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훌쩍거리다
무슨 얘기라도 주절거리면 나아질까 싶어
고게를 찾은 아이들아
점수 몇 점에 가슴에 무거운 짐 진
친구들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
수능을 망쳐서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고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는건 아니다.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한다고 불행해지는 것 또한 아니다.
나는 수능 며칠전에 아버지가 집을 나가셔서
수능날까지 붕 뜬 마음으로 지냈다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였지만
운 좀 따라주면 2호선은 탈 수 있었다.
나름 목표하는 바도 있었고 꿈도 있었는데
아무렇지않다해도 영향이 있더라
자기관리도 못해서 아침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덕분에
텅 빈 듯한 머리로 어떻게든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끝까지 버텨봤지만
성적은 마음을 따라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 담배를 처음 펴봤다.
방황을 좀 길고 깊게 했다.
지금 이렇게 서보니까
점수 몇 점? 대학? 그거 별 거 아니더라
나도 대한민국 학생인지라 대학이 전부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세상 끝난 줄 알고 비참한 3류인생으로 사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아봤는데
진짜 별 거 아니다.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
목적도 없이 그냥 흐르는대로 흘러봤더니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더라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싶었다
살고자 하는 삶도 삶이지만 그냥 살아지는 삶도 삶이다.
삶을 버리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