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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결혼 에마
게시물ID : panic_89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7
조회수 : 216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7/23 21:13:31
결혼 에마

나는 지금 큰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전문대를 졸업하고 한동안은 학교에서 권유해준 관혼상제 회사에서 사진 보정 알바를 했다.
장례식 쪽은 영정 사진으로 쓰려고, 스냅 사진에서 얼굴만 스캔해서 양복 차림으로 바꾸거나
결혼식 사진은 전체적인 수정 같은 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사진이랑 상관 없는 잡다한 일도.
어느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 장례식이 있었는데,
앨범에서 영정 사진으로 쓸 사진을 고를 때 나도 참여했다.
그런 후 60대로 보이는 부모님이 날 부르시더니 이상한 의뢰를 하셨다.
고인이 된 아들의 결혼 사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총각으로 병사한 아들이 너무 불쌍하니, 가공으로라도 결혼식을 올린 사진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런 게 가능하냐고 물으셨다.
가능 여부는 보유한 사진에 따라 결정되는 거긴 한데
회사에 정식으로 의뢰한 일이 아니라서, 바로 대답해드리긴 뭣했고
정사원인 선배에게 먼저 물어봤다.

선배 말이 "그거 결혼 에마잖아"라고 말하며 아래와 같은 말을 해주었다.
(※에마 : 소원을 기원할 때 신사나 절에 봉납하는 말 그림 액자)
"동북 지방에서는 결혼식 전에 죽은 남자에게
 가짜 결혼식을 올린 그림을 그려서 절이나 신사에 봉납하는 풍습이 있는데
 그걸 결혼 에마라고 해.
 아마 그런 걸 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거의 사라진 풍습이긴 한데 아직 있긴 한가 봐?
 아마 우리 회사에선 그런 의뢰는 안 받을 거야.
 그냥 네가 개인적으로 의뢰를 받는 거라고 해도 딱치 터치는 안 할 거야.
 개인적으로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는 괴로운 듯 이 이야기를 주저하며 꺼내신 아버지와
장례식 내내 우시는 어머니가 떠올라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인인 신랑은 성인식 때 찍은 사진 중,
가문 이름이 적힌 예복 사진이 있다고 해서 그걸 쓰기로 했고
부모님도 옷을 갖춰입고 사진을 새로 찍기로 했다.
금박 병풍 앞에 신랑 신부가 있고, 양 옆에 부모님이 서 있는 구조로 하려고 했다.
문제는 신부 쪽이었다.
나는 일본 전통복을 입은 모습은 어디서 주워온 사진을 쓰고,
얼굴은 약간 귀찮긴 하지만, 눈과 코를 비롯해 얼굴을 하나 하나 콜라쥬해서
전체적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 모습을 만드려고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 사진을 꼭 써달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신부 얼굴으로 꼭 이 여자 얼굴을 써달라며 필사적이었다.
그걸 스캔해서 합성하는 건 쉬운 일이긴 하지만, 선배가 한 말이 떠올랐다.
"무사카리 에마는 전해지는 말로, 주변 참가자는 괜찮지만
 신랑 신부 얼굴 중 어느 쪽도 살아 있는 사람 사진을 써서는 안 돼.
 아직 살아 있는 사람 이름을 써서도 안 돼.
 행여나 그걸 썼다간, 그렇게 그려진 사람은 저 세상에서 마중나온다고 하거든.
 ...말도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동북 지방의 ○○현에서는 그런 걸 실현시켜주는 신사가 아직도 있다고 하더라고"
내가 머뭇거리며 살아 있는 사람을 쓰는 건 안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 부모님 말이, 그 사진 속 여자 분도 이미 죽은 사람이고
생전에 약혼한 사이였다는 것이다.
그 여자가 죽는 바람에 아들도 병에 걸린 셈이라
둘 다 죽은 사람이니 어쩌면 저 세상에서 둘이 함께 있을 수도 있지만
정식으로 결혼 시켰다고 고향 쪽에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절절히 말하시길래, 반신반의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사례로는 10만엔을 받았다.
사진을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아들 이름을 새기고
부모님이 알려주신 여자 이름을 남자 성으로 바꿔서 사진에 넣은 후
에마로 달기 쉽게 패널 형식으로 만들어 건네주었다.
나로서는 꽤 잘 만든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부모님도 기뻐하며 "이걸 우리 고향 ○○현에 가지고 가겠어요"라고 했다.
돌아가겠다고 하는 그 현이, 선배가 들려준 그 현 이름이라서 깜짝 놀랐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지방 신문의 사고란에 기사가 실렸다.
피해자는 즉사했는데, 병원 앞에서 구급차에 치이는 바람에
이 지역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었다.
그 병원이 또 그 아들의 유체를 반송했던 곳이고,
신문에 피해 여성 사진은 실리지 않았지만
내가 사진에 넣은 이름과 같은 이름이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10419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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