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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게시물ID : readers_89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위대한침묵
추천 : 1
조회수 : 1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9/23 05:51:06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추억이 무엇입니까?"하고 어느 남자가 물었다. 나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분위기를 잡듯 하늘을 올려다 보다, 한 동안 침묵을 하고 딱 알 맞는 타이밍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서 "게임에서 했던 일도 처줍니까?"라고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현실에서 말이죠. 가장 기억나는 추억이 무엇입니까?"
 나는 다리를 꼬우고 품속에서 담배 한대를 꺼내 들었다. 멋찌고 우아한 손놀림으로 살며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한 숨을 쉬 듯 깊게 빨고 뱉어냈다. 고개를 뒤고 깊게 빼서 모서리리에 뒷 목이 닿을 정도로 그렇게 폼을 잡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죠. 컴퓨터가 가정마다 보급되고 인터넷이 연결 되었던 초등학교 때부터 입니다. 저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매일 컴퓨터만 했어요. 그리고 학교도 안 다녔습니다. 매일 게임만 했죠. 매일이요. 그리고 중학교까지 졸업 했습니다. 중학교 조차,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졸업된 것이 이상했습니다. 이것이면 충분하죠."
 "저는 추억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아아, 있습니다. 매일 미소녀 여고생이 아침에 깨워주고 도시락을 싸운 것도 있고 멋진 고등학교를 다녔거나, 대학교 생활도 멋지게 해냈습니다. 여자 친구도 여러번 사겼구요. 결혼도 많이 해봤습니다. 많은 모험도 즐겼구요."
 "정말 입니까?"
 "예, 아마 정말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추억을 돈 주고 사서, 뇌에 이식했거든요."
 "무슨 소리입니까, 그보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그게 말이죠. 지웠어요. 아, 어차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웠어요. 대신 다른 기억들로 가득 넣어버렸죠. 그것 뿐입니다. 그게 내 추억입니다."
 "부모님도 지웠습니까?"
 "아, 예. 물론 입니다. 다 지웠어요."
 "도대체 왜 지우신 겁니까? 자신의 과거가 소중하지 않습니까?"
 나는 숨을 멈추고 한 동안 그 남자를 노려 보았다.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다시 숨을 들이시고 천천히 뱉어냈다.
 "내 인생에 의미는 없다. 이미 다 끝났어, 난 늙어버렸거든. 모두 거짓된 추억 밖에 없어. 슬프고 공허하고 절망스럽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꿈도 없어. 늙었기 때문이야. 내가 언제부터 늙었냐면, 20세가 될 때부터 그렇게 늙었어. 매일 같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상상에 빠졌지, 그런데 결국 내가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봤자, 별 볼일 없는 것은 사실이야."
 그 남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모든 공상이 끝났을 때, 뭐가 남는 줄 알아?
 "그것이야 현실? 공허함? 허망함? 후회? 목마름? 이런 것들 아닙니까."
 "누가 그딴 감상 따위를 물어 본 줄 알아? 자, 거울을 봐"
 거울에는 삶에 지친 노인 뿐이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충격 받은 듯 나를 올려다 보았다.
 "노인이라서 문제가 아니야, 자! 다시 봐!"
 그것은 중년의 남자였고 또 다시 보여줬을 때에 젊었지만, 평범하게 못생긴 소년 뿐이었다.
 "이제야 모든 상상이 끝나면 무엇이 남는 지 알겠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남자의 손을 잡고 어느 곳으로 이동하자, 그 앞에 차렷 자세의 수 많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 같이 아름다웠고 특별해 보였다.
 "다시 태어날 수 있어, 하지만 기억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상 속 주인공에 자신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부정하고 있어. 왜 저렇게 좋은 그릇에 너의 기억을 넣어야 하지? 만약 너가 저런 사람이 된다면 세상이 이로울까? 너 따위를 위해 우주의 시간이 과거로 갈 필요가 없고 너 따위의 망상 때문에 누군가 죽거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필요도 없어. 왜 그런 줄 알아? 그것은 말이지, 결국 넌 필요 없는 부품인데 개니 끼어든 훼방꾼인 거야."
 남자는 음울한 표정을 짔다가 한 참을 울었다. 나는 그 남자의 옆에 앉아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면서 차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 영화는 별로 재미 없었지만, 아직도 그 대사가 떠올라. -우리 모두에게 타임머신이 있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하는 것은 추억이고, 우리를 미래로 향하게 하는 것은 꿈이다.-"
 천천히 고개를 든 남자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나를 강하게 해줄 아름다운 추억도 없었고 꿈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고 신도 없었고 나를 아는 이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이 끝나는 것에 슬퍼할 이유를 갖지 못했고 나 또한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스스로 심장을 검지로 두 번 두드렸고 이어서 그 남자의 심장을 검지로 두 번 두드렸다.
 "꿈이 사라진 절망 가운데 감동이 밀려오는 것은 거짓된 바람속에서 진실된 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르륵 먼지가 되어갔다. 모래 덩어리에서 모래알로 모래 알에서 먼지로
 "철학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먼지가 되어 세상을 떠도는 것이 끝 없는 모험이라고 포장하자는 것이 아니야. 우리 모두 한 시작점에서 시작 되었다는 말도 아니다. 정신차려라. 그리고 떠올려라, 지금 살아있는 것은 꿈이 아니라 너 자신이다. 지금 너가 마음으로 보고 있는 나는 너가 만들어낸 허상이고"
 그리고 모든 세상이 붕괴 되었다. 모든 것이 깜깜해졌다.
 -어느 날 꿈이 너를 숨막히게 만든다면, 그것은 너의 꿈이 아니라 타인의 꿈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동물친구 라는 아이디로 공포 게시판에 연재 했던 데드 어스 오프라인에 한 부분입니다.(google검색창에 치시면 볼 수 있음)
1년 만에 다시 보니까 뿌듯하군요. 몇 번 쓰다가 쓰기가 힘들어서(쓸려고 하는데 게임하고 뭐 하고 하다가 손에 잡히질 않아서 포기함) 글 안 쓰면서 글 써보려고 한단지가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써보려고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몇 시간이고 억지로 써보려고 하는게 겁납니다. 그리고 뭐 알바도 해야하는데(알바도 하려고 했는데 ㅠㅠ 또 이렇게 시간이 흘러 가는 것인가?) 후 뭐 맨날 똑같은 일상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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