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눌림에 관한 저마다 사연들과 그 신비로운 체험들은 대부분 비슷하면서 사소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공게를 통해서 본 이야기도 혹은 친구들의 경험담도 가위 눌림의 가장 큰 공통점은 본인은 움직일 수도 대항 할 수도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그 가위 눌림의 방식과 상황이 남다르다.
내가 그 가위 눌림을 즐기고 있다는게 더 확실해진 것이다. 13년전 첫 가위 눌림은 별 것 아닌 것이었다. 몸이 무거운데 옆으로 쪼그려 자는 내 뒤에서 중저음의 일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뭐...]
보통 가위에 눌리면 말을 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당시 짜증섞인 목소리로
[뭐 임마] 라고 응수한 뒤 잠들었다.
그 뒤로 가위 눌림은 정말 이상한 패턴이 되었다. 내가 가위 눌림을 걸어오는 대상에게 역으로 보복을 하는 것 이었다. 처음 보복은 간단한 것이었다.
4년전에 살던 아파트 침실에는 침대 정면 방향으로 세탁실 배란다로 이어진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침대에서 편히 누워 잠을자는데 한 여성이 가만히 나를 뚤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보다 심도 있게 그 여성의 득의양양한 기분과 표정도 알 수 있었다.
니가 못움직이는거 다 알아 널 괴롭혀 줄거야 겁에 질리게 하고 아프게 할거야 라는 그 감정도 전해졌다.
살짝 약이 올랐다 괘씸하다는 생각에 대응을 하기로 했다. 느릿느릿 하지만 어렵게 몸을 일으켜 나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창틀을 꽝하고 열어 얼굴을 마주봤다. 동그랗게 놀라 뜬 눈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오히려 그 여자를 놀려줄 고약한 심보로 눈을 부릅뜨고 입꼬리를 올린채 기괴한 표정으로
[깔깔깔깔깔!] 반복해서 웃어댔다. 그 여성이 뒤로 고꾸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 오히려 귀신 처럼 웃어댔다.
그 가위눌림 이후 부터는 내 가위눌림은 정말 자유로워졌다.
가위눌림이 왔다 싶으면 일단 나를 타깃으로 접근한 대상을 완전히 농락하기 시작했다. 이제 가위눌림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주변 분위기도 주어진 환경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게 된것이다.
언제는 얼굴 밖에 없는 남성이 웃으며 다가와 내 배 위에 얼굴을 올려놓고 빙긋빙긋 웃음짓고 있는 것을 박차고 일어나 내가 가위눌림을 통해 친해진 조력자와 체스경기를 했다.
우습게도 체스라곤 조금 밖에 모르는 나는 그 얼굴밖에 없는 남성을 침대 위에 옭아두고 체스 경기를 했는데 체스 말을 옮기면서 재미난 소릴했다.
[내가 이기면 괜찮겠지만 쟤가 이기면 넌 쟤꺼야]
그 말과 함께 그 얼굴 뿐의 남성에게 난 소름돋는 얼굴로 웃어보였다. 겁에 질린듯 울먹이는 그 얼굴 뿐의 사내가 아직도 생생하다.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내가 이런 가위눌림을 겪는다고 술자리에서 말하자 언젠가 자신의 자취방으로 날 초대한 대학 후배놈도 있었다. 심한 가위눌림으로 고생한다는 녀석의 정신나간 간곡한 부탁에 나 또한 반신반의 하며 찾아가 밤을 지샌적 있었는데.
서로 웃으며 될까 될까 싶었던 일로 내 가위눌림이 실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