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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법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
게시물ID : baby_8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idyn
추천 : 7
조회수 : 65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10 09:27:10
최근 미국 명문고를 다니던 ㄱ양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합격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두 대학을 각각 2년씩 다니기로 했다는 소식도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 우수 학생의 심리적 중압감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국내 아이들은 물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여느 성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특목고생 ㄴ군은 수학 시험에서 2개를 틀린 뒤 강박증이 와 버렸다. 의자에만 앉으면 바늘이 자신의 엉덩이를 찌르는 것 같아 앉지를 못한다. 수업도 시험도 혼자 서서 치른다. 그는 1등급을 받으려면 만점이어야 하는데 2개나 틀렸다는 사실을 엄마한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다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는 충격을 느꼈다.
ㄷ군은 1등만 하다 특목고에 가서 반에서 20등을 하고는 온몸에 아토피가 심해졌다. 이후 노력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자 온몸을 피가 나도록 긁는다. 강한 스테로이드로도 진정되지 않는다.
ㄹ씨는 자신보다 아래라고 여기던 대학 동기가 선망하던 직장에 먼저 취직하자 우울증이 생겼다. 취업에 실패하고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했다. 경쟁에 뒤처진 자신이 너무 못나 보였고 자신의 인생은 이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공부로는 줄곧 1등만 하던 친구들이다.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저 높이 올라가라’며 입신양명을 절대선으로 각인시킨다. 더 높이 더 빨리 올라가면 분명 더 좋은 기회와 행복이 기다린다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그런데 상위 1~2%에서 앞서 달렸는데 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 할까. 이들은 그저 정신력이 약할 뿐인가. 태어날 때부터 약한 것인가, 아니면 기성세대가 그렇게 바람을 잡은 것인가.
물론 부모는 “공부 강요한 적 없다. 아이가 혼자 욕심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성적표엔 부모가 웃어주고, 성적이 떨어질 땐 부모의 낯빛이 변했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혹자는 일단 힘든 공부만 끝나면 나아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판검사며 의사며 교수들도, 그들 무리에서 다시 경쟁에 조금만 밀려도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지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등을 놓치면 큰일난다’는 불안과 강박은 결코 학창 시절을 끝으로 멈춰지지 않는다. 성인기 내내 이어지는 삶의 태도로 자리 잡는다. 1등이 안되면 우울하고, 되어도 놓칠까 불안해진다.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길이다.
높은 사다리를 더 빨리 오를 기술만 배웠을 뿐, 정작 어떻게 내려오는지를 모른다. 부모도 선생님도, 학원에서도 사회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올라가는 길이 막히면 엉뚱하게도 그 높은 데서 그냥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유도는 상대를 업어치고 메치기 위해 배운다. 그런데 왜 내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낙법’부터 배우는가. 검도도 얻어맞기 위해 배우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처음 몇 년을 ‘잘 때리는 법’이 아니라 왜 ‘잘 맞는 법’부터 배울까. 배우는 내내 얻어맞고 던져지고 넘어지는 게 일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다를까.
낙법도 가르쳐주지 않고 내 아이가 경쟁자를 기막히게 업어치기를 바라는 부모의 조급함은 무지갯빛 환상일 뿐 도(道)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7092105035&code=900303&s_code=at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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