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서 아둥바둥 살아보겠다고 주경야독으로 3년, 사업해보겠다고 2년...
그 사이 연애세포 다 죽어갈때 너를 만나 설레여보고 좋음을 주체못해 풍기고 다녔지...
5년동안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봤지만 끌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임에서 널 봤을때 호기심에 끌렸고 대화를 해보고 마음에 끌렸고 결국 좋아하게 되었고...
남자와 여자는 애정의 시작점이 다르다고 하더라.
난 100에서 시작했고 넌 아니었지.
근데 난 너에게 100을 기대하고 혼자 끙끙대며 실망도 하고 그랬었네.
너가 나에게 "한사람만 죽어라 바라보는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실례다. 나도 나만의 인맥이 있고, 일이 있고, 하고 싶은것도 있다."
그땐 몰랐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말에 수천번 고개를 끄덕인다.
꽃피는 4월이 지나 녹음이 우거질 5월에 내가 너무 힘들어 기댈곳이 필요했고.. 해선 안될 기대를 너에게 했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주기를... 근데 그냥 나 이런일 있다고 먼저 말하면 되는거였는데 -
이런 나에게 지쳐 솔직한 마음을 나에게 말했던 날 -
앞으로 너를 어찌 보고 말하며 행동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하루 하루 보내고 있었다.
연락은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건지 몰라 망설였고 평소대로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역시 망설임에 통화버튼을 못 눌렀다.
그러다 여름 어느날,
오전부터 없던 안부를 묻고, 퇴근을 묻는 너의 연락에 "서울 왔구나" 싶었지.
그리고 회사로 찾아왔을때 너무 기뻣다. 정확히는 너무 좋았다.
여름이라 살이 좀 빠진 모습에 걱정도 되었고...
습관처럼 너의 손을 잡았을때 퉁명스레 잡아주던 그 순간
난 말했어야 했나보다.
청계천을 거닐며 일상 얘기를 할 때 손에 땀난다며 긴장하지 말라고 장난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좋은데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 순간에도 머뭇머뭇..
짧은 시간 얘기하고 서로 헤어지기 전 휴가때 또 보자며 손 흔들던 그때, 난 마지막 기회를 놓친거라 지금 생각된다.
난 여름 휴가 없이 추석때까지 일을 했고, 넌 추석때 일본을 갔더라.
추석 전에 너에게 연락이 왔지만 방법을 모르는 못난 남자는 답장도 제대로 못하고 차갑게만 보냈지.
집에 오는 버스에서 노래를 듣다 이 모든게 다 생각이 나더라.
좋아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바라보는게 아니고
내 일상에 신경써야할 게 하나 늘어난거라 생각해야하는걸 이제야 느낀다.
이젠 성급하게 하지 않으련다.
스펀지에 물 한방울 씩 스며들듯 그렇게 다가가련다.
너에게 배운 깨우침에 다음 사람에겐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시금 되새긴다.
날 떠난 사람이지만 그립고 보고싶다.
머지않아 널 만나게 되면 웃으며 고맙고 미안했다고 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