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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악수 (후일담)
게시물ID : panic_895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17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7/25 21:39:00
악수 (후일담)

"악수"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쓴 사람인데,
그 이야기에 다 쓰지 못 한 후일담을 써본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리고 악수 사건 이후로 6년이 흐른 때였다.

제사 때문에 시골 집에 가야했는데, 저 사건 이후 한 번도 지나간 적 없던 길을
(지름길이라 지나다닌 것 뿐이라, 다행히 졸업할 때까지 그 길로 안 지나가도 됐다)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게나 잊고 싶었던 그곳에 한 번 가볼까는 마음이 들었다.
저절로 끌려가듯이..

무슨 일 생기면 싫은데..라며 움찔거리며 차를 타고 갔다.
그런데, 어이가 없어서. 그 자판기가 없는 거야.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때도 꽤나 낡은 편던데다 그 후 지금은 6년이나 지났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데, 몇 년 간 날 따라다니던 트라우마에서 해방된 것만 같아서 좋았다.
이제 완전히 잊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가는 거니까, 소꿉친구들이랑 술도 마시고 즐거웠다.
이걸로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기분도 좋고, 약간 알딸딸하게 취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6년 전에는 생각도 하기 싫고 언급도 하기 싫어서 말한 적 없는데
다들 그게 뭐냐고 웃으며 넘어가줄 것 같았다.
그러면 나도 웃으면서 이 기억을 떨쳐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했다.

열심히 이야기하던 중에 친구 하나가 갑자기 "잠깐만"하고 내 말을 끊었다.
"왜?"하는 내 물음에 돌아온 대답을 듣고 술이 확 깼다.
묻지 말 걸.. 이 이야기는 하지 말 걸.. 왜 말했을까..
그 친구 말이
"그 길에서 자판기 같은 거 본 적 없어"
다른 친구들도 동의했다.
이상한데? 너 그때 아침까지 같이 염불 외워주지 않았냐?
나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때 날 재워준 친구 K마저 그런 자판기는 본 적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날 밤 같이 있었던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참.. 뭐라고 해야할지..
난 점점 이날 기억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뭐랄까, 꿈에서 깨고나면 뚜렷하다가 점점 잊어가잖아?
딱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때 자판기에서 뭘 샀는지, 그때 수업은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 같이 기억나지 않았다.
잊고 싶어서 발버둥쳐도 안 잊혀지던 그 일이..
이제 전에 쓴 일만 기억날 뿐이다.

난 가끔 이상한 예감 같은 게 드는데,
내 안에서 이 기억이 깡그리 잊혀졌을 때
다시 어딘가에 손을 집어 넣었다가 같은 체험을 겪은 게 아닐까 싶다.
"악수"

이상입니다.

P.S.
중요한 걸 하나 깜빡하는 바람에, 추가 기입합니다.
잊고 있었다는 게 참 무섭습니다. 이건 잊어선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때 아주 세게 손을 쥐었는데 쑥하고 빠진 건
그때 제가 가지고 있던 부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적은 그 방면에 소질이 있으시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머리카락과 함께 넣어서 만들어주신 건데
"시골엔 원령 같은 게 많으니까"라며 할머니가 만들어서 친척들에게 나눠주셨답니다.
우리 집에도 보내주셨는데, 저는 교통 사고에서 막아주는 것 정도는 되지 않나 싶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지켜주셨구나 하고 확신합니다.
아마 이게 없었더라면 손을 놓짐 못 했을 지도...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이 부적 존재를 잊게 하려고 하는 걸지도.
그날 이후 절대로 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부적.
이 일은 무조건 써놔야지 해놓고선 깜빡했습니다.
부적을 잊으면 정말 끝장날 것 같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59963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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