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진다. 여름 날 녹음 가득 머금은 저 풀잎들은 여름 지나 깊어 가는 가을 속, 짙어 가는 우리네 추억 품고선 이 내 스러져간다. 흐드러져가는 가을은 내 여름 날 싱그러운 웃음이었으며, 네 기쁨이었으리라. 한 참을 그렇게 흩날리며 떨어진 낙엽 한 닢 한 닢 나의 웃음이었고 너의 꿈이었다. 어떤 놈은 바람 따라 난 자리 잊은 채 저 멀리 멀어가고 어떤 놈은 쏟아 지는 가을 햇살 두려워 못 떨군 미련 가득 나뭇잎 밑 그늘 속에서 그렇게 시들어 간다 지난 날 계절의 여울 속, 내 짙지 못한 색은 이 자리 홀로 남아 고개 떨군다. 무심코 치닫는 발걸음, 귀찮음 가득 섞인 싸리비질 속에서 이 내 나는 바스러져 내일로, 내일로 흩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