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분신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인터뷰]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경비노동자 아내 “산재 꼭 되어야” |
|
“신현대 아파트에 취업했을 때 그렇게 좋아했어요.” ‘좋아했다’고 말하는 아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그곳에선 경비노동자도 조금은 나은 대우를 받았다. 다른 아파트에는 없는 휴가와 야근 수당이 있었다. 남편은 “이런 좋은 곳에 취직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13개월 뒤, 남편은 ‘좋았던’ 그곳 주차장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다. 지난 7일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을 시도한 경비노동자 이 아무개(53)씨 이야기다. 남긴 유서는 “여보 날 찾지 마요. 먼저 세상 떠나요. 아들들 미안”이 전부다. 아내는 “얼마나 바빴던지 유서도 그게 끝이에요. 정말 궁금해요. 대체 그 날 아침, 우리 신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라고 말하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42분 아내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아침은 먹었냐는 아내의 물음에 이씨는 “각시도 추우니 (아침) 잘 챙겨들어요”라고 답했다. 그게 마지막 메시지다. 이씨 가족 네 명은 하루에도 수차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아내는 “그리고 나서 카톡을 보냈는데 1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오전 10시께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 남편도 신현대 아파트에서 함께 경비 일을 했다. “언니, 언니, 아저씨가…” 친구는 울며 말을 잇지 못 했다. “다리가 떨려서 못 움직였어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세수만 하고 택시를 타고 두 시간 걸려 병원에 갔는데, 우리 신랑이 중환자실에” 이씨는 산소 호흡기를 낀 채 온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14일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 분신한 이아무개(53)씨의 상태를 증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화상은 1-4단계로 분류되는데 전체 피부에 화상을 입은 ‘3도 화상’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아내는 병실 앞에서 주저앉아 오열했다. 의사는 ‘어렵다’는 말도 반복했다. 6000장이 넘는 피부를 이식했고 그마저도 부족해 ‘피부를 늘려서 붙였다’고 했다. 아내는 “수면주사와 마취주사를 끊임없이 맞으니 사람이 눈을 못 떠요. 정말 왜 그랬는지 묻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지난 28년간 가족들에게 보여준 모습이 그랬다. 아내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지 욱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내는 그간 찍은 가족사진 등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 이씨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들의 여자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지냈다. 게다가 독실한 기독교인 이씨는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씨에겐 흔히 자살의 이유로 꼽히는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다. 대학생 막내 아들을 제외하고는 세 명 모두 벌이를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네 가족 지내기에 적은 돈도 아니었다. 최근에는 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가게 돼 ‘가족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3년간 돈을 모아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내는 “우리는 재미있게 살 일 밖에 안 남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이씨가 잘 일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말은 달랐다. “한 주민이 추석 선물이라며 우리 신랑한테 입고 있던 옷을 벗어줬대요. 같이 근무하는 다른 경비 아저씨한테는 신발을 벗어주고요. 그걸 추석 선물이라고.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네요. 특히 한 할머니가 그렇게 트집을 잡았대요. 우리 신랑이 그렇게 일을 했네.” 돌이켜 보니 가끔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남편이 “감사하신 분이 줬다”며 가져 온 쿠키는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고 아파트 할머니가 괴롭힌다는 말도 종종했다.
▲ 지난 7일 분신한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경비노동자 이아무개씨와 가족들의 카카오톡 대화. 사진=이하늬 기자
▲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사진 =이치열 기자
아내는 그게 지난 7월부터라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원래 일하던 동에서 민원이 들어와 다른 동으로 옮겨야 했다. 옮겨가게 될 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악명이 높았다. 해당 아파트 경비노동자이자 노동조합 대표를 맡은 김길환 분회장은 “한 입주민은 분리수거 상태를 이유로 폭언을 했고 음식도 아파트 5층에서 ‘어이 경비, 이거 먹어’ 하며 던졌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이씨가 ‘괴롭힌다’고 말했던 그 할머니다.
가족들은 사고 후에야 이씨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근무 동을 옮기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드러나 있었다. “왜 000동으로 옮겨가라고 하십니까. 억울합니다.” 주민 민원에 고용이 좌지우지 되는 경비노동자의 현실은 이씨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경비노동자들은 애초 업무가 아닌 ‘잡일’을 하면서도 불평하지 못 한다.
“어떤 민원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을 ‘좌천’시킨 사람도 밉고 그 주민도 너무 미워요. 자기는 74세까지 넉넉하게 살았으면 됐지. 어떻게 53살 먹은 한 남자의 인생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53살이면 창창한 때잖아요.” 그래서 가족들은 이씨가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걱정이다. 아내는 “아프고 일 못 하는 건 괜찮아요. 살아나준 것만도 너무 감사해요”라며 “그런데 저 사람이 우리한테 미안함을 가지고 평생 살아간다면, 그건 힘들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산업재해를 신청할 예정이다. 주민에게 시달리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도 모두 근무 중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씨를 위해서 꼭 산재가 돼야 한다고 아내는 강조했다. “산재라도 되어야 저 사람이 그래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세요.”
------------------
(출처: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
출처로 들어가셔서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면 아주머니께서 바라시는 산재처리가 조금 더 쉬워지실거라고 합니다..
화상치료비가 많이드는만큼 산재처리가 꼭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출처 사이트 로그인은 카카오톡 계정이나 페북, 트위터 라인등의 계정으로 쉽게 로그인해서 댓글 달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