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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694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콩을까자
추천 : 2
조회수 : 123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10/15 00:50:02
여러분 일기 쓰기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도 지금은...
거의 안 쓰는데요.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일기 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었어요.
평생 글만 쓰며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 : 시인 )
그렇게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 동안 썼던 일기가
무려 10권이나 되더라고요.
날씨 묘사만 해도
일기장의 한바닥을 썼으니...
심지어는 그날 먹은
과자 포장지까지 붙였다는...
지금 다시 일기장을 보아도
어릴 적 일기는 참 재미있지요.
하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한
일기장을 소개할까 해요.
할머니들이 쓰는 일기장입니다.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70, 80살이 돼서야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의 일기장인데요.
저는 이분들과
인연을 맺은 게
벌써 3년째 랍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자원활동으로
나가기 시작해서,
이젠 저의 친할머니 같은 분들이에요.
한글은 서툴러도
일기에 녹여있는 인생의 깊이가
다른 일기장과는 다르더라고요.
#. 소주 한잔 했지
줄 노트 두 줄씩 차지하며
큰 글씨로 삐뚤빼뚤하게 쓴 걸 언뜻 보면
초등학생이 썼나 싶은데요.
'소주'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할머니들의 일기장에는
거침없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 고스톱도 끝까지
비유를 할 때도
고스톱도 끝까지 가봐야 안다거나,
병든 닭처럼 비실 대지
마라는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이런 말이야말로 우리 할머니들의
일상이 담긴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 봄이 오면 나는 슬프다
보통 저희가 쓰는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을 쓰는 반면,
할머니들은 그날의 일기를 쓰더라도
그동안 풀어내지 못한
세월을 다시 기억해서
쓰는 일이 많아요.
봄에 대한 일기도,
봄의 아름다움보다는
봄에 사별한 남편의 이야기도
함께 담긴답니다.
#. 세월아 가지 마라
틀린 글씨는 많아도
할머니들의 진심이 보이는
일기도 많아요.
세월이 흐르는 건
젊은 사람도 나이가 든 사람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인가 봐요.
#. 강아지 그림그리기
매일 한 장씩 쓰는 일기가
사실 쉽지 않죠.
그래서 가끔은 글 대신
그림으로 일기장을
채우는 분들도 있어요.
그림이 보다시피 특이해요.
개라고 그렸지만
토끼인 줄 알았어요.
#. 토끼 그림그리기
다음엔 토끼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정말 토끼도 그려주셨는데...
... 음
...병아리인 줄 알았어요.
그래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독특한 그림이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요.
#. 학교도 배움도 즐거워
할머니들의 일기장에
가장 많은 내용이
배움의 기쁨과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예요.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
이제야 다시 배우는 한글이
재미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글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처음으로 학교라는 걸 경험하며
반장도 뽑고, 학생회 활동,
동아리활동을 하는 것도
새롭고 즐겁대요.
#. 아파도 쓰는 일기
몸이 편찮아서 손이 떨려도
꿋꿋하게 일기를 쓰시는 분들.
대단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요.
#. 사랑하는 우리 가족
할머니들의 일기에
항상 빼놓을 수 없는 주제!
바로 가족 이야기입니다.
일기장에 첫째 아들부터 막내까지
이름을 다 적으시고
마지막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 더 잘해줄 껄 그랬어
맞아요.
있을 때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할머니도 당신의 어머니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하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마음으로는 항상 잘해주고 싶은데
실상은 늘 받기만 하는 게...
자녀들은 세월이 지나도 같은가 봐요.
할머니들의 일상과 세월.
학교 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이렇게 매일 쓴 일기장은
연말에 개인별 문집으로도 만들어요.
1년 동안 쓴 글이 엮여
책으로 만들어진 걸 보고
수료증도 받으면
할머니들이 정말 뿌듯해하셔요.
수료증을 받으면서는
울먹거리기도 합니다.
참!
3년 동안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데요.
생각보다(?) 할머니들이
글을 모르는 것에 대해
부끄럽거나 숨기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할머니들 말씀은
그 시절 전쟁과 피난을 겪으며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시절,
특히나 여자는
더 갈 수 없었던 곳이
학교였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대요.
그래서 지금
한글을 배우는 것도
부끄러운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이라 하더라고요.
이제야 자신을 위해
선물하는 시간이 왔다면서요.
마지막은
제가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을 옮깁니다.
[덧붙이는 말]
이 포스팅에 쓰인 일기장은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 '노인 참여 나눔터'에서
수업을 받는 할머니들이 쓴 글입니다.
참!
그리고 저는 한글교실에서
할머니들에게 사진과 영화를 가르치는
동아리 담당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영화 내용이 할머니들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네이버 트렌드 리포터 4기 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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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트렌드 리포터 4기 박수정 작성
울컥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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