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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글 같네요. 인터넷 글쓰기는 미친짓이다. 이지요.
게시물ID : phil_99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라빠돌이
추천 : 1
조회수 : 4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3 13:43:31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일은 수고와 값의 등식을 생각하는 관점이라면 미친 짓이다. 원고료가 없는 자원 봉사이긴 하지만 인터넷 글쓰기는 대성황이다. 어째서 그럴까. 그것은 글쓰기를 자극하는 무엇이 반드시 그런 외적인 대가에만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게 뭘까. 아무리 두들겨 봤자 스스로 부담해야할 통신비만 늘어나는 이 소모적 글쓰기를, 대체 무엇이 조장하고 있는 것일까. 글쓰기라는 행동이 주는 만족감도 있을 것이다. 글이란 삶을 투영하는 것이기에, 글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글의 유리면에 비친 자기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도 하나의 이유가 되리라. 글쓰기란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을 매조지며 비전을 설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이때 글은 마음을 다스리는 고요한 스승이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피게 하는 요긴한 충고이기도 하다. 유진 오닐은 왜 글을 쓰느냐고 물었을 때, 슬픔을 바라보고 되씹음으로써 그것을 이겨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글쓰기는 글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긴밀한 쌍방 교신이 매력이다. 작가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곧 작가이다. 글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적절한 타이밍이 인터넷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며, 늘 새롭게 다가가는 감성적 매력을 가진 글쓰기가 갈채를 받는다. 늘 자기혁신을 꾀하는 글쓰기는 인터넷에서만 요구되는 건 아니겠으나, 그 진부해짐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것이 인터넷의 특징이다. 수시로 수정이 가능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이 글쓰기들은, 하드 타입의 고정적인 '활자 인쇄물'이 아니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날아갈 수 있는 잠정적인 표현물이다. 그것은 가혹하게 말하면 그저 '말해지는 것들을 다만 문자로 표현해놓은 것'이 될 수 있다. 즉 그건 대화 방식이 문자라는 겉옷을 입었을 뿐이며, 글쓰기는 바로 대화의 한 '입놀림'일 뿐이다.

인터넷의 글은 말과 글이 넘나드는 중요한 징후이다. 그 징후는 말을 바라볼 수 있게 됨으로써 좀 더 차가운 사유가 가능해졌다는 점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글이 말처럼 긴박해짐으로써 글의 경박과 혼미를 조장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인터넷 글쓰기는 기존의 글쓰기의 판을 바꾸려 들고 있으며, 기존의 '대화'와는 다른 문자 대화와 동시 대면의 '문자 논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 글쓰기가 주는 쾌감과 현대적 감수성의 고양은 지금부터라도 아주 진지하게 연구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글쓰기는 2천년이 넘는 문학적 지평을 뒤흔들고, 인간의 소통 장치를 뒤바꿀 것이다. 지금 나의 말을 그대는 '보고 있다'. 이 점이야 말로 지적 혁명의 뇌관이란 사실을 우린 쉽게 잊는다. 진행되고 있는 건, 늘 잘 보이지 않고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낯익다는 이유 때문에 사소해 보인다. 내가 이 허접한 홈에서 날마다 중얼거리는 소리도, 어느 날에는 거대한 혁명의 새벽에 울린 졸음 속의 전주였다고 누군가 말할 지 모른다. 


15년이 흐른 지금에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젠 인터넷 글쓰기는 글과 말에 사이가 아니라 말과 감정의 사이에 있다고 말이죠.
즉 뜻의 전달이란것이 글과 말 사이에 있다면 이젠 인터넷 글쓰기는 감정표현에 가까워졌단 겁니다.
벌써 이렇게 변했군요.
그때 읽었던 저 글에서 말하던 필자의 혁명의 새벽에 전주는 없었던것이죠.

다시 찾아내서 보여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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