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한복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호건'입니다.
'호건(虎巾)'은 사대부가의 남자 아이들이 쓰던 모자의 일종으로,
돌 때부터 5~6세까지 착용했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복건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머리 부분이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용맹과 총명을 의미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씩씩하고 똑똑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던 거죠^^
요즘은 한복 DIY 쇼핑몰에서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재료들을 사서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호건의 아랫 부분에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등의 한자를 금박으로 새겼는데
이 또한 사대부가의 남자 아이들이 군자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답니다.
금박 찍을 때 열 조절이 미숙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호건의 귀 부분에는 박쥐 문양을 금박으로 새겼습니다.
예로부터 박쥐는 '복'을 불러 들인다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네요.
아이에게 좋은 건 다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듯 합니다.
호건의 머리 부분입니다.
호랑이의 눈썹과 눈, 수염을 장식해서 더욱 실감나네요.
눈을 좀 더 깔끔하게 붙여야 했는데 이렇게 보니 비뚤비뚤ㅠㅠ
흰색 면실로 호건의 앞 부분을 장식하고 빨간 입과 하얀 이빨도 달았습니다.
공그르기 분량이 많아서 여러모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운의 숫자하면 7~!!
그래서 호건의 이빨 갯수를 일곱 개로 했답니다ㅎㅎ
호건의 귀도 예쁘게 접어서 달았고요...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겉감과 안감의 색이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빛을 받으면 좀 더 조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정말, 우리 조상님들의 미적 감각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만들어서 작은 아이 돌 때 잘 입혔답니다ㅎㅎ
만들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주변의 칭찬 덕분에 쑥스럽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 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그 뒤로도 자주 병원 신세를 져셔 늘 노심초사했는데
해가 갈수록 건강히 잘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