 있어서
나도 모르게 홀린듯이 자전거를 끌고서 장터에 들어갔다.
와, 뭘 먹지.
다 맛나보여.
여행가면 항상 그 지역의 시장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나,
그 지역의 축제에 가는 것도 좋아하는 나.
우연찮게 이런 행사도 관람하고 짐시나마 함께 즐기다보니,
지금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그냥 여행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닭꼬치에 이어 레몬에이드와 밤빵까지 사먹고는 배를 가득 채운 뒤,
자, 자전거 여행자여. 다시 신나게 가보자!
와, 정말 멋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경상북도 달성군 강정고령보까지 가는 것으로 정했다.
근처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그 곳에서 샤워와 밀린 빨래를 함께 하기로 했다.
점점 해가 지고 있군, 어서 가보자.
마치 바다 위를 자전거 타고 가는 기분에
해가 지고 있어서 더욱 로맨틱한 순간이다.
강정고령보에 도착했다. 서둘러 숙소를 찾아가야 했지만,
디아크(The ARC)라는 배모양의 독특하고 멋진 4대강 문화관이 아름다운 색을 뿜고 있어
잠시 넋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디아크는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는 우아하고 기하학적인 건축예술품 이라는 뜻이고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설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강정고령보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원룸촌 사이에서
원래는 원룸이지만, 게스트하우스로 잠시 사용하고 있는 듯한 곳에서
거금 5만원을 내고 자기로 했다.
어제는 공짜로 잤는데 5만원이나 되는 돈을 내려니 참, 아까웠다.
그래도 샤워와 빨래를 할 수 있는게 어디야하고 위로하며
밀린 빨래를 몽땅 세탁기에 넣어놓고 깨끗이 샤워까지 마친 뒤,
요즘 실천하고 있는 1일 1고기를 위해 고깃집에 들어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천해준 집, 강정우슴채.
우슴채는 무슨 뜻일까. 웃음체? 웃는 글씨체? ^^
아 신난다 신난다.
고기고기고기!
그러고보니 샤워까지 하니,
꽤 말끔한 사나이로군.
오늘 먹었던 고기를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서 가족들과의 단체카톡방에 날렸다.
엄마, 나 이렇게 잘먹고 잘쉬고 잘있어. 걱정마요.
참 맛있게 먹었다.
배부르게 고기 3인분과 냉면까지 흡입하고서는
콕 찌르면 터질 것 같은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마트에 들어갔다.
그 동안, 라이딩 중간에 먹던 초코바와 사탕 등 간식이 떨어져가고 있어
이 곳에서 몽땅 사가지고 동네 한바퀴 돌고서 들어갔다.
11시경, 자려고 누웠는데 아랫층에서 난리가 났다.
쿵쾅거리며 뛰어다니고 소리지르고 온 방이 울릴 정도로 소음이 장난아니였다.
그러고보니, 아까 주인아주머니가 오늘 아랫층에 대학생들이 단체로 MT를 왔는데
혹시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하면 연락달라고 했었다.
에고야, 이 젋은 피들이 MT를 왔는데 신나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은 당연하지.
그러나 누나가 지금 많이 피곤하거든, 하필이면 우리가 오늘 여기서 만났을까.
다른 날이였다면 이해하고 잤을텐데 터질듯한 허벅지에 피로감이 장난 아니였던지라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했던 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애들아, 미안하다.
백설기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