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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창작_]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사람 1
게시물ID : panic_896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iense
추천 : 5
조회수 : 9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7/27 22: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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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오래 전에 겪었던 일 하나를 말해줄게. 요새 들어 할 일이 없어서 많이 심심했거든. 글 쓰는 거 원래 잘 못하는데 워낙 할 게 없으니 이런 거라도 재미 붙여보려고. , 얘기하기 전에 지금부터 내가 할 얘기는 내가 직접 겪은 백 퍼센트 실화라는걸 말할게.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이 이 얘길 실화라고 믿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없어. 나도 여전히 이해가 다 안 되는 이야기거든. 근데, 이미 몇 년도 더 된 이야기니까 작은 소설 쓴다 생각하고 써보지 뭐. 그러니까 내가 군대 막 제대하고 학교 복학을 기다릴 때였어. 겨울방학이었는데, 2월인가 아마 그랬을 거야. 23살 때였으니까 정확히 5년 전이구나. 그때 겨울 참 추웠던 것이 기억이 나. 어느 겨울이든 겨울은 항상 춥긴 하지만, 서울 외곽에 싸게 구한 반지하 방에서 혼자 지냈어서 그런지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것 같아. 실제로 돈을 아껴야 해서 난방을 거의 안 했던 이유도 있고. 어찌됐건 나는 제대 하자마자 카페 알바로 학비나 모으며 개강만 기다리던 할일 없는 복학생이었어. 그렇게 매일을 똑같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외할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온거야. 그때 나 정말 놀랐거든. 외할아버지라니! 울리는 전화에 외할아버지가 찍혔을 때 사실 좀 기분이 안 좋게 묘했어. 왜냐면 나 외할아버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외할아버지도 나를 별로 안 좋아하시고 말이야. 아니, 그분은 나를 안 좋아한다라는걸 넘어서 거의 있는 사람 취급도 안 하셨어. 계속 전화가 울리는데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아버지잖아, 그래서 어쩔수없이 받았지. 전화를 받고 더 놀랐던 건 외할아버지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셨던 거야. 처음엔 놀라고 당황해서 대답도 제대로 못했지. 오겠다는 말에 왜 대답이 없냐는 소리에 나는 결국 어찌어찌 목소리 쥐어짜내 ..” 라고 답하긴 했어. 외할아버지랑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바로 전화해서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 당연하겠지, 외할아버지가 나를 너무 싫어하셔서 엄마가 나를 데리고 결국 외갓집을 나오시기 까지 하셨는걸. , 그러니까 우리집 이야기가 좀 복잡한데, 그냥 짧게 설명하자면 나에겐 아버지는 안 계시고 엄마만 계셔. 아버지는 나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엄마에게 들었어. 그래서 나는 외갓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지. 여자가 임신한 몸으로 밖에서 홀로 살림을 꾸린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 더군다나 옛날에는 더더욱. 그래서 엄마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쓰시던 방에서 나와 함께 지냈어. 그 집에서 나를 기르고 나중에는 취직도 하고 그러셨지. 외갓집이 그래도 나름 풍족해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중요한 건 나라는 존재가 그 집에선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단 거야. 대여섯 살 땐 엄마가 일하러 나가신 동안은 나도 집밖으로 내쫓겼으니까. 외할아버지께서 손수 나를 밖으로 내보내시고 대문을 걸어 잠그셨어. 밥 못 먹는거야 뭐 일상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외할머니라도 계셨으면 좀 나았을까 싶은데, 안타깝게도 외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셔서 안 계셨어. 결국 어느 날 밤, 우리 엄마는 외할아버지랑 크게 싸우고 나를 데리고 집을 나오셨어. , 그 이후로는 계속 우리엄마랑 나랑 둘이 산거야. 외할아버지는 간간히 엄마에게 연락을 하신거는 같은데, 나에 대해선 묻지도, 궁금해 하시지도 않으셨어. 그런 상황에서 외할아버지가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하신거야. 내가 놀랄 수 밖에 없었지.

           외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나고 주말이 되었어. 나는 할아버지를 뵈러 버스 터미널로 나갔지. 플랫폼에서 멋쩍게 서성거리고 있으니까 멀리서 외할아버지가 보였어. 정말 형식적으로 인사 드리고 짐을 들어드렸지. 우리 둘은 점심 먹자는 말에 터미널 근처 아무 식당에 들어갔어.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아무 말 없이 식당을 나오자, 할아버지께서는 얘기를 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아냐고 물으셨어. 그래서 난 주변 커피숍으로 가자고 했지. 어색한 노래 속에 자리에 앉아서 할아버지와 나는 한참을 커피만 마셨어. 한참 후에 할아버지는 나에게 학교는 어떤지, 군대는 언제 제대했는지, 여자친구는 있는지 같은 흔히 말하는 명절질문들을 하셨고, 나는 성실하게 대답해드렸지. 그런 질문들이 끝나자 할아버지는 잠시 망설이시더니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나에게 주셨어. 빨간색 작은 복 주머니 였는데, 받아서 열어보니 부적이 들어있었어. 내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할아버지는 좋은 직업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이라고 설명하셨어. 그리고 그 동안 나를 손자로 인정하지 않고 너무 심하게 대해서 미안하시다며 지금이라도 나를 돕고 싶다며 용한 무당에게서 내 성공을 위해 부적을 사오셨다는 말도 덧붙이셨고 말야. 아무튼, 할아버지 만난 감정적인 얘기 같은건 이제 그만하고, 그 다음부터 일어난 일로 넘어갈게. 그게 더 중요하거든. 그날 나는 엄마에게 다녀와서 연락 한다는 약속도 까먹고 지쳐 쓰러져 잠들었어. 너무 많이 긴장했던 탓 인가봐. 그리고 그 날 밤에 그 꿈이 시작되었어.

           첫날 꾼 꿈속에서 나는 한 고등학교 앞에 서있었어. 그냥 눈떠보니 그 학교 정문 앞이었던거지. 나는 이게 뭐지 싶은 마음에 두리번 거렸어. 특별한 건 없었어. 그냥 평범한 한 여고 앞이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가게도 다 평범했어. 좀 이질감이 있던 것이라면 모든 것들이 오래되어 보였다는 것 정도? 나는 한참을 서 있던 정문 앞에서 발걸음을 떼어 학교 안으로 들어가봤어.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걸 자각몽이라 하더라고. 꿈속인데도 불구하고 내 의식이 있고, 내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는 그런 꿈. 학교도 역시 특별한 게 없더라. 그냥 정말 평범한 여고였고 대낮 수업중 이어서 교내는 조용하기만 했어. 운동장 가장자리를 지나 교실건물 뒤쪽으로 해서 한 바퀴 돌아본 다음 나는 그냥 학교를 나왔어. 그리고, 그게 끝이야. 정신차려 보니까 내 원룸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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