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는 헤어질 수 없다.
몇 번을 싸워도, 몇 번을 헤어져도, 몇 번을 사귀어도 너와의 관계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내가 한 발을 물러나면 네가 한 발을 다가오고, 네가 한 발을 물러나면 내가 한 발을 다가가는 일종의 도돌이표랄까.
너와 나 사이는 그렇다.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헤어져도 상대방에 대한 미련과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 때문에
차마 놓지 못하고 끌고 가다 끝내 다시 뒤돌아보게 되어서, 결국에는 이렇게 될 거면서-
하는 말을 주고받게 될 사이. 이만하면 우리 관계는 완벽한 게 아닌가?
지난 날 마지막인 것처럼 너와 술을 마셨다.
어둠이 쏟아지던 그 날, 끝인 것처럼 술을 마시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예정대로 다음 날 아침이 우리를 두드렸다.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네가 곤히 자고 있다.
시간을 확인한 후 너를 흔들어 깨웠다.
너는 한참을 이리 저리 뒹굴다 눈을 떴다.
"잘 잤니."
영락없는 꼬마 애.
졸린 눈으로 팔을 쓸어내리는 너는 여느 날의 너였다.
나는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사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고 확신하며.
"지금 우리는 무슨 사이야?"
너는 아침부터 무슨 소리냐는 표정에서, 천천히 슬픈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대답 대신 안겨오는 너를 안으며 가만 입을 열었다.
나는 우리가 여기서 끝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언제 까지고 계속 같이 있을 것 같아.
3류 소설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너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
비록 3류 소설 같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그 어느 소설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