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 베오베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뻔 했던 1994년의북한의 회담대표였던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이야기를 읽다가 이 글을 씁니다. 글의 첫머리에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있었구요, 분노에 몸을 떨며 성토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지요. 그런데 위 발언의 내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 남한의 회담대표 송영대 통일원차관이 미국과 한국의 주전파 분위기를 전달하며 전쟁발발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측 회담대표인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합니다.
"남쪽이 전쟁의 벌집을 터뜨리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으며 필요한 모든 대응조처를 취할 것이다. 남쪽이 우리와 결별하려면 결별하든지 명백한 태도를 표명해야 한다. 이 실무접촉과 특사교환을 유산시키려 하면서 북남관계를 다시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는 것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남쪽의 대결국면 조장은 충돌을 야기하게 마련이고 그것은 전쟁으로 번져가게 마련이다. 그쪽에서 엊그제 강경대응 방침을 세우고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반입 추진 등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명백한 대화포기 선언이고 특사교환 포기 선언이며 대결 선언이다. 남측이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엄중하게 말하면 전쟁 선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쪽이 전쟁을 강요한다면 피할 생각은 없다. 불은 불로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남쪽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박영수 북한 대표의 발언은 "남한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전쟁을 강요한다면 북한도 전쟁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조건부 발언이고, 그렇게 전쟁이 일어나면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당시 미국의 국방부장관과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대놓고 북한 폭격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남한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브래들리 전차 등이 배치되고 있던 살벌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치닫지 말자는 뜻이었던 것입이다.
물론 당시 정세를 감안한다해도 국가간의 회담에서 저런 발언은 매우 무례한 행동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 설명은 쏙 빼버리고 맥락도 없이 "서울 불바다" 발언만 편집해서 몇날 며칠을 뉴스에 내보낸 것은 악의적 보도행태입니다. 더구나 그 발언은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된 비공개 회담에서 나온 말로, 북한의 호전성을 과장하기 위해 국가간 비공개 약속을 깨고 앞부분을 자른 채 언론에 공개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