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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5일 열아홉번째글
게시물ID : freeboard_786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붕어
추천 : 0
조회수 : 1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3 2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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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와 함께 술을 마셨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술을 마신 건 거의 네 쪽이었지만, 함께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늦은 밤에 집에서 나왔다.

간만에 너를 보게 된 설렘과 몰래 집에서 빠져나가는 긴장이 묘하게 어우러져 발걸음을 재촉했다.

꽤 늦은 시각이라 이미 운행 중인 버스는 없었다.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강창 역으로 향했다.

너는 고민과 후회가 섞인 문자를 보내왔다.

미안하다며, 성급하게 굴었다고 돌아가라는 말을 전했다.

이미 나왔다는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불빛이 불안하게 떨렸다.

너는 이미 역에 도착해 있었다.

베이지 계열의 코트를 입은 너는 화사해보였지만, 울적한 분위기 탓인지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걸어왔다.

안녕. 오랜만이야. 그러게. 와줘서 고마워 - 따위의 인사말을 건네며 집을 향해 걸었다.

힐끗 쳐다보니 너는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묵묵히 걷고 있었다.

나는 그 어깨를 잡아 물었다.

"뭘 미안해 해, 정말 필요할 때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게 진짜 친구가 아니겠나."

너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래. 작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나는 입을 앙다물고 네 어깨에 손을 얹었다.

늘 그랬던것처럼. 네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술에 취한 네가 떨군 눈물과, 그 날 머리가 아팠다는 것 밖에는.

베개를 축축하게 적실 즈음에야 너는 잠에 빠져들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곤히 잠든 네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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